김여사 무혐의 구체적 판단 근거는…檢, 이례적 4시간 브리핑
연락책 의심 권오수는 "기억 없다"…'BP패밀리'·'7초매매' 등 의문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권희원 이도흔 기자 = 검찰은 1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방조 혐의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그 근거로 주가조작 일당들의 녹취와 진술 등을 다수 공개했다.
이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김 여사는 '주식 시장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세조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도 인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가 'BP 패밀리' 중 한 명이라는 주가 조작 2차 주포의 진술이나, 1차 주포로부터 주식 거래 손실액 4천700만원을 보전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 등에 관한 의문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는 게 없지", "권오수가 팔라면 팔았을 것"…검찰, 관련자 진술 공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해 김 여사 수사 결과를 설명하는 데 약 1시간 30분을 할애했다. 질의응답까지 포함한 전체 브리핑 시간은 약 4시간에 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건희는 그냥 상장사 대표인 권오수의 말을 믿고 매수하려는 것 같았다"(1차 주포 이모씨), "권오수가 뭘 부탁하면 김건희는 따지지 않고 들어주는 사이로 생각했다", "권오수가 팔아라 하면 팔았을 것"(공범 민모씨), "김건희는 주식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주변 얘기나 소문 같은 것을 듣고 사달라고 하는 정도의 수준"(A증권사 직원), "김건희는 주식시장 자체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어 보였음"(B증권사 직원) 등 관련자들의 검찰 진술을 소개했다.
수사가 시작되던 무렵인 2020년 2∼9월 2차 주포 김모씨가 1차 주포 이모씨와의 통화에서 "걔(김건희)는 그거지. 왜냐면 아는 게 없지", "걔? 뭐 먹은 것도 없을 걸, 괜히 뭐 하고 뭐 하고 그냥 권오수가 사라고 그래갖고, 샀다가 뭐 하고 팔았지"라고 말한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해당 통화에서 이씨는 "권오수는 그때 당시에는 건희 엄마가 필요하니까, 건희한테 잘해주는 척하면서 돈 먹여줄 것처럼 뭐 이래 가지고 한 거지", "아이 김건희만 괜히 피해자고, 얘네들이 뭐 했는지 난 솔직히 모르겠어", "그냥 원 오브 뎀이지. 맞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여사는 '범행에 활용된 계좌주' 정도로 인식됐을 뿐,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문 투자자' 손모씨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 여사뿐 아니라 모친 최은순 씨, 양모씨 등 다른 도이치모터스 초기 투자자들도 '주식은 잘 모르지만 돈은 좀 있고 권 전 회장을 신뢰하는 사람들'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남는 의혹…'7초 매매' 우연의 일치?
그러나 검찰의 설명에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모두 말끔하게 설명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게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10만주·8만주 매도다.
해당 계좌에서는 2010년 10월 28일 2차 주포인 김씨와 공범 민씨가 "잠만 계세요. 지금 처리하시고 전화 주실 듯"이라는 문자를 주고받은 지 3분 만에 10만주, 11월 1일 "12시에 3천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 문자를 주고받은 지 7초 만에 8만주 매도 주문이 나왔다. 매도 금액은 정확히 3천300원이었다.
김 여사가 10월 28일 거래 직후 증권사 직원과 나눈 통화 녹취록에도 김 여사가 "아, 체결됐죠"라고 답하는 부분이 있다. 사전에 누군가와 협의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판단해 해당 거래를 실행했고, 주가 조작 세력이 문자를 주고받은 시각과 겹치는 건 우연일 뿐이며, 따라서 통정매매도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권 전 회장 등의 의사에 따라 운용된 계좌에서 이뤄진 통정매매라는 1·2심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입장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어떤 식으로든 권 전 회장의 연락을 받아 해당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시세 조종 거래 목적임을 털어놓고 매도를 요청했는지 등은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장 의심했던 것이 (주포들의) 문자메시지"라면서도 "권오수가 김건희에게 '시가도 좋고 장도 좋으니 팔아보라'고 한 경우를 배척할 수 없고,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주포들의 요구를 전하지 않고 단순 권유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규명할 열쇠를 쥔 권 전 회장은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추가로) 수 차례 출석을 요청했는데 '재판이 진행중이고 법정에서 얘기했다'며 출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역시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서 녹취록을 제시받자 "내가 이 직원이랑 이런 얘기를 했어요?"라고 반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2차 주포 편지·1차 주포 송금 등도 의문…"의미 불명확해"
그 밖에 2차 주포 김씨가 검찰에 권 전 회장, 주가 조작 컨트롤 타워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 이종호, 김모씨, 이모씨 등을 지칭하는 'BP 패밀리'에 김 여사도 포함된다고 진술한 점, 도피 중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쓴 점 등도 김 여사가 주가 조작 일당과 '한패'가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정황으로 꼽힌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2020년 9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이 전 대표와 약 40차례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편지는 수사가 한창일 때 도망 다니면서 쓴 것인데, 해석이 너무 어렵다. 양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편지는 있지만 문구는 해석의 여지가 많다"며 "2021년 10월에 쓴 자료를 두고 2009년 범행에 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BP패밀리'를 두고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조사하면서 물어보기도 했는데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 없고 (언급된 이들의) 시세조종도 확인이 안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1차 주포 이모씨가 2010년 3월 김 여사에게 4천700만원을 송금한 것이 투자 일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보전 성격일 가능성도 검토했지만 어떤 명목으로 오간 돈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김 여사는 손실 보전 약정을 맺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일반적인 투자 일임 관계에서 손실을 보전하는 일은 드문 만큼, 만약 사후적으로라도 손실 보전이 이뤄졌다면 김 여사가 시세 조종 사실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2021년 수사팀에서 의문을 갖고 조사를 진행했지만 사전에 손실보장 약정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사후에 배상했더라도 산정기준이 애매하다"며 "저희의 의심을 따져보면 저희도 자신이 없다. 검찰의 아이디어로 나온 '퀘스천 마크'(물음표)인데, 허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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