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단을 넘어 휴식의 공간으로 진화, 링컨 올 뉴 노틸러스 출시

사람인 이상 선입견을 갖게 되고, 본인 또한 그런 적이 있었다. 과거 영화에서 보던 미국차들은 거칠고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는 머슬카 위주였던지라 편의성은 담을 쌓은 그런 모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를 한방에 깨버린 모델이 링컨 노틸러스였다. MKX라는 이름에서 노틸러스로 이름을 바꾸고 국내에 출시된 2019년, 당시 시승을 하며 느꼈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선입견이 맞아떨어졌던 부분도 있었다. V6 2.7L 가솔린 터보엔진의 강력한 성능은 큰 덩치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차체를 힘 있게 밀어내며 예상했던 파워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입견이 깨진 것은 편의성 쪽으로,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각종 편의기능과 함께 전기차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정숙성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것이었다.

이런 노틸러스가 드디어 세대교체를 맞았다. 링컨코리아는 지난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더 스페이스 노틸러스에서 올 뉴 노틸러스의 국내 출시를 발표해 현장을 찾았다. 출시 행사가 진행된 장소의 이름에서 이번 신형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스페이스’, 즉 공간을 강조한 이번 신형은 차량 내 공간의 물리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시각이나 후각과 관련한 기능들을 탑재해 감각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외관은 이전 2세대 후기형에 비해 훨씬 우람해졌다. 링컨에서는 노틸러스를 중형 SUV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이제는 중형으로 묶어두기엔 차체가 상당히 커졌다. 이번 신형 노틸러스는 전장 4,910mm로 이전 세대에 비해 85mm 커졌고, 전고는 35mm 커진 1,735mm, 전폭은 15mm 커진 1,950mm, 휠베이스도 50mm 늘어난 2,900mm로 구성하는 등 차체 전반이 훌쩍 커졌다. 특히 휠베이스의 증가는 더 넓어진 실내공간을 확보하는 데도 영향을 주는데, 2열 레그룸이 89mm 늘어난 1,095mm로 커져 뒷좌석 탑승도 한결 편안하다.

전면 표정은 이전 세대와 닮은 듯하면서도 묘하게 차이가 있다. 일단 헤드라이트가 그릴과 분리돼 있던 이전과 달리 이번 신형은 헤드라이트가 그릴과 붙어있고, 주간주행등이 그릴을 가로지르는 선과 이어지면서 차체를 더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든다. 그릴의 형태도 메시 형태를 유지하면서 교차점을 은색 포인트로 부각시켜 디지털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측면에서는 늘어난 크기로 인해 C필러와 D필러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루프라인의 경우 B필러를 지나며 서서히 낮아지던 이전과 달리, 이번 모델에서는 운전석을 넘어가면서부터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볼륨감을 강조한 측면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캐릭터 라인이 하나로 이어지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도어 핸들을 벨트라인으로 옮겨 측면에서 볼 때는 마치 도어 핸들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덕분에 측면 디자인이 더 매끈해졌다. 후면은 전면과 마찬가지로 라이트가 후면을 가로지르는 디자인을 채택해 차체가 더 넓어 보이도록 했다.

이번 신형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은 역시 실내일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대시보드 상단에 배치된 48인치에 달하는 긴 파노라믹 스크린이다. 운전석 쪽은 계기판의 역할을 하며, 화면 중앙부는 차량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오디오 재생이나 주행 정보 표시 등이 가능하지만, 동영상 재생 등의 경우는 운전자 주의를 흐트러트릴 수 있어 탑재하지 않았다고. 아래로는 11.1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제공한다.

실내 공간에서 주목할 만한 기능은 디지털 향 제공 기능이다. 콘솔박스 뚜껑 내부에 향기를 내는 장치와 3종류의 향기 팩이 삽입되어 취향에 맞춰 향기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스크린 비주얼과 좌석 위치, 마사지 옵션 등을 조절할 수 있어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자신만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공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오디오 시스템은 링컨 제품들에 두루 탑재되어 온 레벨의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됐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L GTDi 엔진이 8단 변속기와 조합되어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8.0kg·m의 성능을 낸다. 이전 세대에서 V6 2.7L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333마력을 발휘했던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 그래도 배기량이 낮아진 만큼 연비는 복합 기준 9.0km/L로 상승했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탑재되어 12개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차량 움직임, 조향, 가속, 제동 등 여러 데이터를 통해 탑승자들에게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안전기능인 링컨 코-파일럿 360에는 비상 제동 기능이 포함된 충돌방지 보조 시스템, 스탑 앤 고 기능이 더해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차로 중앙 보조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링컨 올-뉴 노틸러스의 가격은 7,740만 원이다.

링컨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는 ‘고요한 비행(Quiet Flight)’이다. 조용한 정숙성과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의미인데,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모델로 노틸러스를 꼽을 수 있다. 넉넉한 공간의 차체로 편안함을 제공하고, 뛰어난 소음 방지 대책으로 내연기관차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우수한 정숙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신형에서는 이러한 콘셉트는 그대로 이어가면서 탑승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해 내 어떤 브랜드들과 견주어도 충분한 만족감을 제공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향후 본격적인 시승을 통해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번 올-뉴 노틸러스도 이전에 느꼈던 감동을 다시 보여줄 것이란 믿음이 가는 건 링컨이고, 노틸러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