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엘리베이터 거울'의 비밀
[땅집고]서울의 한 고층 오피스 빌딩에서 근무하는 A씨. 어느날 문득 사무실 출근길에 탄 엘리베이터 벽면의 거울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에 왜 거울이 달려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 것. 거울과 엘리베이터 기능은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퇴근 후 귀갓길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도 거울이 달려있었다. 실제 우리 주변을 봐도 엘리베이터에는 어김없이 거울이 붙어 있다. ‘거울 없는 엘리베이터’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엘리베이터마다 거울이 설치된 걸까.
미국에서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1853년. 글로벌 엘리베이터 제조기업인 오티스(Otis)는 세계 최초로 안전 장치가 부착된 엘리베이터를 납품하게 됐다. 그런데 당시 기술력 부족으로 엘리베이터 이동 속도가 그닥 빠르지 않았다.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불만이 많았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속도를 더 올리기 힘들었다.
이 때 한 직원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냈다.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해 보자는 것. 이용객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거울을 보면서 몸단장하는데 시간을 쓴다면, 엘리베이터 속도에 대해 비교적 무감각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꽤나 설득력을 얻었다.
이 아이디어는 꽤 성공적이었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거울을 부착한 이후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이 확 줄어든 것. 오티스사의 성공으로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는 것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공식화 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엘리베이터 전문가들은 거울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협소한 엘리베이터 내부에 거울을 달면 시각적으로 확장 효과를 낸다. 폐쇄된 공간에 일정 시간 갇혀 있는 이용객의 심리적 불안감도 완화할 수 있다. 실제로 거울이 달려있지 않은 화물용이나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엘리베이터 거울 설치가 법적 의무사항인 경우도 있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제2조제 1항은 지하철 역사 등 여객시설에선 유효바닥 면적 1.4m×1.4m 미만 승강기 내부 후면에 출입문 개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견고한 재질의 거울을 부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통상 엘리베이터 출입문을 등지면서 탑승하는데, 내부 공간이 좁은 경우 휠체어 방향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휠체어를 180도 돌리지 않고도 출입문 개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거울을 달도록 한 것이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