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양념장부터 콩잎 무침까지… 경상도 밥상에만 올라오는 여름 반찬

연일 쏟아지던 장마가 끝나고, 다시 찜통더위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렇게 무더위가 이어지면 입맛부터 떨어진다. 밥상 차리는 것도 귀찮고, 뭘 해 먹을지도 막막하다. 이럴 때면 되도록 손 덜 가는 반찬, 간단하게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것만 찾게 된다.
그런데 경상도에는 이런 시기에 딱 맞는 반찬이 따로 있다. 서울 사람에겐 낯설 수 있지만, 냉장고에 하나쯤 넣어두면 매끼 고민이 줄고 입맛도 돌아온다. 조리법도 어렵지 않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이름도 맛도 특색 있는 ‘경상도식 여름 밑반찬’ 3가지를 소개한다.
1. 밥도둑 만드는 '고추 양념장'

경상도 집 냉장고에 하나쯤은 꼭 있는 게 고추 양념장이다. 고추의 알싸한 맛에 멸치 가루로 깊이를 더하고, 국간장과 참치액, 매실청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아주 강하다.
한 숟가락 떠 밥에 비비면 반찬이 따로 필요 없다. 고기 먹을 때 곁들여도 잘 어울리고, 김과 밥만 있으면 간단한 김밥도 가능하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청양고추 500g을 잘게 다진다. 칼로 다져도 좋지만 다지기를 쓰면 수월하다. 양파 반 개를 다지고, 국간장, 참치액젓, 매실청, 맛술을 각각 3큰술씩 준비한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고추와 양파를 볶는다. 준비해 둔 양념을 붓고 물을 약간 추가한 뒤 잘 섞으며 볶는다. 여기에 멸치 가루 5큰술을 넣고 고추 색이 짙어질 때까지 볶는다. 잔멸치를 대신 넣어도 맛이 깊다. 완성된 양념장은 한 김 식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을 하면 일주일 이상도 거뜬하다.
2. 뜨겁지 않아 더 시원한 '냉 잔치국수'

잔치국수 하면 따뜻한 국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경상도에선 차갑게 먹는다. 멸치육수만 제대로 우려내면 시판 냉면보다 훨씬 시원하고 깔끔하다.
냄비에 다시마, 양파, 대파, 무, 멸치를 넣고 끓인다. 다시마는 물이 끓기 전 꺼내고, 거품은 제거한다. 20분 정도 끓인 후 재료들을 건져내고, 국물을 충분히 식혀 냉장 보관을 한다.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얼음 없이도 차갑게 즐길 수 있다.
양념은 고춧가루 1큰술, 간장 2큰술, 참기름 1큰술, 참치액젓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을 섞어 만든다. 오이, 당근, 단무지, 홍고추는 채 썰어 고명으로 준비한다. 소면은 삶아 찬물에 헹군 뒤, 보관해 둔 육수를 부어주고 고명을 올리면 완성이다.
3. 향긋하고 쌉싸름한 '콩잎 무침'

서울 사람은 자칫 나뭇잎으로 볼 수 있지만 경상도에서는 여름철 밥상에 빠지지 않는 밑반찬이 콩잎 무침이다. 쌉쌀하고 구수한 풍미 덕에 마니아층이 두텁다.
깨끗이 씻은 콩잎에 식초와 소주를 약간 넣고 20분 정도 삶는다. 삶은 잎은 채반에 받쳐 물기를 뺀다. 양념은 믹서기에 대파 흰 부분, 양파, 청양고추, 당근, 물 100ml, 멸치액젓 2큰술, 진간장 6큰술, 고춧가루 14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매실청 2큰술, 다진 생강 1큰술을 넣고 살짝만 갈아준다. 건더기가 약간 남아 있는 정도가 먹음직스럽다.
이 양념을 콩잎 사이사이에 펴 바르고 하루 정도 냉장 숙성하면 콩잎 무침이 완성된다. 젓가락으로 하나씩 꺼내 밥에 얹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왜 경상도에서만 이런 반찬이 많을까
경상도는 예부터 농사와 장 담그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넓은 평야에서 콩, 마늘, 부추, 고추 같은 작물이 많이 재배됐고, 된장, 간장, 액젓 등 각종 장류를 바탕으로 한 반찬 문화가 발달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음식 간을 세고 칼칼하게 하는 편이며, 양념을 넉넉하게 쓰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반찬을 선호한다. 고추 양념장처럼 양념에 볶아 보관하거나, 콩잎 무침처럼 삶아서 숙성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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