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이 살인으로…“가해자 구속 수사, 원칙화해야” 목소리 커져

16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새벽 3시 29분께 40대 남성 A씨는 달서구 장기동 한 아파트에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해 5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도주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 14일 오후 10시 45분께 세종 조치원읍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한 달여 전에도 B씨를 찾아가 흉기로 위협해 특수협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수사에 응하고 있다'라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자택 앞에 지능형 CC(폐쇄회로)TV를 설치했다.
지난달 경기도 동탄에서도 30대 남성이 전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전 연인에 대한 폭행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에 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1년여 동안의 피해 사례 녹취록과 600쪽 분량의 고소 보충 이유서까지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성단체는 스토킹 범죄 관련 보복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 즉각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흉기로 협박을 했는데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은 법원 스스로 여성 폭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구속돼야지만, 그사이에 이사라도 할 수 있고 개인정보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며 "가해자의 구속은 피해자들에게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과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 추진을 비롯해 원칙적 구속 수사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 7월 법률 개정을 통해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폐지됐으나 구속 수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나 가정폭력의 경우는 가해자가 대부분 친밀한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속성이 있다. 구속영장 발부 시에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같은 가해자 위주가 아닌 피해자의 심각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 시에 보수적인 편인데,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과 상관없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 재발을 막아야 한다"라며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을 때 구속될 확률이 높으면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전국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배치되는 피해자 전담 경찰관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해 담당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