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李, '김문기 기억'·증거 두고 법정 공방(종합)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정래원 황윤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시장 재직 당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의 사실 여부를 두고 법정에서 검찰과 공방을 주고받았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회 공판에서 검찰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해 직전 기일 변호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성남시에 팀장급 직원만 600명에 달해 이 대표가 김 처장을 알 수 없었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피고인(이 대표)이 나머지 599명의 팀장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단 한 사람, 김문기씨를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김씨와 사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골프 등 여가를 즐겼다"며 "김씨는 위례사업 주무 담당 부서장으로 피고인의 업무를 보좌했고, 공로를 인정받아 피고인에게 표창장을 받는 등 기억에 남을 경험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자신의 발언 중 '시장 재직 때는 (김 처장을) 몰랐다'는 단 하나의 발언만을 전제로 주장을 펴고 있고, 골프를 같이 치면서 찍힌 사진은 '조작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은 "피고인이 김문기, 유동규와 골프를 친 일이 있었는지는 객관적 사실의 영역이고,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피고인은 골프를 함께 친 사람이 김문기였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호주에서 피고인과 김문기가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두 사람이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일이 없다는 것"이라며 "당시 피고인과 김문기의 관계가 어땠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곁에서 주로 보좌한 사람은 유동규였던 것 같고, 김문기는 유동규를 보좌하기 위해 온 사람으로 보인다"며 "7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유동규를 보좌하던 김문기를 별도로 기억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변론했다.
검찰 서증조사 과정에서도 일부 증거에 대해 양측 입장이 부딪쳤다.
서증조사란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서류 중 피고인들의 동의를 얻어 증거로 채택된 것을 법정에서 공개하고, 이를 통해 입증하려는 취지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절차다.
검찰은 "김문기와의 관계는 경기지사 당선 후에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다"라면서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무렵에 생산된 관련 증거들의 입증 계획을 밝혔다.
이에 변호인은 "이 사건의 쟁점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고 한 부분인데, 이것은 도지사 때, 그 이후의 일"이라면서 "무관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바쁜 시간에 상관없는 부분을 하나하나 이야기하시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김문기와 일정 기간, 수년간 관계가 없다면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면서 "그런 기억의 단절이 없다는 사정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 말미에 변호인은 "예의에 벗어나는 일들을 저희도, 검사들도 조금 한 것 같다"면서 "조금씩 톤을 낮추고 사건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었다"라면서 "법리에 따라 사법 시스템 안에서 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앞선 공판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시작한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측근 비리 등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재판이 끝나고 오후 5시40분께 법원을 나서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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