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이재용 회장은 왜 파운드리 분사설을 일축했을까

김완진 기자 2024. 10.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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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필리핀 방문 중이었던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고, 사업을 더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설은 예전부터 계속 제기됐습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이 메모리와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AP와 AI 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설계·판매를 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모두 품고 있다보니, 고객사인 동시에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기술이 담긴 설계를 선뜻 내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하면서 관심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로 쏠렸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일축했고, 당장의 분사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입니다.

삼성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후공정)까지 모두 지원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턴키 솔루션'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파운드리가 설사 어렵다 해도 투자를 해서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고 얘기한 이 회장은 '턴키 솔루션'의 힘을 믿는 것일지 모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고객사들의 발길을 붙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위탁 생산만 집중하는 TSMC가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고객 입장에서는 다른 관점일 지도 모릅니다.

반성문 띄운 삼성…선택과 집중의 시간
전례없는 반도체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전례없는 '반성문'까지 띄웠습니다.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건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는 앞서가는 대만 TSMC가 격차를 벌리는 모습을 지켜 보고만 있고, '초격차'의 상징이었던 메모리에서는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왕좌를 내줄 공산이 커졌습니다.

'1등'이 지극히 당연했던 삼성은, 과거부터 이어온 1등도 미래에 가져오려 한 1등도 모두 놓치게 생겼습니다. 정확하게는 2등의 자리도 위협받는 분위기입니다. 메모리에서는 미국 마이크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창신메모리, 파운드리에서는 중국 SMIC와 대만 UMC 등의 거센 추격을 당해내야 하는 상황이라서입니다.

한때 압도적이었던 메모리 경쟁력이 어느새 경쟁사에 밀릴 위기에 처한 만큼,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 모인 평택사업장에서 올해 파운드리 투자는 중단됐습니다. 최신 공장인 평택 4라인에서 파운드리 라인으로 배정됐던 공간은 메모리 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연말 파운드리 대변혁 가능성
연말 글로벌 전략회의를 앞두고 이뤄질 대규모 인사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임원을 줄이거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 임원 수는 SK하이닉스의 2배가 넘는데,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규모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김덕기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삼성의 1등 DNA를 대표하는 것이 메모리기도 하고, 전영현 부회장이 메모리 전문가 출신인 만큼 메모리 1등 수성에 전력 기울일 것으로 본다. 조직 개편과 인사도 메모리에 집중하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반성문을 띄운 전영현 부회장이 기술 경쟁력 회복과 조직 쇄신을 강조한 가운데, 지난 2020년 12월에 임명된 메모리사업부장인 이정배 사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인 최시영 사장 교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만 대규모 인사가 능사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임원 대규모 감축이 과연 답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실력적으로는 이미 정점인 사람들인데, 빈 자리를 누구로 대체할 생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흔들리는 '메모리 자존심'을 우선적으로 지키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쇄신'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나머지 파운드리 강화의 적기를 놓친다면, 초격차를 주도해온 삼성전자가 추격자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둘 다 놓칠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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