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분석]'기업가치 제고 특명' 삼성SDS, '경영·재무' 전문가 눈길

삼성SDS 물류 서비스 소개 이미지.(이미지=삼성SDS 홈페이지)

삼성그룹의 IT(정보기술)서비스 계열사 삼성SDS의 최근 10년간 사외이사진은 경영 및 재무 전문가가 주로 포진된 것이 특징이다. 2014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삼성SDS는 그간 주식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주가를 이어가며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현 경영진도 '기업가치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주가 부양에 힘을 쏟고 있다. 회사는 사외이사도 경영 및 재무 전문가를 중용했다. 전문가들로부터 효율적인 경영과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클라우드·물류'로 체질개선 중 '경영·재무' 사외이사 지속

2014년부터 삼성SDS 사외이사를 맡았던 박영열 전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국제경영학회장과 한국경영사학회장 등을 지냈다. 경영학 발전에 힘을 쏟았던 그가 삼성SDS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시기에 삼성SDS는 상장 후 삼성그룹 외 대외고객 확대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았었다. 회사는 2014년 11월14일 공모가 19만원 대비 72% 오른 32만75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이름값을 했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때문에 회사는 삼성그룹 계열사 외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며 주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교수와 같은 경영학 석학의 회사 비전에 대한 조언이 필요했다.

박 전 교수와 함께 삼성SDS 사외이사로 있었던 이재은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회계·재무 전문가다. 그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위원회 위원 △한국회계기준원 위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사인증기준위원 등을 맡았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에서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삼성SDS의 재무건전성 확보 여부를 점검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보탰다.

2020년부터 삼성SDS 사외이사진에 새롭게 합류한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조승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대표적인 경영학 석학으로 꼽힌다. 신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 자문위원과 아주IB투자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조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자문교수를, 애큐온캐피탈에서 사외이사를 맡았다.

2021년부터 황성우 대표가 홍원표 전 대표(현 SK쉴더스 대표)에 이어 삼성SDS를 이끌면서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집중했다. 황 대표는 클라우드와 물류를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낙점했다. 온프레미스(서버와 스토리지 등 IT인프라를 자체 데이터센터에 구축한 업무 환경)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삼성SDS는 클라우드 사업에 공을 들였다. 회사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기업들에게 인프라를 제공하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및 데이터 이관·운영 업무까지 담당하는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까지 함께 펼치고 있다. 물류 사업에서는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의 대외 고객 확보에 나섰다.

신 교수와 조 교수는 황 대표 체제에서도 사외이사를 맡으며 회사가 체질개선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넉넉한 곳간…추가 인수에 쏠린 눈

삼성SDS는 오는 3월20일 서울시 송파구 사옥에서 열리는 제39기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는 이인실 전 통계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그는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에 이어 제12대 통계청장, 한국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인 경제·통계·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다. 삼성SDS는 이 전 청장이 회사가 추진 중인 각종 경영현안에 대해 데이터 기반의 조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ESG 경영 전략수립에 관한 자문도 해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삼성SDS가 경영 및 재무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중용한 가운데 회사의 향후 투자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회사는 미래 비전에 걸맞는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실제로 엠로를 인수하기도 했다. 엠로는 구매공급망관리(SRM) 전문기업이다. 삼성SDS는 엠로가 물류 사업 고도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SDS의 인수합병(M&A)은 엠로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5조4912억원이다. 현금성자산에는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이 포함된다. 회사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2022년부터 5조원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말 연결기준 부채총계 3조3455억원, 자본총계 8조975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7%에 불과하다. 업종과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0% 이하를 적정 부채비율로 보는 기준에 비춰볼 때 삼성SDS의 부채비율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관리된 셈이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도 없다.

올해 주총에서 황 대표가 향후 M&A에 대해 어떤 계획 및 비전을 제시할지도 관심거리다. 황 대표는 과거 주총에서 회사의 주가가 부진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주주들에게 클라우드와 물류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