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달 흙으로 건자재 만드는 시대?

인류가 달이나 화성에 장기간 머물기 위해 필요한 건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현지의 흙과 미생물 등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향후 우주개발에서 반드시 요구된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 연구팀은 화성의 토양과 효모, 젤라틴을 이용해 건축물을 3D 프린터로 뽑는 방법을 15일 공개했다. 이 성과를 담은 실험 보고서 ‘화성의 저에너지 건설을 위한 공학적 생체 건자재(Engineered living building material for low-energy construction on Mars)'는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켐 서큘러리티(Chem Circularity)에 실렸다.

연구팀이 고안한 건자재는 화성 표면을 덮은 레골리스에 젤라틴과 효모로 만든 결합재를 섞는 방식이다. 효모는 홍합이 바위에 달라붙을 때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강력한 접착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전자를 변형했다.

HKUST 류닝 연구원은 “젤라틴은 레골리스 입자를 결합하면서 효모가 자랄 공간을 제공한다”며 “이렇게 만든 혼합물을 3D 프린터로 출력한 뒤 화성 특유의 낮은 온도와 기압을 이용해 빠르게 건조·경화한다”고 설명했다.

화성 토양과 유전자 변형 효모를 이용해 건축물을 만드는 과정. 위쪽은 연구팀이 제안한 실제 화성 건설 시스템이며, 아래쪽은 영하 30℃·0.01기압의 모의 화성 환경에서 실시한 3D 프린팅 실험을 각각 보여준다. 연구팀은 건축재를 최소 4세대까지 재활용해도 기계적 성능과 미생물 생존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Chem Circularity·홍콩과학기술대학교>

이어 “이번 실험은 영하 30℃, 0.01기압으로 화성과 비슷한 환경에서 진행됐다”며 “혼합물에 포함된 물은 얼었다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수증기로 변하는 승화 과정을 거쳤다. 동결건조와 같은 원리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가볍고 미세한 구멍이 많은 단단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실험에서 제작된 것은 높이 45㎜, 폭 30㎜에 불과한 작은 돔이지만 압축강도는 10~12MPa(메가파스칼)에 달했다. 저강도 콘크리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중력이 지구의 약 3분의 1인 화성에서는 이 정도 강도로도 여러 층의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기술은 화성의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는 대신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레골리스를 녹이거나 가공하는 기존 우주 건축 기술 중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이번 방식은 화성의 추위와 낮은 기압을 건축재를 굳히는 공정에 활용한다.

지구에서 건자재를 달, 화성으로 옮기려면 막대한 물자와 시간, 비용이 필요하다. 때문에 우주개발 주체들은 현지 레골리스 등을 적극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류닝 연구원은 “건축재 속 효모가 살아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구조물을 해체한 뒤 살아남은 효모를 회수하면 바이오리액터에서 다시 증식할 수 있다”며 “실험에서 건축재를 네 차례 재활용했는데도 강도와 효모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술은 지구의 모래를 사용했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 실제 화성 토양의 염류와 광물이 효모에 미칠 영향과 강한 우주방사선에 대한 내구성, 저중력에서 3D 프린터의 성능을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연구팀도 인정했다.

화성의 흙과 생물자원을 결합해 건자재를 만들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독일 브레멘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화성 레골리스 모사체와 시아노박테리아 바이오매스를 섞어 3D 프린팅이 가능한 복합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화성 레골리스 모사체와 시아노박테리아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해 3D 프린팅한 복합재 시료. 위는 실제 출력물이며 아래는 각각의 표면을 확대한 광학현미경 이미지다. <사진=브레멘대학교>

실험에서 연구팀은 화성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아노박테리아 대신 식용 스피룰리나를 이용했다. 여기에 식물에서 얻는 천연 가교제 제니핀을 넣어 결합력을 높였다. 이렇게 만든 재료는 복잡한 형태로 3D 프린팅이 가능했고, 건조된 일부 복합재는 수MPa 수준의 압축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실제 하중을 지탱하는 건축재로 사용하려면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봤다.

더 독특한 방법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우주비행사의 혈액 속 단백질을 건축재의 접착제로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인간 혈장의 단백질인 인간혈청알부민(HSA)과 달·화성의 레골리스 모사체를 결합한 아스트로크리트(AstroCrete)를 만들었다. 압축강도는 최대 약 25MPa로 일반 콘크리트와 비슷했다.

여기에 사람의 소변이나 땀 등에 포함된 요소를 첨가하자 성능은 더 향상됐다. 가장 강한 시료의 압축강도는 40MPa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복합재를 3D 프린팅 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지구 외 천체에 내린 인간의 몸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이 현지 건자재로 활용될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인간혈청알부민을 이용해 달과 화성의 레골리스 모사체를 건축재로 만드는 과정. 오른쪽은 각각 달(LHS1)과 화성(MGS1) 레골리스 모사체로 만든 완성 시료다. <사진=맨체스터대학교>

생물을 이용하지 않고 달이나 화성의 흙에서 금속을 얻으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연구팀은 달의 레골리스에서 금속 원소를 추출하는 데 적합한 이온 액체를 인공지능(AI)으로 탐색했다. 수많은 후보 가운데 6종을 압축해 달에서 금속을 얻고 이를 3D 프린팅 하는 방법을 2024년 제시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화성의 게일 크레이터 토양과 비슷하게 만든 레골리스 모사체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화성 표면과 비슷한 저압 환경에서 모사체를 가열한 결과 약 1000℃에서 금속 철이 만들어졌고, 온도를 약 1400℃까지 올리자 액체 상태의 철-실리콘 합금이 생성됐다.

달과 화성의 자원을 현장에서 이용하는 기술은 현지 자원 이용(ISRU)이라고 칭한다. 여러 대학은 물론,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 우주개발 주체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지구에서 완성된 건자재를 모두 운반하는 대신 레골리스에서 금속을 뽑고 미생물로 흙을 굳히며, 3D 프린터로 필요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만들게 된다면, 인간의 우주개발은 현재보다 몇 단계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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