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이 벌컥 화를 낸다면

사진 제공 = OSEN

염 감독의 친절한 설명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후끈 달아올랐다. 선두 경쟁 말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5.5게임 차이였다. 그게 며칠 사이에 갑자기 졸아들었다. 그제(13일) 패배로 2.5게임까지 좁혀졌다.

그러자 기자들이 몰려든다. 홈 팀 감독은 포위된다. 달갑지 않은 질문 공세가 쏟아진다. 아무래도 패인이 된 수비 실수가 자꾸 언급된다. 좌익수에 대한 얘기들이다.

사령탑의 해명이 반복된다.

“(좌익수 최원영의 타구 처리 문제에 대해) 야구는 흐름이 중요한 종목이다. 조그만 실수 하나가 포인트가 된다. 우리 팀 같은 경우는 수비로 계속 버텨왔는데, 요즘 실수가 조금 나온다.”

“우리가 1위를 하는 이유는 상대보다 그런 면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지금껏 모두가 하나가 돼 잘 버텨왔다. 남은 경기에서도 잘 이겨낼 것이다.”

“(데뷔 첫 선발을 맡기는 좌익수 김현종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팀의 미래를 위해 역할을 맡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송승기의 투입도 마찬가지다. 왠지 반성문 같은 소회를 드러낸다.

“선발에서 구원으로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이라서 어려움이 더 컸을 것이다. 그래도 상황에 여유가 더 생긴다면 (포스트 시즌 구상으로) 한 번 정도 더 테스트해 볼 생각이다.”

사진 제공 = OSEN

‘염갈량의 큰 그림’ 주장도

혹자는 ‘큰 그림’ 이론을 펼친다. 최근의 상황에 대한 해석이다. 어느 정도 추격을 허용한 것은 염갈량의 의도가 담겼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격차를 너무 벌리면. 즉, 1위와 2위가 확정되면. 전략적인 측면에서 LG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말이다.

이글스는 추격을 포기할 것이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2등은 한다. 굳이 풀가동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리고 주력 선수를 쉬게 만든다. 포스트시즌에 대비하는 수순이다. 잘 비축했다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풀로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극히 당연한 전개다.

최근 추격전은 그걸 막기 위한 허허실실 전법이라는 해석이다.

잡힐 듯 잡힐 듯. 애를 태운다. 그러면서 끝까지 따라오게 만든다. 폰와류문(폰세-와이스-류현진-문동주)을 막판까지 풀가동한다. 그러다 보면 트윈스는 수월한 가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다. 그걸 위해 5.5게임차에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 않고는 갑자기 이럴 수는 없다. 다분히 고도의 전략적인 계산이 깔렸다. 그게 염 감독의 큰 그림일 것이다. 하는 주장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몇몇 댓글러의 터무니없는 논리다.

이건 강심장을 따질 문제도 아니다. 세상에 그런 무모한 도박을 할 사람은 없다. 전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러려니 한다. 오죽 답답하고, 속이 터지면 저럴까. 그런 얘기까지 할까. 하고 말이다.

아무튼….

사진 제공 = OSEN

한숨 돌린 3.5게임차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 어제(14일)가 트윈스에게는 한숨 돌린 날이다.

이기고, 졌다. 두 가지 바람이 한꺼번에 해결된 셈이다. 덕분에 승차는 다시 3.5로 벌어졌다. 초조함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불안감도 덜었다. 자칫 3연패라도 했다면, 말도 못 한다. 그야말로 숨 가쁜 추격전이 펼쳐졌을 것이다. 이제 매직 넘버(자력우승 승수)도 9로 줄었다.

80승(50패 3무) 고지도 선점했다. 이럴 경우 역대 우승 확률은 95%로 올라간다. 뒤집힐 위험성은 5% 이하라는 뜻이다.
염 감독은 조금 편해졌다. 투수들 칭찬부터 시작한다.

“톨허스트가 선발로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 불펜의 승리조인 이정용, 함덕주, 유영찬이 깔끔하게 막아주면서 편한 경기가 됐다.”

타자들 활약도 빼놓지 않는다.

“김현수, 오지환, 홍창기의 타점으로 초반 경기의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지환의 타점과 8회 빅이닝을 만들면서 여유롭게 이길 수 있었다.”

고심이 많았음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힘든 일주일이었다. 선수들이 고생 많았다. 또 매 경기 관중석을 매진으로 만들어주면서 열정적인 응원해 주신 팬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사진 제공 = OSEN

호시노의 격노

2018년 작고한 호시노 센이치의 일화다. 생전의 별명이 열혈남아다. 마운드 위에서 자기 뺨을 때릴 정도로 뜨거운 성격을 가졌다.

그가 주니치 드래곤즈의 감독일 때다. 그때도 9월이었다. 정규시즌 1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2위는 숙적 요미우리 자이언츠였다.

말이 1, 2위다. 차이가 제법 벌어졌다. 5게임도 넘었다. 게다가 남은 경기도 많지 않았다. 20게임 이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당시 (일본의) 스포츠신문 1면의 단골 제목이 있었다. “메이크 미러클(メイク·ミラクル)”이라는 말이다. 영어로 하면 “Make Miracle”이다. “기적을 만든다” 정도의 뜻으로 이해된다.

이 표현이 나오는 때가 있다. 2위 요미우리가 이긴 날이다. 그러니까, ‘메이크 미러클’은 ‘기적 같은 1, 2위 역전극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는 얼마 전 타계한 나가시마 시게오의 말이다. 당시 요미우리 감독이었던 그는 ‘메이크 미러클’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다. 승리 후 인터뷰 때도 몇 번씩 반복했다. 그걸 신문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1위 감독 귀에 곱게 들릴 리 없다. 자기네가 2위로 밀려난다는 얘기 아닌가. 특히나 피가 끓는 호시노다. 기자들 앞에서 불 같이 화를 낸다.

“기적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매스컴이 그걸 바라는 거야? 계산을 해봐도 턱도 없는 얘기를 그렇게 대문짝 만하게 써 놓고 말이야. 우리가 뒤집혔으면 좋겠어?”

사진 제공 = OSEN

1위 감독의 특권

반면 염 감독은 다르다. 세심하고, 다정다감하다.

사실 5.5게임 차이는 꽤 크다. 잔여 경기 20개 이하였다. 그 상황이면 현실적으로 뒤집기는 어렵다. 그렇게 보는 게 맞다. 또 그런 주장을 해도 크게 뭐랄 수 없다.
그런데 그는 신중하다. 한시도 방심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 왜 빨리 87승을 하고 싶은지 ▶ 왜 한화가 12승이 더 필요한지 ▶ 지난밤에 한화 게임을 얼마나 열심히 봤는지 ▶ 왜 대전 3연전에 폰세가 안 나왔으면 좋겠는지 ▶ 왜 톨허스트를 끝까지 보여주기 싫은지 ▶ 왜 손주영의 피치컴을 뺏었는지….

그런 것들을 친절하고, 세세하게 알려준다. 덕분에 기자들은 고마울 따름이다. 팬들의 궁금증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

물론 호시노와는 정반대다. 캐릭터나 경력이 180도 다르다. 또 일본의 미디어 환경도 독특하다. 그래서 ‘(호시노처럼) 그렇게 하라’ 혹은 ‘그래도 된다’는 말은 무리가 따른다.

다만 한 가지는 있다. 열혈 감독은 반응도 화끈하다. 그 앞에서는 대놓고 ‘역전’을 입에 올리기 어렵다. 정색을 각오해야 한다. “당치 않는 소리”라는 일갈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런 방식으로 팀의 흐트러짐을 막으려 한다. 특유의 리더십이다.

하지만 염 감독은 아니다. 냉정하고, 차분하다. 계획적이고, 전략적이다. 논리적 주장을 통해 그걸 입증하는 스타일이다.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 앞서 예시한 통계 말이다. 80승 선착팀의 95%가 1위로 골인했다는 수치에는 딱 하나 예외가 있다. 2019년 SK 와이번스의 경우다. 바로 자신이 겪은 비극이다.

그 자책 때문일 수 있다. 혹은 자격지심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괜찮다. 위축될 필요는 없다. 더 강한 톤으로 표현해도 된다. (기자들에게 화내라는 뜻은 아니다.)

겸손, 조심성과 당당함은 다르다. 그건 1위 감독의 특권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게 더 전략적일 수 있다. 팀과 응원하는 팬을 위해서 말이다.

사진 제공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