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긴급 응급실행, 그 24시간 이후… 투혼의 대포 쾅, 타이거즈 세 번째 기록이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21일 광주 키움전에서 3회까지만 10점을 내주고 어려운 경기를 하던 KIA는 8-11로 뒤진 8회 2사 1루에서 대타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이 대타가 다소 의외였다.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던 한 선수가 나타났다. 팀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34)이 그 주인공이었다.
위즈덤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20일 광주 키움전이 끝난 뒤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탈수 증세가 심했다. 올해 유독 폭염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습도가 높은 한국 더위를 경험한 적이 없는 위즈덤이었다. 경기 출전도 계속되는 가운데 결국 탈이 났다. 링거를 맞고 겨우 귀가했다. 컨디션이 정상일 리는 없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날 위즈덤이 하루를 쉴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대타 정도로는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7회까지 경기에 나서지 않아 결장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8회부터 더그아웃에서 언제든지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하는 모습이 있었고, 결국 8회 2사 1루에서 대타로 들어섰다.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라는 것을 키움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역시 한 방이 있는 타자라 승부가 까다로웠다. 초구와 2구 모두 볼이었다. 카운트가 몰렸다.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할 카운트였고 전준표가 바깥쪽 낮은 쪽을 노렸다. 위즈덤이 약세를 보이던 코스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깥쪽에서 홈런을 자주 터뜨리고 있는 위즈덤의 방망이가 먹이를 노리는 새처럼 민첩하게 돌았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경기는 순식간에 1점 차가 됐다. 챔피언스필드가 들썩였다. 위즈덤은 여전히 몸 상태가 힘겨운 듯 3루에서의 세리머니도 평소보다 작았다. 말 그대로 투혼의 투런포였다. KIA는 9회 아쉬운 끝내기 주루사로 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위즈덤의 한 방은 인상적이었다.
이는 위즈덤의 시즌 29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올 시즌 내내 ‘영양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위즈덤이지만, 홈런 개수는 남부럽지 않다. 르윈 디아즈(삼성)에 이어 리그 2위다. 최근 들어 홈런 페이스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은 영양가를 뒤로 제쳐두고 반갑다. 최근 10경기에서 6개의 대포를 터뜨렸고, 13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타율도 0.308으로 자신의 시즌 평균(.251)보다 높다.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 타이틀 보유자인 위즈덤은 올해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대체할 외국인 선수로 낙점됐다. 지난해 챔피언인 KIA는 여건상 올해는 외부에서 전력을 충원할 만한 상황이 못 됐다. 외국인 타자에서 전력 보강 요소를 찾아야 했고, 레이더에 걸린 선수가 우타 빅뱃인 위즈덤이었다. 내부에서는 소크라테스보다 공격력은 확실히 나을 것으로 봤다. 어쨌든 30홈런 고지를 눈앞에 두면서 홈런 개수 자체는 시즌 전 기대치에 거의 다 도달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30개 중·후반의 홈런도 기대할 수 있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외국인 타자는 딱 두 명이 있었다. 1999년 샌더스(40개)와 2020년 터커(32개)다. 위즈덤이 세 번째 선수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터커를 넘어 2위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위즈덤은 올 시즌 93경기에서 타율 0.251, 29홈런, 6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9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했던 위즈덤의 기세가 한때 한풀 꺾였던 것은 사실이다. 득점권이나 경기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침묵해 팬들의 비판도 많이 받았다. 한때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KIA는 위즈덤을 교체하지 않고 가는 쪽을 택했다. 이것도 나름의 승부수라면 승부수였다.
방망이의 영양가만 있다면 사실 위즈덤도 좋은 타자다. 언제든지 홈런을 칠 수 있는 위압감이 1·3루 수비가 모두 된다. 김도영이 결국 시즌아웃된 상황에서 위즈덤의 몫은 중요하다. 투지를 보여준 위즈덤이 건강하게 다시 라인업에 돌아와 KIA의 침체된 분위기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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