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전운에 당국 "곳간 더 쌓아"..銀, 배당축소 불가피

박신영 2023. 3. 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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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 대출 연체율 추이 역시 심상치 않은 상황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주문하자 은행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때마침 국내은행 대출 연체율이 한달새 0.06%포인트(p) 높아지는 등 1금융권 대출 연체율 추이 역시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추가 자본 확충으로 경제위기 국면에 건전성을 유지하라는 금융 당국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선 당장 배당 성향을 낮추고 여신 영업도 보다 소극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규제 맞추려면 배당 줄여야
16일 금융당국은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등을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CyB는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 자본을 최대 2.5%까지 적립하고 경색 국면에서는 적립 의무를 완화해 자금 공급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바젤Ⅲ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지난 2016년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은행이 해당 제도에 의해 추가로 쌓은 자본은 거의 없다.

스트레스 완충자본제도는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차등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30개 은행에 대해 최소 2.5%에서 최대 9.0%의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고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이 100개 이상의 은행에 대해 최대 4%대의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현실적으로 당국의 자본규제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배당 성향을 낮추는 게 특효약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CyB, 스트레스 완충 자본제도 등이 도입될 경우 은행의 룸(여유)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결국 배당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17%대를 유지하고 있어 규제 비율인 11.5%보다 여유가 있으나 만약 여기에 CCyb의 최대 부과치인 2.5%가 더해지고 해외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의 최소 부과치인 2.5%만 더해져도 규제비율이 16.5%가 된다"며 "이렇게 되면 룸이 1%밖에 남지 않아 각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자본비율을 더 상향해서 유지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배당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손실흡수능력 제고가 배당에 직결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비중이기 때문에 손실능력흡수를 아무리 해도 배당 성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현재 은행권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은 12.26% 수준이고 규제 비율은 7~8%여서 일시적으로 자본 비율을 1~2%p 올려도 수치상으로 은행 배당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감독 당국에서 생각하는 마지노선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배당은 자본확충이 다 끝난 다음 이슈이기 때문에 배당 성향이 30%냐 40%냐 하는 것은 금융사의 몫"이라고 밝혔다.

여신 영업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당국이 요구하는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서는 자본증권의 발행이나 배당금 유보 등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증권 발행 비용의 증가,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활동 강화 등으로 자본금 늘리기 쉬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위험가중자산을 줄여가면서 건전성 관리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될 경우 은행의 여신 영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 연체율도 심상치 않아
제2, 3금융권뿐 아니라 제1금융권도 부실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당국의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압박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1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잠정 통계에 따르면 1월말 국내은행 대출 연체율은 전달(0.25%)대비 0.06%p 늘어난 0.31%였다. 지난 2021년 5월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9월(0.21%)과 비교해보면 다섯 달 만에 0.10%p 늘었고 전년동월대비로도 0.08%p 상승했다.

특히 가계 신용대출 상승세가 매섭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은 연체율이 0.55%로 전월대비 0.09%p 급등했다.

기업대출 쪽에서도 '약한고리'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39%로 전월대비 0.07%p 올랐다. 전체 대출 연체율이 0.06%p 상승한 것과 비교해서도 상승폭이 크다.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각각 0.44%, 0.33%로 집계됐다. 이 중 개인사업자대출은 연체율이 1년전 같은 달과 비교해 0.16%p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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