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카니발 내수차별 논란, 팩트체크 해보니 [MG수첩]
기아 카니발이 내수용과 수출용을 다르게 만든다는 소문이 국내 커뮤니티 사이에서 돌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더 강력한 철을 더 많은 부분에 사용했다는 것, 두 번째는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를 더 많이 장착해 준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4가지로 관점으로 확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다.
#팩트체크 1 : 내수용과 수출용 카니발의 차체 구조 다른가?
문제의 시작은 운전석 섀시가 빨갛게 칠해진 카니발의 차체 구조다. 게시자는 북미에 판매되는 카니발의 것이라며, 로커패널이 비어있는 국내용과 비교해 내수차별이라 주장했다.
모터그래프 취재 결과 해당 이미지는 2022년 게제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원본의 출처는 찾을 수 없었다. 기아에 문의해봤지만 "내수용과 수출용 차체는 동일하며, 다르게 만들지도 않는다"고 답할뿐, 정확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현재 기아 북미 법인에 이미지의 출처 및 사실 여부에 대해 문의할 상태로,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취재 중이다.
그러나 북미용과 국내용 카니발의 차체 구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기아 차량의 정비 및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기아테크인포'에 나온 4세대 카니발의 차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핫스탬핑 강판 적용 범위를 비롯해 로커패널 표기까지 모두 동일했다. 모든 연식과 인승을 확인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커뮤니티에 게재된 이미지의 출처 및 사실 관계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서는 진위 여부를 알기 힘든 상황이다(해당 이슈와 관련해 제보할 내용이 있는 분은 press@motorgraph.com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차별 논란은 호주용 카니발에서도 나왔다. 호주 ANCAP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초고장력 강판의 사용 범위가 내수뿐 아니라 북미 수출용과도 다르다.
이에 대해 기아측은 각 국가에 따른 표현의 차이일뿐, 차별은 아니라고 밝혔다. 기아 관계자는 "보라색으로 표기된 부분들은 모두 핫스탬핑과 같은 1500MPa급 강도로 만들어졌다"면서 "다만, 롤포밍과 냉연 도금 등 핫스탬핑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조돼 색 표기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수출용은 핫스탬핑강에만 붉은색 표시를 하지만, 호주는 생산 방식에 관계없이 강도만 같으면 같은 색으로 표시한다는 것이다. 즉, 로커패널 등 호주용에 보라색으로 표시된 부분에 사용된 초고장력강은 국내와 수출용에도 똑같이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결론: 카니발 차체 강성은 내수용과 수출용이 동일하다
#팩트체크 2 : 카니발의 차체는 다른 차 혹은 동급 경쟁모델보다 약한가?
카니발의 차체 강성이 다른 차종이나 동급 경쟁모델보다 부족한지 여부도 확인했다. 내수용 차별은 없더라도, 카니발 자체적으로 원가절감을 했거나 약한 설계를 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카니발과 같은 N3 플랫폼을 쓰는 쏘렌토와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쏘렌토에 쓰인 초고장력 강판 범위가 더 넓었다. 이에 기아 측은 "카니발은 슬라이딩 도어 적용 차종이어서 슬라이딩 도어 레일 작동을 위한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스윙도어 적용 차종인 쏘렌토와 구조 및 형상이 상이하다"고 답했다. 슬라이딩 도어 방식의 차량에는 초고장력 강판을 쓰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같은 미니밴 모델인 토요타 시에나를 확인했다. 참고로 시에나는 IIHS의 강화된 측면 충돌시험에서 모든 항목 Good 등급을 받았다. 카니발과 같은 이유라면 시에나도 슬라이딩 레일 부분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강판 들어가야 한다.
확인 결과, 시에나 역시 A필러와 B필러 부분에 가장 강한 강판이 사용됐다. 오히려 로커패널 부위는 1180MPa급으로, 카니발의 1500MPa급보다 약했다. 또, 레일 부분에는 780Mpa급 고장력 강판이 쓰였다.
호주의 이머전시 가이드도 함께 찾아봤다. 호주는 강판의 생산방식과 관계없이 똑같이 표기해 더욱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카니발의 초고장력 강판의 적용 범위는 시에나보다 넓었다.
결론: 카니발의 초고장력 강판 사용 부위는 경쟁모델보다 적지 않다. 오히려 많다
#팩트체크 3 : 카니발의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는 내수용과 수출용이 다른가?
내수차별 논란은 한 가지 더 있다. 내수용은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를 앞좌석에만 장착하지만, 수출용은 뒷좌석까지 들어간다는 것이다. 참고로, 프리텐셔너라는 것은 사고 위험이 있을 경우 안전벨트를 순간적으로 당겨줘 탑승자 부상을 줄여주는 장치다. 내수차별이 사실이라면 국내 소비자들은 더 위험한 환경의 뒷좌석에 탑승했던 것이다.
취재 결과, 내수용과 북미형 카니발에는 똑같이 1열 시트에만 프리텐셔너가 탑재됐다. 부품번호까지 동일했다.
다만, 유독 호주에 판매되는 카니발에는 뒷좌석에도 안전벨트 프리텐셔너가 장착됐다. 이에 대해 기아측은 "현지에서의 상품성 향상 관련 요청으로 인해 2열까지 적용하고 있다"면서 "국내와 북미, 유럽형은 1열에만 프리텐셔너를 탑재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카니발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는 호주를 제외하면 모두 1열에만 들어간다
#팩트체크 4 : 카니발의 프리텐셔너는 동급 경쟁모델보다 적게 들어갔나?
카니발의 안전벨트 프리텐셔너가 동급 경쟁모델보다 적게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 자료를 확인했다.
북미에 판매되는 시에나와 오딧세이 역시 1열에만 프리텐셔너가 적용됐다. 호주는 시에나가 아예 없고, 오딧세이는 이름만 동일한 다른 차가 팔리고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했다.
결론: 카니발을 비롯해 시에나와 오딧세이에도 1열에만 안전벨트 프리텐셔너가 탑재됐다
#정리하며
기아 카니발이 미국 IIHS 강화된 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관련기사: 기아 카니발, 측면 안전성 '최악'…고질적인 '커트라인 설계'가 문제?). 그런데 내수 차별 의심까지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취재 결과, 카니발은 동급 경쟁모델보다 더 강력한 강판을 사용하고, 같은 숫자의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를 탑재했다. 그럼에도 충돌 테스트에서 훨씬 더 낮은 점수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충돌 안전성이 단순한 강판과 옵션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특정 국가의 요구로 인해 안전 사양이 다르다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도 이런 시시비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전성과 초기 품질 완성도를 높이고 국내 소비자 친화적인 구성을 내세우길 바란다.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회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일 수도 있겠다.
완벽한 제품은 없다. 소비자들은 매의 눈으로 냉정히 평가하고, 제조사는 이를 적극 수용해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소비자들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시장으로 바뀌는 것이 아닐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