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피눈물’...주식시장을 무너뜨리는 '무자본 M&A' 막을 방법은?

[임방진의 껍질을 벗겨내는 회계]

생소하지 않은 무자본 M&A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거래소를 방문하여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뉴스를 봤다. 과거 자신의 투자 실패 경험도 소개하는 등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질의와 응답을 하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실무 현안이나 정책 방향 같은 것들도 함께 논의했다.

필자의 눈길을 끈 한 대목이 있었는데, 어느 직원이 무자본 M&A 등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수법의 폐해에 대해 언급하자 이 대통령이 “무자본 M&A 등 신종 수법에 대해 법 위반 요소가 있다면 엄정히 제재하고,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무자본 M&A의 피해를 본 직∙간접 경험이 있는 필자로선 이런 언급만으로도 귀가 솔깃해 지는 건 인지상정이리라.

신종수법이라 표현은 했지만, 사실 ‘무자본 M&A’는 완전히 생소한 현상도 아니다. 2024년 7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무자본 M&A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5월) 무자본 M&A를 통해 불공정거래에 나섰다가 적발된 ‘기업사냥꾼’은 143명이나 되었고, 이 중 59명은 과거에도 같은 행위로 적발된 전력이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미 우리 자본시장 내에 상당히 뿌리깊게 침투한 나쁜 관행이란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실제 경험한 무자본 M&A 사례

최근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20X1년 X월, 코스닥 상장사 S사는 창업주 지분이 떠난 직후, 무자본 M&A 세력에 인수됐다. A씨를 비롯한 인수자 일당은 자기자금 없이 주식담보대출로 지분을 확보한 후, 허위 신사업 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운 후 이익을 실현하려 했는데, 주가 부양에 실패하자 반대매매로 지분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경영진은 지분 하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정관의 ‘초다수결의제’ (발행주식 총수의 80%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결의제)와 ‘황금낙하산’(엄청난 퇴직금)조항을 앞세워 해임을 저지하며 자산매각, 부실투자, 특수관계자 간 자금거래 등으로 회삿돈을 유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다 못한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모임’을 결성해 주주조합을 모았고,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후 임시주총을 소집해 경영진과 이사와 감사를 해임하려 했다. 하지만 임시주총에서 해임안은 정관상 초다수결의제 요건과 황금낙하산 조항으로 인해 실패한다.

이에 더해, 소액주주들은 회계장부 열람 및 해임요구 가처분·소송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섰지만, S사는 20X2년·20X3년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 유상증자 납입 수십 회 연기 등으로 거래소 경고와 벌점 누적으로 상장폐지까지 몰리게 된다. 결국, 경영진은 소액주주들의 법적 공세를 오히려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로 활용한 셈이었다. 상장폐지가 되고 나면,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무자본 M&A는 실질 자금 없이 외형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의 기업 사냥 수법이다. 주로 코스닥 소형 상장사나 재무적 취약 기업을 대상으로, 차입·우회 투자·(전환)사채 발행 등의 수단을 이용해 지분을 확보하고, 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등으로 실질 경영권(통제권)을 확보한다. 그런 후에 기업 자산을 유출하거나 허위공시 등으로 주가를 띄워 차익을 챙기고, 회사를 공중 분해하거나 상장폐지를 유도한 후 도망가는 식의 행태로 전개된다.

그럼 무자본 M&A가 불법이냐 하면 반드시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 실질 목적이야 단기 시세차익·자산 유출이긴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합법적 구조처럼 보인다. 자금 출처가 어떻게 되었든 인수 자체는 자유인 것이고 여기에 불법 요소가 명확하게 있다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불법인지는 '인수 후 빼먹는' 절차에 따른 것일 터인데, 대략 이런 순서다. 인수 직후 이사회를 장악하고 정관 등을 변경한다. 정관에 초다수결의, 황금낙하산 등 방어장치를 삽입하는 것이다. 이사회를 장악하고 실질 경영권을 확보하고 나면, 우량한 기업 자산의 유출이 시작된다. 헐값으로 자산을 매각하거나, 특수관계자와의 비정상 거래가 활용된다.

그리고, 자산 유출과 병행되거나 그 이후 진행되는 것이 허위 공시 및 주가 조작이다. 거액의 수주나 바이오, 2차 전지 등 신사업 진출 같은 호재성 공시로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는 일정 시점에서 차익을 실현하려 든다.

마지막은 거덜이 날 대로 나서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정리하는 단계인데, 고의로 회계감사 의견거절을 유도하거나 반복적 불성실 공시 등으로 스스로 상장 폐지를 유도한다. S사의 경우, A씨 일당은 이러한 단계를 아주 충실히 실천에 옮긴 케이스였다.

과거 모 대기업의 주총장에서 회사 측의 주총 진행에 항의하는 소액주주들.

상법이 바뀌면 막을 수 있을까

당하는 소액주주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고 화가 나지만, 사실 현 제도상으로 이런 행위를 막기엔 역부족인 면이 많다. 그럼, 개정될 상법 하에선 어떨까? 이를 막을 수는 있을까?

몇 가지 규정이 S사의 소액주주들을 위해 활용될 여지가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 룰이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함으로써, 무자본 세력이 감사위원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하고 감사의 독립적 기능이 확보된다면, 조기에 회계투명성이 강화되어 자산 유출이나 의도적 부실에 대한 적시 발견이 가능할 것이다.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지분이 적은 소액주주도 이사 1인을 선임해 이사회 내부 접근권과 감시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도 소액주주들에겐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요즘 말 많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 조항도 있다. 이사의 의무를 ‘회사’만이 아니라 ‘회사와 주주 전체’로 확장함으로써, 경영진이 특정 주체에 자산을 유리하게 이전하거나 횡령한 경우 법적 소송 기반이 강화될 전망이다.

앞에서 소개한 S사는 경영진이 부동산 매각, 부실투자, 자산 유출 등을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에 명백한 불이익 변경 행위로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었다. 후속 판례만 뒷받침된다면,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더 확고한 근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전자주총· 전자투표'

그리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무시 못할 영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바로 '전자주총·전자투표 도입'이다. S사의 소액주주들이 주주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임시주총 당시에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주주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앞으로는 상법 개정에 따라 참석이 어려워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았던 주주들도 전자방식을 통해 실질적 참여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주주권 행사의 질적변화가 예상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상법 개정안만으로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 애당초 인수자의 재무능력이나 자금 출처를 검증할 수 있는 사전 심사 장치는 없으니, 무자본 M&A의 '사전 방지' 기능은 없는 셈이다. 또한, 정관에 규정된 황금낙하산이나 초다수결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소액주주 입장에서 경영진에 대한 해임의결이나 위법행위에 맞서기 위한 소송·가처분 등 법적 대응의 부담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의 제도적 권리를 확장하는 상당한 진전임에 틀림없다. 감사위원 3% 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조항, 집중투표제 등은 하나하나 S사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칼날이자 방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선언적 제도를 넘어, 구조적이고 실천적인 ‘소액주주 방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때다. 앞으로 실제 법·시행령 개정, 금융당국 내부 절차 수립 등을 통해 해당 정책들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관심이 간다.

제도 개혁의 진정한 효과는 제도와 법, 주주 행동, 금융 감독기구, 기업문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드러나는 것 아니겠는가. 개정상법에 대한 반대의견도 상당하다는 건 익히 알지만, 번번이 당하기만 했던 소액주주 입장에서 찬성에 손이 올라가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겸 세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세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실사, 경영진단, 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교환 근무후 귀국해 SOX 404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했다. 2008년부터는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2010년이후 KDB생명보험, ING생명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회계와 세무, 기업구조조정, 경영기획 및 관리, 금융·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무지침서를 출간하고 강의로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