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리포트] 고열량 뜨거운 물 벌컥벌컥, 괴물 태풍·허리케인으로 급성장
[뉴스투데이]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할 무렵 촬영된 영상입니다.
인적이 끊긴 시가지에 최대 시속 170km의 강풍이 휘몰아칩니다.
거리 곳곳에는 부러진 나뭇가지와 시설물 잔해들이 나뒹굽니다.
사람은 물론 건물 지붕과 자동차도 날려버릴 수 있는 무서운 폭풍입니다.
허리케인 상륙을 전후해 대기가 극도로 불안정해져 곳곳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했습니다.
65번의 토네이도 경보가 발령됐는데, 한 개의 허리케인이 일으킨 토네이도 중 역대 최다입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촬영된 처참한 장면입니다.
수많은 건물이 부서지고 나무는 뿌리째 뽑혀 바닥에 나뒹굽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형체도 없이 부서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습니다.
허리케인 밀턴은 올해 태풍과 허리케인을 통틀어 지구 상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열대 폭풍입니다.
최전성기에 밀턴은 중심기압 897hPa, 최대풍속은 시속 285km에 달했습니다.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5등급 허리케인입니다.
처음에 미국 기상청은 이 허리케인의 위력을 최대 3등급으로 예상해 5등급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밀턴은 5등급으로 커졌고, 그 여세를 몰아 3등급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에 상륙했습니다.
극단적인 허리케인 급강화 현상입니다.
급강화 현상은 하루 만에 중심기압이 42hPa 이상 떨어지는 급격한 발달을 말하는데 그 기준을 두 배나 초과했습니다.
[존 모랄레스/미국 NBC 기상전문가] "10시간 만에 중심기압이 50hPa이나 떨어졌습니다. 정말 끔찍합니다."
밀턴에 앞서 불과 2주 전에는 강력한 허리케인 헐린이 플로리다를 강타했습니다.
형체도 없이 부서진 주택 잔해들이 허리케인의 위력을 말해 줍니다.
헐린은 상륙 직전 급강화 현상을 일으키며 최대 강도로 상륙했습니다.
2005년 카트리나 이후 미국 본토를 타격한 가장 치명적 허리케인으로 기록됐습니다.
두 허리케인으로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재산 피해는 7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됐습니다.
[클레어 눌리스/세계기상기구 대변인] "이젠 (이런 상황을 표현할) 형용사도 부족합니다. 전례 없는, 재앙적인, 역사적인, 기록적인 같은 표현이 끊이지 않습니다.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의 역사적인 정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줄줄이 출현하고 있는 급강화 허리케인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건 이례적으로 뜨거운 대서양입니다.
이것은 지난달 바닷물 온도를 분석한 건데요.
가장 짙은 붉은색은 수온 신기록을 경신한 해역입니다.
허리케인 밀턴과 헐린이 발달한 멕시코만의 수온은 역대 최고입니다.
대서양뿐 아니라 인도양도 역대 최고고요.
우리나라 주변과 서태평양도 역대 최고입니다.
전 세계 바다가 끓고 있는 원인은 이 그래프에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온을 보여주는 건데요.
올해는 관측 이후 최고인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 1위입니다.
기후변화 억제 목표인 1.5도 선도 한때 넘었습니다.
이러니 바다가 열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이런 바다에서 왜 급강화 현상이 더 강해지는지 중요한 원인을 찾았습니다.
허리케인이 일으키는 거센 파도가 부서지며 만드는 물방울, 즉 해양 분무 효과입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고온의) 물방울들이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겠죠. 상승 기류가 강하니까 빨려 들어간 물방울은 바로 태풍의 중심부로 가면서 굉장한 상승 기류와 태풍의 구조를 강화하는 데 에너지원으로 사용됩니다."
허리케인이 수증기뿐 아니라 데워진 물방울로도 열을 흡수해 폭발적으로 클 수 있다는 겁니다.
수온이 높으면 높을수록 해양 분무를 통한 허리케인 강화 효과는 더 강해집니다.
허리케인이 그렇다면 태풍도 그렇습니다.
역대급 수온을 기록한 서태평양에서도 올해 두 개의 급강화 태풍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9월 베트남과 중국 남부를 강타한 11호 태풍 야기, 이달 초 대만을 강타한 18호 태풍 끄라톤입니다.
태풍 야기의 피해가 극심했는데, 96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습니다.
서태평양의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한반도를 노리는 급강화 태풍의 위협도 커지고 있습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2016년 차바, 2003년 매미 등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태풍의 상당수가 급강화 태풍입니다.
전문가들은 수온이 더 올라가면, 힌남노 같은 초강력 태풍이 2030년대는 5년마다, 2050년대는 2~3년에 한 번꼴로 한반도를 강타할 위협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수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우리나라 바로 앞바다에서 갑자기 (태풍) 급강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죠."
연구진은 뜨거워진 세상에서 더 위험해진 태풍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과 태풍 대비 태세를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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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today/article/6648187_365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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