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은 왜 이렇게 빌런이 많을까?
인터넷에 떠도는 짤이 있다.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수도권 지하철 호선을 악마에 비유한 건데, 노이즈캔슬링을 뚫는 ‘굉음의 악마 5호선’, 10분 연착은 기본인 ‘왜곡의 악마 경의중앙선’, 완행과 급행 간 극단적 이중 자아를 보이는 ‘두 얼굴의 악마 9호선’, 콩나물시루를 연상시키는 ‘혼돈의 악마 2호선’ 등이다.
그중 최강은 ‘대악마로 불리는 1호선’인데 움직이는 할렘가, 지옥으로 가는 전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유튜브 댓글로 “1호선은 왜 최악의 지하철이 되었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정말 사람들이 1호선을 최악의 지하철로 생각하는지 왱 커뮤니티에 투표를 통해 알아봤다.
영상을 제작하는 이 시점에 왱구 여러분이 무려 1만1000명이나 투표해주셨는데, 결과는 예상대로 1호선 승리.(아니, 패배라고 해야 하나?) 67%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1호선은 어쩌다가 사람들에게 최악의 지하철로 낙인찍힌 걸까?
[첫 번째 이유. 빌런들의 소굴]
유독 1호선에는 소위 빌런이라고 불리는 질서 저해 승객이 많은데, 이게 1호선의 악명을 높인 주된 원인이다.
자르반 84세, 1호선 다크로드, 아키라, 사도세자, 각종 행상인과 포교인 등등. 이러다 보니 1호선은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다 같은 지하철인데 왜 유독 1호선에서 이런 풍경을 목격하게 되는 걸까?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양승우 교수
“1호선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의 특성하고 관련이 있다라고 생각이 되고요. 노인 연령층 그러니까 연령층이 높은 분들이 많이 타시는 거는 분명하고요”
"특히 우리나라는 65세부터 이제 공짜로 무료로 이용을 하실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래서 그분들과 관련된 크고 작은 소란이 1호선이 사실은 많은 거는 분명하죠. 그분들이 이제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러고 이제 시작하는 이 넋두리가 이제 1호선에 많죠”
그래도 특이한 행색으로 그저 남들 눈살 찌푸리게, 가끔은 헛웃음 짓게 하는 이상행동으로 그치는 경우는 다행인 편이다. 더 심각한 경우는 지하철 기물을 파손하는 원펀맨이나 좌석에 냅다 방뇨를 하는 소변남, 타 승객에게 폭력을 쓰기까지(!!). 절대 웃으며 볼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양승우 교수
“1호선의 경우에 주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을 하고 익명성이 높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고 범죄가 이어지기 전에 나타나는 반달리즘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물건을 부신다든지 노상방뇨를 한다는지 이런 것들이 더 많다고 봐야죠”
"다른 호선에 비해서 상업 지역을 많이 지나가는 경향이 있어서 주거 지역보다는 좀 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차원에서 기차역도 그런 공간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고 봐야죠"
1호선은 모든 호선 중 노인 이용률이 가장 높고, 동대문, 노량진, 영등포 등 상업 지역이나 서울역, 용산역, 수원역 등 기차역을 많이 지난다는 특징도 있다. 아, 물론 너무나도 당연하게 노인=빌런이라는 게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객관적인 통계를 확인해보니 예상과 좀 다른 부분도 있었는데 오히려 2호선이 최악의 지하철로 보였다. 작년 기준 지하철 호선별 민원 건수를 살펴보면 2호선의 민원량은 전체의 46%, 범죄 건수는 33%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는데 2호선은 불법 촬영 이슈가 유독 많은 곳이기도 하다.
반면 1호선 민원량은 전체의 2.8%, 범죄 건수는 10%밖에 되지 않았다. 1호선 타는 사람들의 신고의식이 약해서일까 아님 너무나 익숙해서? 1호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유독 강하게 박힌 건 1호선의 빌런 한명 한명의 아우라가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 노후화된 시설.(feat. 악취와 소음)]
1호선은 가장 길~고, 가장 역이 많~은 만큼, 가장 오래된 노선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오래된 시설과 노후화된 전철이 사람들이 기피 이유가 된다. 특히, 1호선 특유의 악취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노후화된 차량의 환기 문제, 앞서 말한 소변남과 직물시트의 만남 등 여러 이유로 코를 움켜쥐게 되는 악취가 제조된다.
그래도 아예 변화가 없는 건 아닌 게 직물 시트는 스테인레스 소재로 바뀌고 있고, 코로나의 영향으로 청소와 소독에 더욱 민감해졌으며, 차량 정비 등으로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다니 이건 더 지켜볼 일이다.
[세 번째 이유. 중간까지만 가는 행선지.]
1호선만 타면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은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행선지가 소요산행, 의정부행, 광운대역행, 구로행, 병점행, 천안행 등 급행까지 합치면 총 28개나 되기 때문이다. 1호선이 200km가 넘는 길이의 노선과 99개에 달하는 정거장을 지닌 탓에 어쩔 수 없는 문제긴 하다.
그래도 광운대역행이 3번 연속 도착하는 이런 상황이나, 구로역의 9개 승강장 중 알맞은 승강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선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운행사에서는 불편 요소를 줄이기 위해 민원 센터 간편화, 지하철 보안관 정책 등을 시행하고, 지하철 경찰대가 역내 상주하며 범죄를 잡아내고 있다. 노후화된 시설과 열차도 리모델링과 정비를 통해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1호선이 조금 특별한 노선이기는 한 게 한국 철도 역사에서도 어쨌든 지하철이 최초니까 되게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고요. 이게 최초에 만들어진 구간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낡은 거는 사실이기는 하거든요”
"노후화된 시설 같은 경우에는 개선을 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서울의 핵심적인 구간들을 지나간다고 보시면 서울에 있어서는 요충지입니다. 도로 쪽이나 이런 대중교통이 있어서 좀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데도 일조를 하고 있다고 보실 수가 있겠네요”
비록 1호선이 최악의 지하철이라는 오명이 붙었지만, 그렇다고 없어져선 절대 안 될 쓸모가 많은 호선임이 틀림없다. 부디 1호선이 이미지 쇄신해서 언젠간 대악마 1호선이 아닌 대천사라는 별명이 붙길 바란다.
아, 그러려면 먼저, “제~발 빌런 분들은 이번 역에서 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