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과 분홍빛 꽃송이, 4월 전남의 두 번째 봄

봄바람에 흩날리던 하얀 벚꽃잎이 모두 사라졌다고 슬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쪽 나라 순천에서는 이제 막 두 번째 봄의 막이 오르고 있습니다. 일반 벚꽃보다 보름 정도 늦게 피어나 더욱 풍성하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 바로 겹벚꽃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년고찰의 고즈넉함과 분홍빛 꽃송이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선암사 겹벚꽃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4월 중순부터 말까지, 오직 이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눈부신 사찰의 봄풍경 속으로 함께 떠나보세요!
선암사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조계산 도립공원 동쪽 기슭에 자리한 선암사는 계곡과 숲에 둘러싸인 깊은 산지 사찰입니다.
이곳의 역사는 두 가지 흥미로운 전승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는 6세기경 아도화상이 비로암을 세웠다는 설이며, 또 다른 하나는 875년경 도선국사가 창건하며 신선이 내려온 바위라는 뜻에서 사찰 이름을 붙였다는 설입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의천을 비롯한 수많은 고승에 의해 중창된 선암사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조계산 반대편의 송광사와 함께 순천 불교문화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곳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6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선암사 겹벚꽃

매년 4월 중순이 되면 경내를 가득 채우는 선암사 겹벚꽃은 대웅전 뒤편과 종무소 앞 일대에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반 벚꽃과 달리 꽃잎이 여러 겹으로 층을 이루어 피어나기 때문에 마치 분홍색 팝콘이 가지마다 가득 매달린 것처럼 풍성하고 화사한 인상을 남깁니다. 검은 기와지붕과 담장을 배경으로 늘어진 꽃가지들은 이곳의 대표적인 포토존으로 꼽히죠.
사찰 입구에서 만나는 무지개 형태의 홍예석교인 승선교(보물 제400호)를 지나 대웅전 뒤뜰까지 이어지는 산책 동선은 자연스럽게 선암사의 정취를 아우릅니다. 보물 제1311호인 대웅전과 삼층석탑 등 국가지정문화재 18점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객들에게 깊은 역사적 밀도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습니다.
선암매

겹벚꽃이 4월 중순의 주인공이라면, 그보다 조금 앞서 선암사를 빛내는 주인공은 바로 선암매입니다. 원통전 담장 뒤편에 자리한 이 오래된 매화나무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그 품격이 남다릅니다.
겹벚꽃이 피어날 즈음에는 매화는 지고 없지만, 대신 자산홍과 철쭉 등 다양한 봄꽃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경내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입니다.
선암사 겹벚꽃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셨다면, 꽃구경뿐만 아니라 사찰의 뒤편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야생 차밭과 울창한 삼나무 숲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공기는 꽃향기와는 또 다른 청량감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꽃잎이 겹겹이 쌓인 만큼 우리의 추억도 깊게 쌓이는 공간입니다. 인기 포토존마다 줄이 몰리므로 되도록 평일 이른 아침 시간을 노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본정보 및 주차안내

주차장과 입장료는 2020년 4월 이후 순천시의 정책으로 무료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선암사 겹벚꽃 시즌인만큼 주말에는 오전 10시만 되어도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로 인파가 몰립니다. 가급적 이른 오전에 방문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주차장에서 사찰 입구까지는 약 15~20분 정도 평탄한 숲길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편한 신발을 착용하시는 것이 좋으며, 승선교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 승선교 사이로 보이는 강선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잊지 마세요!
꽃은 기다려주지 않지만, 그 짧은 만남이 주는 감동은 일 년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벚꽃이 지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선암사 겹벚꽃의 향연 속에서 여러분의 2026년 봄날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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