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 리뷰: 20년 숙원 이뤄낸 아날로그 거장의 집념… '오펜하이머' 닮은 인간적 고뇌의 현대적 재해석

영화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0년 동안 품어온 영화적 꿈을 현실로 완성한 21세기 신화다. 구전설화의 원형이자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준 원작을 현대의 가치에 맞게 각색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시대에 맞게 재편집된 놀란 만의 해석 버전이다. 리더의 책임감, 책략가의 지혜, 전사의 용맹함, 승리의 성취감에 취한 영웅적 면모 보다, 한 인간의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현대식 재해석

각색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풀이된다. 첫째는 전쟁 영웅이라 불렸던 오디세우스가 아닌, 선택의 결과와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적인 인물로 그렸다. '오디세우스'는 '오펜하이머'의 고뇌와 닮았다. 오펜하이머를 결점투성이 인간으로 묘사했던 것처럼, 오디세우스에게도 신의 법을 어긴 대가에 짓눌린 나약한 인간의 얼굴을 투영했다.
둘째는 트랜스젠더, 다인종의 등장이 과도한 PC 의식이란 우려다.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서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개 전 아킬레스로 알려졌던 엘리엇 페이지는 형 대신 참전한 시논이다. 시논은 트로이 목마를 성 안에 들일 수 있도록 유인하는 역할로 죽음 후 오디세우스에게 일침을 날려 오디세우스의 고뇌에 일조한다.
또한, 오디세우스의 부하 중 한 명은 한국계 배우 윌 윤 리로 동양인의 모습이다. 트로이 전쟁의 도화선이 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의 미모도 원작과 달리 표현되며, 원작은 이부동생이었지만 영화는 쌍둥이 자매로 설정해 루피타 뇽오가 연기한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욕망과 미의 기준 변화다. 왕비 페넬로페는 출장 간 남편을 기다리며 독수공방하는 수동적 여인이 아니다. 20년 동안 쌓은 지혜와 노하우에도 왕이 되지 못하는 강력한 욕망이 드러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런 욕망은 아들을 소년에서 남성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20년 의 귀환 서사

10년 전 트로이 전쟁에 나간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에게 오래 걸릴 것을 예감하고 재혼하라며 떠났다. 이타카에서는 오디세우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공석인 왕위를 두고 원로들의 압박과 구혼자들의 청혼이 이어진다.
구혼자들의 리더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의 계략과 모멸감을 참다못한 아들이자 왕자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아버지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트로이 전쟁의 전우 메넬라오스(존 번탈)를 찾아 활약 소식을 듣고 돌아온다.
그 시각 오디세우스는 귀향길에 올랐다. 지친 병사를 이끌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정박한 섬에서 외눈박이 거인 키를롭스를 해친 대가로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게 된다. 바다의 신의 눈 밖에 난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이후 험난해지기만 한다. 이후 라이스트리고네스 족의 위협, 마녀 키르케의 주술, 세이렌의 유혹,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여섯 머리 달린 괴물 스킬라, 헬리오스의 소를 거치며 죽을 고비를 넘겨 고향에 도착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아이맥스로 봐야 할까?

놀란만의 재해석이 더해진 현대적 각색은 단순히 3천 년 전에 쓰인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스크린에 옮겨 놓은 성과를 넘어선다. 대서사시의 압축과 스토리텔링의 방향성을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기회다. ‘시간’은 이번에도 교차되고 편집되어 왜곡된다.
방대한 이야기를 172분에 녹여내는 재주는 고전 각색 이정표가 될 만하다. 귀향길에 나섰던 오디세우스가 서서히 기억을 되찾는 과정과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흔적을 쫓으며 듣게 되는 전설이 두 트랙으로 진행된다. 종국에는 오프닝의 음유시인과 연회 장면으로 돌아오며, 오디세우스의 귀환과 맞물려 수미상관을 이룬다.
인류 최고의 고전을 최신 기술을 집약해 스크린 앞에 세운 '오디세이'는 AI 시대를 역행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정수로 연출 철학과 집념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다. 최소한의 CG로 진짜를 담아내는 놀란의 집념은 여전하다. '인터스텔라'의 30만 평 옥수수밭, '덩케르크'의 옛 함선과 수많은 엑스트라, '테넷'의 격납고 비행기 폭발, '오펜하이머'의 핵폭발 등 실제 로케이션 및 세트 제작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오랜 아날로그 신봉주의자이자인 놀란은 IMAX 70mm 필름으로 91일간 촬영해 역사상 첫 아이맥스 필름 영화가 되었다. 무게감과 소음을 이겨내는 최신 기술을 도입해 경이로운 화면을 선사한다. AI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에 희소성은 전 세계적인 가치를 만들며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놀란 영화는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으며, '오디세이'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모든 장면을 촬영 때문에 충분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볼만한 가치가 커지는 작품이다.
평점:★★★★☆
글: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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