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MBC '시간', 스킨십 거부와 대본 수정이 무너뜨린 비극의 멜로

2018년 방송된 MBC 드라마 '시간'은 완성된 서사보다 다 채우지 못한 가능성으로 더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재벌 3세와 가족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여성이 죄책감과 연민, 사랑으로 이어지는 미스터리 멜로드라마였으나, 방영 전 불거진 태도 논란과 남자 주인공의 중도 하차로 작품의 흐름이 완전히 뒤흔들렸다.
이후 당시 배우 간의 사적인 대화가 보도되면서 제작 과정까지 다시 조명됐고, '시간'은 한 편의 드라마가 외부 요인에 의해 얼마나 크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본래 '시간'의 중심에는 죽음을 앞둔 천수호와 동생을 잃은 설지현의 역설적인 관계가 있었다. 거칠고 오정한 천수호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된다.
설지현의 동생 설지은이 호텔 수영장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고, 현장에 천수호와 약혼녀 은채아가 있었으며, 재벌가 변호사 신민석이 사건을 자살로 조작하면서 두 주인공의 운명은 얽힌다. 천수호가 남은 시간을 설지현을 돕는 데 쓰기로 결심하는 설정은 속죄와 사랑을 결합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었다.
문제는 이 관계의 감정적 축적이 충분히 완성되기도 전에 제작 현장의 변수가 서사를 압도했다는 점이다. 김정현은 제작발표회 포토타임에서 상대 배우 서현과의 팔짱을 거부했고, 행사 내내 냉담하고 굳은 태도를 유지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소속사는 시한부 인물에 깊이 몰입해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작발표회는 배우 개인의 감정만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라 작품과 상대 배우, 제작진을 함께 소개하는 공식 일정이라는 점에서 그의 태도는 쉽게 납득되기 어려웠다.
방영 중 김정현은 섭식장애와 공황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 건강 문제 자체는 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 주연 배우의 이탈이 진행 중인 작품에 미친 영향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제작진은 대본을 급히 수정해야 했고, 극의 중심에 있던 천수호는 당초 구상보다 이른 시점에 사망하는 방식으로 퇴장했다.
이 순간 '시간'은 속죄의 과정과 인물 관계를 치밀하게 완성하는 멜로드라마에서, 사라진 주인공의 빈자리를 수습해야 하는 작품으로 성격이 달라졌다.
3년 뒤인 2021년 공개된 언론 보도는 당시의 파행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했다. 보도된 카카오톡 대화에는 당시 김정현과 교제하던 배우 서예지가 스킨십 장면을 빼고 행동을 딱딱하게 하며 스태프들에게 인사도 하지 말라고 요구한 정황이 담겼다. 김정현이 이에 맞춰 감독에게 대본 수정을 요청했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제작발표회에서의 태도와 작품 속 스킨십이 거의 없었던 배경이 다시 논쟁의 대상이 됐다. 다만 사적인 대화의 의미와 책임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었으므로, 보도된 정황을 곧바로 확정된 사실로 단정하는 태도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배우의 사적 관계에서 비롯된 요구가 실제 연기와 대본 협의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 피해가 두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드라마는 작가와 감독, 상대 배우, 촬영 및 제작 스태프가 공동으로 만드는 결과물이다.
특히 멜로드라마에서 스킨십은 단순한 접촉이 아니라 관계의 거리와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연출 언어다. 이를 작품 내부의 논리가 아닌 외부의 통제로 배제하려 했다면 캐릭터의 설득력과 장면의 연속성은 손상될 수밖에 없다. 사생활의 갈등이 집단 작업의 규칙보다 앞서는 순간 작품 전체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 평가받은 배우는 서현이었다. 상대 배우의 태도 논란과 중도 하차, 반복되는 대본 수정 속에서도 그는 남은 촬영을 책임지며 설지현의 서사를 끝까지 이끌었다.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강한 집중력을 유지했다. 이는 단순히 감정적인 미담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역이 사라진 뒤에도 인물의 상실과 분노, 진실을 향한 의지를 이어가야 했던 서현의 과제는 제작 파행을 연기력으로 봉합하는 일이었으며, 그의 책임감이 없었다면 작품의 균형은 더 빠르게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의 가장 큰 비극은 극 중 천수호의 죽음보다 그 죽음에 이르는 서사가 충분한 시간을 얻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시한부라는 설정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묻기 위한 장치였으나, 현실의 제작 변수는 작품이 그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갈 기회를 빼앗았다. 6년이 지나 김정현이 한 시상식에서 서현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뒤늦은 사과가 이미 바뀐 대본과 소진된 현장, 훼손된 작품의 가능성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 '시간'은 배우의 프로 의식이 자신이 맡은 연기에서 끝나지 않으며, 공동 작업의 질서와 동료의 노동을 존중하는 태도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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