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대표 발언 중 야유에 "이게 민주당의 민주주의냐"

조현호 기자 2023. 3. 13. 20: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굴욕외교 규탄대회 정의당 대표 발언 야유에 반발
이현정 부대표 "정의당원 폭행까지 당해" "이간질 정치 못참겠다"
민주당 "우리 주최도 아니고, 지지자인지도 몰라"
황명선 대변인 "개인적으로 대신 사과" 송갑석 의원도 "사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주말 윤석열 정부 굴욕해법 규탄 집회에서 발언하는 도중에 야유를 쏟아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집회 참가자들의 행위를 두고 정의당이 반발했다.

정의당은 이것이 민주당의 민주주의냐, 성찰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그 참석자가 민주당원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의당의 반발에 거리를 뒀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11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규탄 발언을 위해 단상에 올라오자 야유가 터져나왔다. 이 대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오늘 아 자리는 굴욕적인 한일 회담을”이라고 하자 “우우우~~~” “내려와, 내려와”라는 야유가 이어지자 이 대표는 발언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사회자가 “저희가 오늘은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윤석열 굴욕외교를 심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그렇죠”라며 “한마음 한뜻으로 윤석열 굴욕외교 심판해야 하지 않겠느냐. 같은 뜻을 갖고 있다. 발언 경청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굴욕외교 협상을 심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다. 여러분의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달라”고 하자 참석자가 “민주당 당 대표 죽이려고 하고, 뭐 하는거냐”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사죄나 배상을 하라고 악 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냐'는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발언을 두고 “다른 나라를 식민지배한 나라들 중에 일본처럼 이렇게 반성 한 마디 없이 뻔뻔한 나라가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등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런 일본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라는 게 악쓰고 떼쓰는 일이냐”며 “이것이 한국의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한국의 관료에게 들어야 할 말이냐”고 비판했다.

국익을 우선에 내린 결단이라는 윤석열 정부가 주장에 이 대표는 “대체 무슨 국익을 말하는 것이냐”며 “한일 간 셔틀외교가 없었던 지난 13년 동안 한국 경제가 그것 때문에 망하기라도 했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 미국과의 정상회담 성사로 외교 치적을 쌓으려는 윤석열 정부가 역사를 바라보고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무력감을 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끝내고 내려오는데도 참석자들은 '이재명'을 반복적으로 외쳤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11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러 단상에 나오자 일부 참석자들이 야유를 보내자 잠시 기다리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에 정의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현정 부대표는 12일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의견이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당의 민주주의냐”며 “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르는 이정미 대표에게 적지 않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발언을 하기 힘들 정도의 야유를 보내고 위협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표는 “정의당의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당원들은 직접적인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며 “이 야유와 폭행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집회 현장에 모인 사람들이 같은 마음이었는데도 야유와 폭행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냐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취한 사람들에 대한 민주당 일부 당원과 지지자들의 분노가 정의당을 향해 쏟아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부대표는 “일본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에게 쏟아지고 있는 의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토요일 집회는 지지 정당과도 무관한 행사였다”며 “그럼에도 이정미 대표와 정의당 당원들에게 야유와 직접적인 폭행까지 가해진 것은 진영주의와 흑백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폐해”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대표는 “의견이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당이 지향하는 민주주의인가”라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이 상황에 책임을 자임하고, 자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도 지난 12일 “자당의 정치적 이득에 매몰된 오만하고 저열한 민주당식 정치에 매우 엄중하고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어제의 일이 처음도 아니었거니와 갈수록 심해지는 정도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 대변인은 “민주당은 극렬 지지자를 앞세운 편협한 이간질 정치 그만두라”며 “정의당 뿐만 아니라 함께 한 시민들에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고 최소한의 민주질서도 교란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그날 벌어진 일이 민주당의 책임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13일 오후 이현주 정의당 부대표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SNS메신저 답변에서 “그 집회가 민주당에서 주최한 집회가 아니다”라며 “오로지 민주당 지지자분께서 비판의 말씀을 하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상근부대변인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취한 데 대해 민주당원이 분노를 쏟아낸 것', '의견이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게 민주당의 민주주의냐'는 이현주 부대표 견해에 대한 질문에 “저 같은 사람에게도 정의당 외 국민의힘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야유와 조롱을 한다”며 “그렇다고 정의당과 국민의힘당 당원 및 지지자분들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이 상근부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을 보고 있자면, 민주당이 집권 여당 같아 보인다. 집권 여당 책임 정당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라고 답했다.

▲이현정 정의당 부대표가 13일 오전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이틀 전 이정미 대표의 굴욕외교 규탄집회 발언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일부 참석자들이 야유를 한 데 대해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이현정 페이스북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지난 12일 “정의당 대표가 올라오셨을 때 다 가버리시더라. 듣기 싫다고”라며 “권리당원들이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시민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다른 대변인은 개인적으로라도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3일 오후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관련해서 (집회 참석자들의 야유) 표현 자체는 안타깝다”며 “서로 존중하고 강제징용과 관련해서 함께 규탄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사과하라는 정의당 요구를 두고 황 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사과할지 부분은 논의된 바가 없다”며 “(우리 당원인지) 확인된 사실은 없다. 정의당은 마음이 불편하죠. 당의 공식 입장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대신이라도 (유감스럽다고 하고 싶은) 다들 그런 마음”이라고 답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12일 국회 백브리핑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집회 발언시 나온 야유를 두고 권리당원이 아니지 않느냐며 민주당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 영상 갈무리

황 대변인은 체포동의안 표결 가결 당론을 정한 데 따른 불편함 탓 아니냐는 질의에 “현장에 왔던 많은 분들(의 발언) 가운데서 그런 내용의 표현이 일부 있을지는 몰라도 함께 존중하는 입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대표에 지지자들이 그런 그런 감정을 드러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어떤 견해냐는 질의에 황 대변인은 “그럼요. 충분히 지적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황 대변인 개인이 대신해서 사과하고 싶다는 입장이냐는 질의에 그는 “그렇게 써도 좋다. 우리 당 입장은 아니다”라며 “정의당은 국민에 사랑받고 국민 위해 헌신하는 진보정당”이라고 덧붙였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지도부는 아니지만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중 한 명으로서 정의당과 이정미 대표께 사과드린다”며 “그날 집회 목적과 상관없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발언자를 모욕한 것은 광장에 모인 시민 모두를 모욕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그분들이 우리 당원이라면, 지지하는 민주당에게도 지지하는 정치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예의를 지켜달라. 다시 한번 정의당과 이정미 대표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썼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