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급발진 아니다”… 강릉 이도현군 사망 사고, 제조사 책임 인정 안 해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2024년 4월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도현(당시 12세) 군 사건에서 법원이 제조사 KG모빌리티(KGM)의 손을 들어줬다.

13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민사2부(재판장 박상준 부장판사)는 도현군 가족이 KG모빌리티를 상대로 제기한 9억 2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밟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자제어장치(ECU) 결함 및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미작동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도현군 가족은 사고 차량의 ECU 결함과 AEB 시스템 미작동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EDR(사고기록장치) 데이터를 근거로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고 직전 5초간 가속페달이 100%로 밟힌 상태였다는 기록을 인정하며, "설령 ECU 오류가 있었다 해도 가속페달 신호 자체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AEB 작동 조건이 '가속페달 60% 이상 입력 시 해제'인 점에 따라, AEB 미작동도 차량 결함이 아닌 정상 반응이라고 판단했다.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모습(출처: 강릉소방서)

도현군 가족 측은 변속 조작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고 당시 '철컥' 하는 음향을 근거로 "운전자가 D→N, 이후 다시 N→D로 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는 국과수 감정 결과와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았다는 점도 제조사 측 손을 들어준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브레이크 신호 회로가 ECU와는 독립돼 있다는 점을 들어 전자장치 결함 주장을 배척했다.

판결 직후 도현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그는 "오늘 판결은 진실보다 기업의 논리를 선택한 결과"라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도현이에게 승소 소식을 전하고 오겠다고 다짐했기에,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며 항소와 함께 제조물책임법 개정 운동도 추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해당 사건은 약 30초에 걸친 급가속 현상과 할머니 운전자의 "이게 왜 안 돼, 도현아"라는 블랙박스 음성이 공개되며 급발진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던 사례다.
 13일 오후 강원 강릉시 난곡동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고(故) 이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판을 마친 뒤 오열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이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도 국내 최초로 사고 현장 실도로 재연시험, 음향 분석, ECU 전문가 법정 증언 등 다각적 검증이 이어졌다.

그러나 법원은 모든 과학적 분석 자료와 시뮬레이션 결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 조작 실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제조사 측은 줄곧 "EDR 기록과 차량 반응은 설계대로 작동했으며, 기계적 결함은 없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이번 판결은 유족뿐 아니라 수소차·전기차 등 첨단 전자제어 차량의 사고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판단 기준에 대한 공론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EDR과 ECU의 상호작용, 변속 조작 여부에 대한 법원 해석 기준이 이후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