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디지털 개인교사'

카카오톡 친구 초대하는 법, 송금하는 법, 사진 편집하는 법, 앱 설치하는 법 등 일상 속 디지털 활용은 누구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데요.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디지털 교육과 체험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 ‘디지털 개인교사’ 역할을 하는 '디지털배움터 거점센터'인데요.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햄버거 주문? 온라인 쇼핑?
우리 동네 ‘디지털 개인교사’가
언제든 가르쳐줍니다
10월 7일 서울 강동구 소재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 내 디지털 체험존의 모습. 디지털 기기 체험을 위해 모인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사진 C영상미디어

백발의 노신사가 키오스크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서툴게 스크린을 터치하더니 직원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치즈버거까지는 시키겠는데 친구들 메뉴까지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주문하는 건 어렵네요. 이제 결제하면 되는 거죠?”
“매장에서 식사할 건지, 포장할 건지 선택하신 다음에요. 거기는 번호표 나오는 곳이고요, 카드는 이쪽에 꽂으시면 돼요. 자, 이제 번호표 가지고 테이블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햄버거 가게의 풍경이 아닙니다. ‘디지털배움터 거점센터’ 중 하나인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 내 디지털 체험존의 모습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13일 전국 36개 지역에 디지털배움터 거점센터를 지정했습니다. 2020년부터 운영 중인 디지털배움터를 개선한 것으로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 누구나 평일 일과시간 언제든 디지털 교육과 체험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시설입니다. 우리 동네 ‘디지털 개인교사’가 생긴 셈입니다.

강사 상주… 디지털 상담부터 체험까지

10월 7일 찾아간 디지털 체험존은 디지털 기기 체험을 위해 모인 어르신들로 북적였습니다.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에서 스마트폰 활용법을 강의하는 송상미 강사는 “그간 이 같은 상시 체험 공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면서 “방문 연령대는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며 주택가와 접근성이 높아서 하루에 많으면 100명 정도가 다녀간다”고 했습니다.
방문자들은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태블릿을 이용한 메뉴 주문 방법도 꼼꼼히 익혔습니다.

“마라탕에서 마라샹궈로 바꿀 때는 어떻게 하나요? 아, 제가 다시 한 번 해볼게요. 이걸 먼저 취소한 다음에….”

강동구에 거주하는 이수진(73) 씨는 “요즘 식당에 가면 가장 어려운 게 주문하는 것”이라면서 “오늘 두어 번 해보니 앞으로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이어 “거점센터가 집 근처라 오가며 연습할 생각”이라면서 “강사님이 옆에서 일일이 가르쳐주니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고덕동에 산다는 송판달(78) 씨는 “오늘 처음으로 이곳에 방문해 키오스크 주문을 연습해봤다”면서 “아무 때나 혼자 와서도 연습해볼 수 있다고 하니 몇 번만 더 해보면 앞으로 식당에서도 무리 없이 음식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단 메뉴 주문 방법만 익힐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디지털 체험 에뮬레이터에서는 쇼핑 애플리케이션(앱)과 콜택시 앱 서비스도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스피커도 써볼 수 있습니다. “아리아, 안녕”하고 말하고 3초 뒤 질문하면 됩니다. 주문에 따라 최신음악과 뉴스를 바로 틀어줍니다.

즐길거리도 다양합니다. ‘AI를 활용한 나만의 캐리커처 제작 및 인화’는 체험존에서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설치된 카메라에 얼굴만 갖다 대면 캐리커처로 만들어 즉석에서 인화해줍니다. 나만의 스타일 체험도 인기입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얼굴에 맞는 헤어스타일 추천, 스타일링, 염색 등 맞춤형 뷰티 솔루션을 제공해줍니다. 결과물은 카카오톡으로 전송받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AI 시선 추적 성격 검사를 통해 MBTI 검사 체험 및 직업 추천을 받을 수 있으며 스마트 유산소 운동기인 엑서홈(exer home)으로 체력 단련도 할 수 있습니다.

거점센터의 창구에는 두 명의 강사가 상주합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신하얀 보조강사는 “이 시간 동안 디지털 관련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 편하게 물어보면 된다”면서 “어르신들이 주로 하는 질문은 카카오톡 친구 초대하는 법, 송금하는 법, 사진 편집하는 법, 앱 설치하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스마트 유산소 운동기인 ‘엑서홈(exer home)’으로 체력 단련 중인 어르신. 사진 C영상미디어
지역 시설 계층별 특화 교육도

디지털배움터는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 강연장입니다. 스마트폰의 이해와 활용, 스마트폰을 활용한 안전한 금융거래, 3차원(3D) 프린팅 기초와 실습 등 다양한 과정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간 고령층·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포함한 국민 287만 명이 여기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일반 국민 대비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76.9%)은 2019년(69.9%) 대비 7%포인트 올랐습니다.

그러나 디지털배움터에서 상시적인 교육은 어려웠습니다. 디지털 제품의 직접적인 체험·실습 부족 등 일부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도 있었습니다. 거점센터를 지정하게 된 배경입니다.

이번에 지정된 전국 36개 센터에서는 ▲무인 단말기 및 병원·금융 앱 활용 방법, 사기전화 예방 등 실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교육 상시 제공 ▲언제든 찾아와서 스마트폰 이용법 등에 대해 일대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움창구운영 ▲디지털 기기·서비스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디지털 체험구역도 운영합니다.

과기정통부는 거점센터에 방문하기 어려운 국민들의 교육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경로당, 복지관 등 3000곳 이상의 지역 시설에 찾아가 계층별 특화 교육도 제공 중입니다. 또한 민원 발급, 음식 주문·결제, 교통 서비스 등 실생활에서 자주 활용되는 무인 단말기·앱을 실습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5종)를 개발·지원하고 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위한 학습 자료와 온라인 교육 자료를 제작·보급합니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AI·디지털이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디지털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나아가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면서 “디지털배움터 거점센터는 디지털 포용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주춧돌이며 국민 누구나 실생활에서 무인 단말기, 모바일 앱 등을 불편 없이 이용하고 생성형 AI 등 첨단 디지털의 활용 역량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배움터 거점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세부 사항은 디지털배움터 누리집(디지털배움터.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화도움창구(1800-0096)를 통해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