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국내 출격…주사제 공포에 '먹는약' 경쟁도 과열

홍효진 기자 2024. 10. 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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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오늘 국내 상륙
"주사제 무서운데…가격도 비싸" 지적도
국내외 신약기업 '먹는 비만약' 개발 집중…시장규모 4조 전망
글로벌 경구용(먹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꿈의 비만약 '위고비'가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비만치료제 '삭센다' 대비 효과와 복용 편리성이 높아 큰 수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사제 거부감을 극복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먹는 약' 경쟁도 국내외 시장에서 과열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국내 유통사 쥴릭파마코리아는 이날부터 국내 병·의원 및 약국을 대상으로 위고비 물량 접수를 받고 있다. 위고비는 2018년 국내 출시돼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비만약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매일 투여) 대비 주사 투여 횟수는 적지만(주 1회 투여) 효과는 2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도 병·의원을 통해 위고비를 사전 예약하는 등 국내 열풍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주사제란 특성상 거부감이 여전한 데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가격은 4회(4주) 투약 가능한 펜 주사기 하나에 37만2000원이다. 그러나 이는 병·의원과 약국 공급가격으로 소비자 가격은 70만~100만원대(비급여)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지에 게재된 사우스플로리다대 모르사니 의과대학 연구진의 논문에도 GLP-1 치료제의 높은 가격을 반영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연구진은 지난해 기준 GLP-1 치료제 평균 소매가격과 2015년 비만수술 비용을 비교(2015년 수술비용에 인플레이션 반영 후 작년 가치로 환산), '약물비용이 수술비용과 같아지는 시점'을 계산했다. 그 결과 위고비·삭센다 등 일부 GLP-1 치료제의 지속적인 사용 비용은 1년 안에 루앙와이 위 우회술, 9개월 내에는 위소매절제술 비용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앙와이 위 우회술은 위를 작게 만들고 음식물이 내려가는 길을 소장으로 우회하는 방식, 위소매절제술은 위 용량을 줄이는 대표적인 비만치료 수술법이다.

이에 복용이 편하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경구약의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외 기업은 '먹는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바이오렉시스는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BLX-7006'을 개발 중으로 내년 임상에 진입한다.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해당 약물을 투약한 비만 쥐 모델은 28일 만에 체중이 15% 감소했다. 저분자 합성약물이라 경구용 개발에 용이하고 생산단가도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오르소바이오도 경구용 치료제 'TLC-6740'의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오르소바이오는 지난달 6700만달러(약 9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저분자 GLP-1RA 기반 경구용 비만약을 개발 중인 국내 DXVX(디엑스앤브이엑스)는 현재 후보물질들의 전임상을 위한 대량생산을 마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2031년 NDA(신약승인신청), 같은 해 말 출시가 목표지만 임상 초기 기술이전을 희망하며 개발 중"이라며 "복용 편리성과 가격 경쟁력, 용이한 복합제 개발 등 강점으로 시장 확장에 유리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도 경구용 치료제 'DD02S'의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제형에 상관없이 부작용 우려는 식지 않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도 경구용 비만약 '몬루나반트'를 개발 중이지만, 임상에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 몬루나반트는 대사·식욕조절과 관련된 CB(카나비노이드)1 수용체를 저해하는 약물로 지난해 노보 노디스크가 캐나다 인버사고 파마를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에 인수하며 확보했다. 243명 대상의 임상 2a상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의 체중은 복용 16주 만에 평균 6.4% 감소했으나 약물 용량을 늘리면 불안·초조·수면장애 등 부작용도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꿈의 비만약이라는 위고비 주사제도 구토·설사·복통·췌장염 등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차별화된 제형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다 약물 자체의 안전성을 끌어올리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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