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을 앞두고 택배가 하나 왔습니다. 보낸 사람 이름이 낯익었습니다.이십 년 전에 같이 일하던 후배였습니다. 상자를 열어 보고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흔한 선물세트가 있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식용유 세트였습니다. 그런데 상자 옆면에 손으로 쓴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때 배운 것으로 아직 먹고산다는 짧은 문장이었습니다. 무엇을 가르쳤는지 저는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그 후배를 잘 대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 저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실수하면 사람들 앞에서 크게 나무랐습니다. 일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모질게 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배가 조용히 회사를 옮겼을 때도 붙잡지 않았습니다. 그때 일이 그제야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연락처를 찾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수첩을 뒤져 옛 번호를 찾아냈습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 문자를 보냈습니다. 잘 받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적었습니다. 답장은 금방 왔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서 부끄러움이 오래 남았습니다.

받은 것보다 준 것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기억해 준 쪽은 후배였습니다.다음 명절에는 제가 먼저 보내려고 합니다. 늦었지만 그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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