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따위’ 인간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책은?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6. 5. 1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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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독자 되는 법

한소범 지음, 유유 펴냄

“오늘의 당신을 ‘이따위’ 인간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책은 무엇인가요?”

책이 독해력과 어휘력을 길러주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책은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해주는가. 역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확실한 것도 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덕후’의 특징일 수 있는데, 책 자체만큼이나 책을 둘러싼 이야기에도 흥미를 보인다. ‘망한’ 독서 얘기라면 어떨까? 벌써 웃긴다.〈독자 되는 법〉은 그 지점에서 정확히 재밌는 책이다. 매주 성실하게 서평을 써낸 기자도 책 때문에 좌절한다. 더 많이 읽지 못해서, 끝까지 읽지 못해서, 유명하다는 책을 읽지 않아서, 10분 책 읽고 20분 릴스 봐서, 사실은 ‘팬픽’을 좋아해서. 이 “줏대 없는” 그래서 “복잡한 독자”의 독서력이 다른 독자를 격려한다. 끝내 읽는 사람의 이야기가 건네는 용기가 있다. 덕분에 책과 삶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그 작은 몸 어디에 눈물이 그리 흔한지

김종광 지음, 걷는사람 펴냄

“애써 남겨두지 않으면 안 될 민중의 삶을 이렇듯 예사롭지 않은 감각과 강한 생명력으로 풀어내다니.”

지은이는 전작 장편소설(〈산 사람은 살지〉)에서 홀로 남은 어머니의 일기를 바탕으로 70대 여성의 삶을 그렸다. 이번 장편소설에서는 아버지의 생애를 전면에 내세운다. 소설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소설가 아들의 꿈속에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는지 묻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버지가 남긴 잡기장과 반장일지 등 유품을 단서 삼아 한 인물이 통과해온 삶의 궤적을 그려낸다. 작가는 2019년부터 이 소설을 썼다. 첫 번째 제목은 〈농광축이 김동창 뎐〉이었다. ‘농’사를 짓고 ‘광’부로 25년 동안 일했고, 소를 40년 키운 ‘축’산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농촌 현대사를 익살이 담긴 언어로 풀어낸다. 삶의 터전으로서 시골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AI에게 뭐든 물어보는 너에게

구본권 지음, 북트리거 펴냄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상관없다. 어쩌면 어른이 읽기에 더 적합하다. 이 책이 잘 쓰여서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인공지능(AI)의 여파가 모두에게 동시에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파의 강도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AI 시대를 대하는 청소년과 어른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 AI가 만든 작품도 예술일까, AI가 정치를 한다면 더 공정할까, AI가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등 저자가 던지는 열두 가지 질문은 모두에게 유효하다. AI 의존도를 돌아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슬기로운 AI 토론 가이드, AI를 삶의 도구로 활용하는 법 등 읽고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꼭지가 마련돼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괴물의 시대

서재정 지음, 창비 펴냄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항상 불안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는 사실 트럼프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이미 1980년 대선에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중산층 백인 가족을 중심에 두는 보수적 가치를 복원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우선’을 내세우며 힘에 기반한 현실주의를 추구한다. 오랫동안 국제정치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트럼프 행정부 2.0’의 등장을 ‘괴물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다. 기존 안보 구도가 강제해온 질서를 흔들고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젖힐 기회라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전략적 상상력이다. 군사력에 의존하는 ‘힘을 통한 안보’를 넘어, 평화 체제로 이행해가는 장기적 구상이 우리에게 절실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크 팩터

벤야민 E. 힐비히·모르텐 모스하겐·잉고 제틀러 지음, 박규호 옮김, 은행나무 펴냄

“나는 그럴 권리가 있다고 정당화한다.”

‘다크 팩터’는 타인을 희생시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심리학적 기제다. 이기심, 가학성, 탐욕 등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이 여기서 기인한다. 높거나 낮은 수준 차이가 있을 뿐, 이런 다크 팩터는 모두에게 존재한다. 저자들은 실증적 데이터 연구로 다크 팩터를 높게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타인을 희생시켜 얻는 이익은 장기적으로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얻는다. 국가별·세대별·성별 차이를 비교하고, 지능이나 교육 수준과의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특히 성별·세대별 차이를 분석한 대목이 흥미롭다. 궁극적으로 저자들은 다크 팩터가 기능하지 못하게끔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권석준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그 창문이 열려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중국 반도체와 AI 산업을 둘러싼 평가는 여전히 극단으로 갈린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자본과 국가적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이 기술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지만 다른 쪽에서는 중국의 시도가 결국 구조적 취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국 대표 반도체 전략가로 불리는 저자는 이 엇갈린 평가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출발해 중국 ‘반도체+AI 산업’이 어느 지점에 있고 그 팽창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정밀하게 추적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특정 반도체 기업들의 에피소드를 넘어 중국 산업 전반의 구조와 한계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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