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게임체인저’ 하이마스보다 낫다…천무 72대 폴란드 수출 [박수찬의 軍]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보급로를 집중타격해 명성을 떨친 미국산 하이마스(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보다 우수한 천무 다연장로켓이 폴란드에 또다시 수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5일 폴란드 군비청과 천무 발사대 72대, 사거리 80㎞ 유도탄(CGR-80), 290㎞ 유도탄(CTM-290)에 대한 2차 실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16억4400만 달러(약 2조226억 원) 규모다.
이번 계약은 올해 6월과 11월까지 당국간 별도의 금융계약이 이뤄져야 효력을 발휘한다. 천무의 성능과 신뢰성, 계약 이행 능력 등을 폴란드가 인정하지 않았다면 2차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美 무기와 같은 개념, 성능은 앞서
다연장로켓은 단시간에 넓은 지역을 로켓 여러 발로 제압하는 무기다.
서방에서 다연장로켓 표준은 미국산 M270과 하이마스다. 미군은 다연장로켓을 세계 어느 곳이든 신속히 전개, 적 후방을 정밀타격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M270은 로켓탄과 에이태큼스(ATACMS) 전술탄도미사일로 최대 300㎞ 거리까지 타격할 수 있다.
궤도형 차체를 쓰는 M270은 수송기 운송이 불가능하다. 발사대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유도로켓을 사용해 화력 약화를 최소화하고, 오시코시 중형전술트럭을 사용해 기동력을 높인 것이 하이마스다.
2015년 한국군에 전력화되고 폴란드에 수출되는 천무는 M270과 하이마스의 개념을 반영하면서도 성능은 더 우수한 다연장로켓이다.
발사 후 재장전도 매우 신속하다. 북한 대구경방사포는 별도의 장전장치로 로켓탄을 1발씩 재장전한다. 천무는 발사대 상부에 크레인이 내장되어 있고, 필요 시 포드를 쉽게 바꿀 수 있어 재장전 속도가 북한보다 훨씬 빠르다.
표적 특성과 작전 성격에 따라 다양한 로켓탄을 사용한다. 자탄 수백개를 살포하는 232㎜ 로켓탄은 자폭 기능을 갖춰 목표 제압 외의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한다.
정밀유도를 통해 80㎞까지 날아가는 239㎜ 로켓탄은 위성항법체계(GPS) 등을 사용한다. 천무는 이러한 로켓 6개를 한데 묶은 포드 2개를 탑재할 수 있다.
향후 성능개량을 통해 만들어질 천무-Ⅱ는 280㎜ 로켓과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Ⅱ를 운용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 핵심기술 개발과 업체 차원의 투자로 개발되는 280㎜ 로켓은 탄두에 보조날개가 있었던 기존 로켓과 달리 동체 뒤쪽에만 날개가 있다. GPS 수신율을 높이고 비행성능을 개선해서 명중률 향상을 꾀하려는 의도다.
280㎜ 로켓 4개를 묶은 포드 2개를 장착하면 150∼160㎞ 떨어진 표적이나 넓은 지역에 분산배치된 적군을 타격할 수 있다.
램제트나 덕티드로켓처럼 크기를 소형화하면서 대구경탄을 더 멀리 보내는 고성능 추진기관 설계·제조기술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사거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천마의 폴란드 수출형은 호마르(HOMAR)-K로 불린다. 사거리가 각각 80㎞인 유도로켓과 290㎞인 CTM-290 전술미사일로 구성된다. 차체는 폴란드 젤츠(Jelcz) 차량을 사용한다.
CTM-290은 KTSSM을 토대로 개발된 수출형 무기다. 폴란드와 인접한 러시아는 북한군처럼 고강도 콘크리트 벙커를 국경에 세우지는 않는다. 침투관통탄이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탄두를 고폭탄으로 바꾸고, 중량을 줄이고 사거리를 늘려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가 허용하는 범위(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를 충족했다.
지난 24일 충남 안흥 국방과학연구소(ADD) 시험장에서 파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차관 등이 보는 가운데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폴란드 방산업체 PZG 그룹 산하 메스코(MESKO) 공장에서 생산되는 122㎜ 로켓도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폴란드 정부는 천무 2차 계약 체결을 공개하면서 “122㎜ 로켓탄을 발사대에 쓸 수 있는 운송 및 발사 컨테이너를 생산할 능력을 획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가 만드는 M-21 122㎜ 무유도로켓은 러시아산 BM-21, 체코산 RM-70 다연장로켓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집속탄은 32㎞, 고폭탄은 41㎞를 날아간다.
향후 폴란드는 호마르-K와 미국산 하이마스에 쓸 탄약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연장로켓은 발사대보다 탄약 확보에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군 관계자는 “다연장로켓 발사체계가 전체 비용의 10%라면, 나머진 모두 탄약 비용”이라고 말했다.
로켓탄은 소모량이 매우 크다. 우크라이나에서 쓰는 하이마스는 6발짜리 포드 1개로 구성된다. 이걸로 일제 사격 한 번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초에 불과하다.
하루 내내 포격하려면 막대한 탄약이 준비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에서 폴란드 거점을 거쳐 1000㎞에 달하는 도로를 달린 끝에 도착한 보급대에서 로켓탄을 받고 있다.
그나마도 도로 사정과 러시아군 공습 위협 등으로 전선에 도달하는 수량은 부족하다. 소모량에 비해 보급되는 양이 적으면 병참 효율이 떨어진다.
메스코의 자료에 따르면, 폴란드군 다연장로켓에 사용할 수 있는 탄은 M-21 122㎜ 로켓탄 외에는 없다. 하이마스나 호마르-K를 쓰려면 미국이나 한국에서 로켓탄을 구매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겪은 보급상의 어려움을 잘 아는 폴란드로선 국내 생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기술을 축적하는 효과도 있다.
폴란드가 한국산 유도·무유도로켓 개발 및 대량생산 기술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천무는 루마니아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는 폴란드와 유사한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폴란드 수출 프로그램이 하나의 전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폴란드에서의 성과는 한국이 유럽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해외 방위산업 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위산업에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국가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천무 다연장로켓의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유럽에 출현했다.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스가 개발한 펄스(PULS) 다연장로켓이 그것이다.
펄스는 러시아산 그라드 122㎜ 로켓과 160·306·330㎜ 로켓, 370㎜ 미사일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최대 300㎞까지 타격한다.
370㎜ 프레데터 호크 미사일은 공산오차 10m의 정밀도를 갖췄다. 발사 후 8분 만에 300㎞ 떨어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발사 임무는 시작 후 1분 이내에 실행이 가능하다.
이베코나 타트라처럼 유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트럭에 발사대를 탑재하는 방식이라 가격이 낮다. 주문이 밀려 인도시기가 늦어지는 하이마스보다 훨씬 빨리 인도받을 수 있다. 이미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등이 주문했고 잠재적 고객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실질적 리더 미국도 폴란드에 하이마스, F-35A,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M1 전차, AH-64 공격헬기 등을 판매했다. 이탈리아는 하이마스, 체코는 F-35A 판매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는 협력 관계인 폴란드가 한국에서 습득한 기술을 발전시켜 경쟁자로 등장할 위험도 있다.
방산 수출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으로선 기술이전이나 현지 생산에 대해서 선진국보다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폴란드처럼 공업력을 갖춘 국가라면 이전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한국산 K-9 자주포를 도입하고 K-2 전차 기술을 획득한 뒤 세계 시장에서 판매를 시도한 바 있다.
폴란드도 옛소련 무기 기술을 활용해 수출을 한 바 있다.
러시아산 이글라 휴대용지대공미사일 기술을 토대로 만든 그롬(GROM)을 현대화한 피오룬(PIORUN)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였다. 이후 발트 3국과 조지아 등에 수출됐다. 냉전 시절 만들던 옛소련 T-72 전차를 현대화한 PT-91 전차는 말레이시아에 판매됐다.
이같은 실적에 비추어 보면 폴란드에 천무 다연장로켓에 쓰이는 로켓탄 관련 기술을 이전했을 때, 폴란드는 신형 로켓탄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마스와 호마르-K를 대량 도입한 폴란드로선 국내 수요 충족이 우선이겠지만, 수출 시장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연장로켓 체계에서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로켓탄인데, 이 분야에서 경쟁자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술 연구개발에 투자를 지속해 폴란드 등 잠재적 경쟁자와의 격차를 꾸준히 벌리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수주에 만족할 때가 아닌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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