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콜로세움 입장권
‘봇 사재기’에 칼 빼든 공정위
323억 과징금 부과
로마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표 구하기 전쟁’. 그 중심에 있던 콜로세움 입장권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가 티켓 사재기와 가격 부풀리기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AGCM은 8일(현지시간), 콜로세움 입장권 공식 판매처인 ‘쿱컬처(CoopCulture)’와 대형 여행사 6곳에 총 2천만 유로(약 32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쿱컬처는 자사 투어 상품 판매를 위해 일반 입장권을 별도로 확보해두고, 티켓 대량 구매를 시도하는 봇(bot)을 차단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700만 유로(약 113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이번 조치로 드러난 실태는 충격적이다. 대형 여행사들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이 풀리자마자 대량 구매했고, 일반 방문객은 공식 판매처에서 정상 가격으로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결국 많은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정가의 2~4배에 달하는 투어 패키지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콜로세움 입장권의 정상가는 18유로(약 2만9천 원)지만, 가이드 투어나 우선 입장 옵션이 포함된 상품은 최대 74유로(약 11만9천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심지어 현장에서는 암표상들이 50유로에 표를 판매하며 줄서기 대기 시간을 피하고 싶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실상 ‘공식처럼 굳어진 재판매’ 행태가 이뤄졌다.
지난해부터 반복된 이 같은 불공정 판매 방식에 대해 이탈리아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고, 이번 과징금 조치로 본격적인 규제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실제로 입장권이 발행되자마자 사라지는 현상, 수 시간씩 이어지는 현장 줄서기, 공식 사이트보다 대행사 사이트에 먼저 등장하는 티켓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AGCM은 “공식 판매처가 봇 차단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점, 여행사들이 의도적으로 티켓을 묶어 비싼 상품으로만 판매한 점 모두 소비자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향후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관광객 편의 개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던 이들 역시 “표 확보 자체가 어려워 단체 일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조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주밀라노 총영사는 “위조된 입장권 피해도 빈번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여행객들의 피해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