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교제폭력법안 발의 족족 ‘폐기’ [시사기획창/죽어서야 헤어졌다]⑧

이승준 2024. 9.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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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죽어서야 헤어졌다' 중에서]

"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살던 자매가 지인 남성에게 차례로 살해당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동생의 남자친구를 유력 용의자로 판단하고 검거했습니다."

"여자친구와 언니를 살해했던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4년여 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당진 자매 살인사건.

가해자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그 언니를 모두 목졸라 살해하고, 차량과 카드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2022년 가해자에 대한 무기징역이 확정됐습니다.

<녹취> 나종기/당진 자매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2022년 1월)
범죄자의 세상 아닙니까. 범죄자는 법에서 보호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치료해주는데, 피해자인 저희들은 누구 하나 돌봐주는 사람 누구 있습니까?

자살까지 시도했던 두 딸의 아버지 나종기 씨는 최근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나종기/당진 자매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저한테는 자식이라고 딸 둘이 있잖아요. 다 잃었어요. 그런데 제가 살 의미가, 돈 벌 목적이 없잖아요. 하나의 목적이 사라진 거죠. 집에 가서 잠깐 생각나서 잠들어 버리면 그다음 날 날이 밝잖아요. 새벽에 또 나오고. 그거예요. 사는 목적이 잊기 위해서 사는 거지, 지금은. 현장에 일하는 것도 애들 잊기 위해서. 그런데 잊혀지지가 않더라고요.

<인터뷰>나종기/당진 자매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따님들 돌아가시기 전에 환갑이셨다고)생애 처음으로 현금 50만 원 하고 꽃 상자에 담아놓은 거 제가 지금도 제 차에 실려있어요. 지금도 제 차 트렁크에 현금하고 꽃 시들어진 거 갖고 있어요.

나 씨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슷한 피해가 계속 이어지는 현실이 허망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나종기/당진 자매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2020년 6월 25일 날 애들이 사망을 했잖아요. 그때 당시 제가 언론에 떠들고 하니까 뭐 조금 떴다가 다시 가라앉았어요. 그리고 저는 재판 따라다니고 뭐하고 병원이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해서 그럴 경황이 없었죠.
(법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기대 안 하셨어요?) 했었죠. 아마 이 정도 됐으니까 그냥 뭐 잘 통과 안 되겠는가, 법이 만들어질 거라고 저는, 국회에서 잘하겠지하고 재판에만 몰두한 거죠. 그런데 실상 보니까 여태껏 해 놓은 게 아무 것도 없어요. 하나도 변한 게 없고. 그냥 관대처분.

19대 국회 이후 발의된 교제폭력 법안은 모두 9건.

교제살인 방치책으로 거론된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와 가해자 피해자가 즉각 분리될 수 있게 하는 '적극적 보호조치'를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인터뷰> 표창원/전 국회의원, 20대 국회 교제폭력법안 발의
우선은 젠더적 사안, 이게 결국은 여성 중심으로 여성은 피해자로 보고 남성은 가해자로 보는 거 아이냐는 어떤 시각, 또 하나는 왜 폭행 중에서 이 교제나 관계와 관련된 폭행은 별도로 다루느냐, 폭행은 다 폭행이지,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러면 이것은 선순위 법안도 아니고 정치적 법안도 아니고 담론이 집중된 것도 아닌데 쟁점이 있으니 나중에 합시다. 법안소위까지 안가는 거죠.

올해 개원한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는 소식에 나 씨가 국회를 찾았습니다.

<인터뷰>나종기/당진 자매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단걸음에 쫒아간거죠. 쫓아가서 어떻게라도 실타래 잡아서 조금 풀어보려고요. 저는 이미 애들을 잃었지만, 저같은 피해자가 다시 안 나와야 되잖아요. 이 나라에서…

<녹취> 나종기/당진 자매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저는 늦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게 가정폭력 교제살인사건이라는 게 너무나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아요. '내 동생이다, 내 누나다, 내 어머니다'라고 하는 바람으로 한번쯤은 돌아봐 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방송일시 : 2024년 8월 27일 (화)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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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sail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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