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처음 배우고 '기생충' 오디션 최종까지 가다 탈락한 여배우 근황

미대생에서 글로벌 스타로…배우 고윤정이 증명한 ‘벽을 깨는 성장법’
고윤정 졸업사진

배우 고윤정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그 바탕에는 미술 학도 시절 마주한 한계와 생애 첫 오디션이었던 영화 '기생충'에서의 탈락, 그리고 이를 자양분 삼아 이뤄낸 치열한 노력의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

고윤정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미술을 시작해 미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여대 현대미술학과(서양화 전공)에 진학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술 외길을 걸었다. 그러나 대학 진학 후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전국에서 모인 쟁쟁한 인재들 사이에서 "나만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깊은 한계를 느꼈고, 평생을 바쳐온 미술이라는 길 앞에서 이른바 '벽'에 부딪히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방황하던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로 사진학과 선배의 제안을 받아 대학 전문 잡지 '대학내일'의 표지 모델로 나서게 되었다. 이 사진 한 장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잡지가 발행된 후 각 매니지먼트사에서 대학교 학과 사무실로 연락이 폭주했고, 연예계에 뜻이 없던 고윤정은 처음에는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왜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느냐, 일단 해보고 정 아니면 그만두라"는 현 소속사 대표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돌려 휴학을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고윤정은 학원 비용을 직접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지독하게 연습에 몰두했다. 특히 연기 공부와 영화적 문법을 익히기 위해 약 3~4개월 동안 하루에 영화를 5편씩 찾아보는 '도장 깨기' 식 노력을 이어갔다. 이때 영화 '타이타닉'의 메이킹 영상을 보며, 혼자 작업하는 미술과 달리 현장에서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치열하게 소통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공동체 작업에 깊은 매력을 느끼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굳혔다.

그렇게 연기 수업을 받은 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았을 때, 그에게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생애 처음으로 도전한 오디션이 다름 아닌 봉준호 감독의 세계적인 걸작 '기생충'(2019)이었던 것이다. 고윤정이 지원한 배역은 극 중 박 사장(이선균 분)과 연교(조여정 분)의 딸이자 기우(최우식 분)에게 과외를 받는 고등학생 '다혜' 역(최종 정지소 분)이었다.

당시 고윤정은 오디션 현장에 대해 "꿈처럼 명확히 기억나지 않고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오디션 현장에서 고윤정을 향해 "배우 조여정과 많이 닮았다"며 모녀 관계로 어울린다는 평가를 남겼고, 그는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해당 역할의 최종 후보군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최종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연기를 시작하자마자 거장 봉준호 감독의 선택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그의 잠재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기생충' 오디션 탈락 이후에도 고윤정은 멈추지 않았다. 2019년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공식 데뷔한 이후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JTBC '로스쿨', 영화 '헌트' 등에 쉼 없이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렸다. 신인 시절에는 독보적인 외모와 세련된 비주얼 덕분에 대중에게 "팬이에요"라는 말을 주로 들었으나, 그의 연기 인생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2023)을 기점으로 완벽히 뒤바뀌었다.

체대 입시생 '장희수' 역을 맡아 17대 1의 진흙탕 싸움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소화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친 결과,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작품 정말 잘 봤다"는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외모에 가려져 있던 폭넓은 스펙트럼과 연기력을 완벽히 증명해 낸 순간이었다.

미술이라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나와 카메라 뒤 수많은 이들과 호흡하는 법을 배운 고윤정은, 작품이 끝날 때마다 작가들이 대본 마지막 장에 남기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문구를 지우고 스스로 "투 비 컨티뉴(To Be Continued)"라고 적어 넣는다고 밝힌 바 있다. 매번 마주하는 벽을 허물며 성장을 멈추지 않는 그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