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온열질환 사망...스포츠도 멸종위기?

"실내도 위험"…스포츠 현장 인명피해 잇따라
2026년 5월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5월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AP와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영국 런던 큐가든이 낮 최고온도 35.1°C를 기록했다. 1922년 이후 104년 만에 경신된 5월 최고기온이었다. 프랑스는 같은 날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5월 평균기온을 기록했고, 서유럽 전역에서 평년보다 10~15°C 높은 기온이 나타났다. 영국 기상청은 "이 정도 기온은 한여름이라고 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5월 18일 경북 김천에서 36°C가 기록됐고 경주는 5월 중순 기준 사흘 연속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스포츠 현장에서 인명피해가 이어진다. AP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달리기 대회에서 53세 남성 참가자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이날 파리 기온은 오후 32°C를 넘었다.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앙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남성을 소생시키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파리 근교 마종알포르에서 열린 도로 레이스에서도 참가자 16명이 입원하고 10명이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고 프랑스 매체 더로컬이 보도했다.
때 이른 폭염의 영향은 야외에 그치지 않았다. AP와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리옹에서 열린 실내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HYROX)에서 28세 여성 참가자가 고체온증으로 사망했다. 하이록스는 8km 달리기와 기능성 운동 8개를 결합한 피트니스 종목으로 최근 유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회는 실내 전시장에서 열렸고 주최 측은 경기장 내부가 18~20°C로 냉방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미국 매체 멘스저널에 따르면 하이록스 프랑스 프로듀서 막심 빌랄롱그는 "어떻게 (실내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선수들이 대회 전 야외에 너무 오래 노출됐거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로컬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 대변인 모 브레공은 이번 폭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망자가 총 7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롤랑가로스에서도 선수들이 한계에 부딪혔다. CNN에 따르면 세계 랭킹 16위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는 1라운드 승리 후 "4세트 내내 어지럽고 좀비처럼 걸어 다녔다. 열사병에 걸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체코의 야쿠브 멘시크는 4시간 30분의 접전 끝에 승리했지만 경기 도중 전해질 보충이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졌고 경기 막판에는 근육 경련까지 겪었다.

라켓 냉장 보관하고, 경기 시간을 줄였지만...
피해가 잇따르자 선수와 대회 주관단체들은 경기 운영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롤랑가로스 챔피언 코코 고프(미국)는 예비 라켓을 냉장 보관함에 넣어두기 시작했다. 테니스 라켓의 스트링은 온도가 높아지면 장력이 빠르게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고온 환경에서 장비 성능을 유지하려는 조치였다.
멘시크는 경기 후 롤랑가로스의 엄격한 휴식 규정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멘시크는 "이런 날씨에서 태양 아래 4시간 이상 뛰는 건 미친 짓이다.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도 폭염 대책이 나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17일부터 5회 종료 후 경기장 정비 시간을 기존보다 2분 늘린 6분으로 운영했다. 이후 폭염 정도에 따라 최대 10분까지 연장 가능하도록 운영 방침을 바꿨다.
KBO 리그 규정에는 하루 최고기온이 35°C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규정에 따라 2024-2025년에 총 8경기가 취소된 바 있다.

"지금이 정점 아냐,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규정 변경에 그치지 않고 대회 일정 자체를 바꾸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영국 노리치에서 매년 여름 열리던 10km 달리기 대회 '런 노리치'는 2022년 폭염으로 대회를 연기한 이후 여름에는 개최하지 않고 가을 대회로 전환했다. 주최 측인 노리치시티 커뮤니티스포츠재단은 "특히 초보 러너들에게 이런 조건에서 뛰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밝혔다. 2022년 연기 당시 발생한 비용만 10만 파운드(약 1억7000만 원) 이상이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6~2030년 사이 적어도 1년이 2024년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깰 가능성이 86%, 산업화 이전 대비 1.5°C를 초과할 가능성이 91%라고 밝혔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3~2025년은 3년 연속 연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C를 초과했으며, 이는 관측 사상 처음이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 기후연구센터 피터 손 소장은 "기후변화(기후위기)로 인해 때이른 폭염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강도도 커졌다"며 "특히 프랑스와 영국에서 나타나는 수치는 경악스러운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