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농촌에서 수백만루피 상당의 보리수나무가 도난당한 이유는?

보리수나무의 열매

무장 괴한들이 가정집에 침입해 수백만루피에 달하는 귀중한 보리수나무를 베어가는 사건이 발생해 네팔 농촌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곳은 수도 카트만두에서 남동쪽에 자리한 카브레팔촉으로, 주민들은 보리수나무를 통해 얻는 수입 덕에 고된 노동에서 해방되는 등 삶을 바꿀 수 있었다.

카브레팔촉 지역에서 자라는 보리수나무는 불교에선 매우 상징적인 존재로, 금보다도 더 가치 있다.

그렇기에 2달 전 카브레팔촉 내 로시에서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지 농민들은 모든 걸 잃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노다지가 된 보리수나무

“불만이 있다면 저를 찾아와도 됐을 텐데 왜 나무를 잘라가야만 했을까요?”

딜 바하두르 타망(42)은 자신이 함께 자란 보리수나무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딜은 로시 내 나그벨리 지역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힘든 삶을 살아왔다. 세 자녀와 형제자매, 부모까지 모두 부양해야만 했던 그는 카타르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등 여러 고된 육체노동을 닥치는 대로 했다.

딜 바하두르 타망의 집 앞에 있던 보리수나무는 지난 4월 무장 괴한들에 의해 훼손됐다

하지만 딜의 삶은 불과 15년 전만 해도 별다른 가치가 없던 보리수나무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바뀌게 된다.

보리수나무의 씨앗은 주로 불교신자들의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네팔에서도 특히 이 지역에서 자라는 보리수나무는 그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는다.

전문가들은 과거엔 잘 팔리지 않던 보리수 씨앗의 가격이 급등한 원인으로 중국 상인들을 꼽았다. 현지 주민들 또한 몇 년 전부터 중국 상인들이 마을에 찾아와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딜은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지만, 동생인 셰르 바하두르 타망을 비롯한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보리수나무를 키우며 수백만 루피를 벌어들였다

셰르는 지난 5년간 나무 한 그루에서 나온 보리수 씨앗으로 매년 900만루피(약 9000만원)를 벌었다고 설명했다.

보리수 씨앗으로 만든 염주

셰르는 “우리 가족은 총 20~22명 정도”라면서 “이 보리수나무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우리 가족 전체가 살았다. 만약 이 나무가 훼손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수백만루피를 벌어들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망 일가로부터 정기적으로 씨앗을 매입했던 사업가 사밉 트리파티는 향후 5~7년간 씨앗을 구입하기로 합의했었다고 말했다. 딜이 이 나무에서 나오는 씨앗을 매년 900만루피에 트리파티에게 넘기면, 트리파티가 이를 가공해 중국 상인들에게 3000만루피에 판매하는 구조다.

트리파티는 딜의 나무야말로 카브레팔촉 지역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나무 중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4월 11일에 벌어진 사건으로 타망 가족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딜에 따르면 그날 밤 10~15명 정도 되는 무장 괴한들이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지면서 가족의 집을 공격했다.

이미 보리수나무가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타망 가족들은 CCTV는 물론 나무 주변에 철조망으로 덮인 철제 울타리까지 세운 상태였다. 그리고 나무로 향하는 철문 또한 굳게 잠겨있었다.

딜이 보여준 CCTV 영상엔 총을 들고 있는 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딜에 따르면 가족들이 총을 피해 집에서 몸을 피하는 동안 이 무장 괴한들이 철문의 자물쇠를 부수고 나무를 잘라버렸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 일로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딜은 “1시간쯤 지나고 이들은 자물쇠를 부수고 중앙에 있던 나무를 톱으로 잘라버렸다”면서 “왜 저들이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범인들은 나무를 그저 베어버린 것이기에 다시 심을 수도 없다. 그러나 딜의 가족은 수입원을 잃고 말았다.

BBC가 만나본 일부 주민들은 아마도 사업적 경쟁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라 추측했다. 혹은 해당 나무의 씨앗을 사고 싶었으나 거절당한 누군가가 벌인 일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보리수나무 관련 범죄

보리수나무가 발견되는 로시, 테말 지역에선 이를 둘러싼 여러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는 게 현지 당국의 설명이다.

로시의 밈 바하두르 와이바 부시장은 “로시 내 분쟁 3분의 1이 보리수나무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타망 일가에게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주변 마을 또한 충격받은 상태다.

타망의 집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나라얀 후마가이의 가족들은 여전히 마음이 어지럽다고 했다.

후마가이는 “우리 집에 이 나무를 심어준 사람이 바로 딜”이라면서 “딜에게 벌어진 일로 인해 우린 무척 무섭다”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후마가이는 자신의 나무를 보호하고자 집 주변에 CCTV 8대를 설치하고 철제 울타리도 세웠다.

“이웃 마을에서 나무가 잘려나가는 걸 보니 내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는 후마가이는 “(나무 소유주들을) 질투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경찰 또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이 보리수 나무들을 보호하고자 순찰을 돌고 있다.

테말의 달만 토카르 부시장은 이 특정 마을에서만 일주일에 2~3일씩 정기적으로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을 주민들은 씨앗을 안전하게 가져가고자 상인들 또한 헬기를 동원했다고 전했다.

카브레팔촉 지방 경찰청의 대변인이기도 한 라즈쿠마르 슈레스타 부청장은 특히 수확철 등 중요한 시기엔 경찰이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경찰의 순찰도 무기를 들고 침입하는 강도들에겐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우려하고 있었다.

추가 보도: 슈리자나 슈레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