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전국 1등 교육 도시를 꿈꿨던 파주 영어마을
2006년 경기도 파주에 건설된 영어마을은 무려 1천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조성된 유럽풍 테마 교육 단지다. 49개의 동, 28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청, 경찰서, 은행, 우체국, 병원, 숙소, 공연장, 마트, 체험관 등 실제 도시처럼 다양한 시설이 구축됐다. 주민과 학생들이 영어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공간은 ‘해외에 가지 않고 영어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혁신적 교육 공간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유령마을’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이 꿈은 식어갔다. 운영비 부담과 감소하는 이용객 수로 인해 파주 영어마을은 입주자나 방문객 없이 텅 빈 공간으로 변해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교육과 체험이 중단돼 상황은 더 악화됐다. 외부에선 ‘교육 혁명’이라 불렸으나, 내부는 공실로 인해 관리비만 늘고,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도 점차 축소됐다.

막대한 유지비와 재정 운영의 한계
1천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교육 콘텐츠 개발과 운영 전략이 부족해 실질적 이용률은 저조했다. 영어마을의 관리 비용은 매년 수십억 원에 달했고, 운영 적자누적과 시설 노후화로 경기도와 파주시가 부담을 떠안으며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영어마을을 ‘경기미래교육캠퍼스’로 명칭을 변경하고, 영어 교육 외 미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탈출구를 모색 중이다.

구조와 시설, 마치 동화 속 도시
파주 영어마을은 동화 같은 유럽풍 거리와 중세 성곽 느낌의 건물들로 구성됐다. 각 동마다 교육, 생활, 문화 기능으로 나뉘었고, 학생들이 영어 몰입 학습을 하기에 최적화됐다. 하지만 실제 학생이나 방문객은 급격히 줄며 유령도시이자 폐허 같은 공간으로 변하면서 건물들은 방치 상태에 놓였다. 주변에 관광지와 쇼핑센터가 있지만 영어마을 자체는 한동안 활기를 잃었다.

왜 폐허가 됐나? 교육 철학과 운영 실패
전문가들은 파주 영어마을의 몰락 원인으로 ‘교육 철학 없는 시설 위주 투자’,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교육 방식’, ‘민간 참여와 효율 없는 행정’ 등을 꼽는다. 1천억이라는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사회와 교육 트렌드, 온라인 교육 확산 등에 대응하지 못했고, 실제 수요를 과대평가해 유지비 부담만 커졌다. 시간과 자원의 낭비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도약 준비하는 파주 영어마을
현재 파주 영어마을은 ‘경기미래교육캠퍼스’로 변모해 미래교육 중심지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영어 체험과 각종 미래형 창의교육, 드론 축구장, 메이커스페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시 활기를 찾는 중이다. 다만 기존 건물과 공간이 오래되고,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