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Spirit 70, 1970년대 스타일을 현대 기술로 되살리다

Porsche 911 Spirit 70

헤리티지 디자인의 세 번째 장, 감성은 과거에서, 성능은 미래에서

글 이승용 편집장

Porsche 911 Spirit 70

1970년대, 포르쉐는 브랜드 정체성을 뚜렷이 각인시킨 시기였다. 당시의 디자인 언어와 컬러 팔레트, 그리고 경주차에서 파생된 디테일은 지금도 수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2025년, 포르쉐는 그 기억을 현재의 기술로 되살려냈다. '911 Spirit 70'은 헤리티지 디자인 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로, Targa 4S 헤리티지 디자인 에디션과 911 스포츠 클래식을 잇는 특별 한정판이다. 단 1,500대만 생산된다.

Porsche 911 Spirit 70

이 모델은 911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 후륜구동 모델을 기반으로 최신 파워트레인과 섀시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다. 3.6ℓ 수평대향 6기통 터보 엔진에 e-터보와 전기모터가 결합되어 시스템 총 출력은 532마력, 최대토크는 62.1kg·m에 달한다. 단순한 복각이 아닌, 시대를 넘나드는 진화다.

Porsche 911 Spirit 70

외관은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올리브 네오(Olive Neo)'라 명명된 새로운 컬러는 녹색 계열의 고급스러움을 구현하며, 골드 그레이 톤의 브론자이트(Brontize)로 마감된 20/21인치 스포츠 클래식 휠과 조화를 이룬다. 블랙 톤으로 마감된 카브리올레 톱과 윈드실드 프레임이 강렬한 대비를 만들며, 전면에는 911을 상징하는 세 줄의 데칼이 보닛을 따라 흐른다. 도어 아래에는 'Porsche' 레터링과 함께 리버리 스타일의 '롤리팝 넘버링'이 적용돼 모터스포츠의 오마주를 완성한다.

Porsche 911 Spirit 70

후면부에도 헤리티지의 디테일이 살아 있다. 1963년 오리지널 크레스트를 복원한 배지는 보닛 위를 장식하고, 금장으로 제작된 'Porsche Exclusive Manufaktur' 엠블럼은 전면 펜더에 위치해 소장가치를 높인다. 후면 엔진 그릴에는 포르쉐 헤리티지 배지가 부착되며, 그 아래에는 고전적 폰트의 포르쉐 로고와 '911 Spirit 70' 레터링이 자리한다.

Porsche 911 Spirit 70

인테리어는 정교한 복각의 절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를 상징하는 파샤(Pasha) 패턴이 시트를 포함한 인테리어 전반에 사용됐다. 블랙과 올리브 네오 컬러가 어우러진 이 패턴은 움직이는 체커 깃발처럼 정적인 구성 속에서도 생동감을 전한다. 시트는 벨루어 대신 텍스타일과 플록사를 혼합한 고급 소재로 마감돼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함을 제공한다.

Porsche 911 Spirit 70

18방향 조절이 가능한 스포츠 시트 플러스의 중앙, 도어 트림, 글러브 박스 안쪽까지 파샤 패턴이 적용됐고, 옵션으로 시트 백과 대시보드 트림까지 동일한 디자인으로 확장 가능하다. 앞 트렁크 매트도 리버서블 파샤 매트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베이스 인테리어는 바잘트 블랙 클럽 가죽이며, 바느질은 모두 올리브 네오 컬러로 마감됐다.

Porsche 911 Spirit 70

계기판은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담았다. 12.65인치 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는 아날로그 스타일의 흰색 바늘과 눈금, 그리고 그린 컬러의 숫자가 조화를 이루며, 구형 포르쉐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스포트 크로노 스톱워치도 동일한 방식으로 리디자인됐다.

이 모델을 위한 전용 시계도 준비됐다. 포르쉐 디자인이 제작한 크로노그래프는 다이얼에 파샤 패턴을 재현해 차량과의 연결성을 높였으며, 911 Spirit 70 오너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Porsche 911 Spirit 70

미국 시장 기준, 911 Spirit 70의 가격은 24만 달러(배송비 2,250달러 별도)부터 시작된다. 국내 도입 여부는 미정이지만, 헤리티지 라인업의 전례를 본다면 일부 물량이 한정 수입될 가능성도 있다.

911 Spirit 70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그것은 포르쉐가 지난 반세기 동안 지켜온 정신을, 오늘날의 기술과 감각으로 재해석한 선언이다. 스타일과 성능, 그리고 감성까지, 모든 순간이 매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