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율 50%에 오죽하면 100일 파티하던 직업, 주4일제 했더니?
세브란스 주 4일제 시범
간호사 ‘행복도’ 증가해
퇴사율 3분의 1로 줄어
높은 업무강도로 신규 직원의 사직률이 50%에 달해 근무한 지 100일이 지나면 축하 파티를 열어준다는 직업이 있다. 바로 간호사이다. 이들은 밤낮이 바뀌는 교대근무를 비롯해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장근무 등 충분한 휴게 시간을 갖기 어려운 고강도 노동까지 맡고 있다.
이러한 업무로 간호사들은 흔히 ‘번 아웃(Burnout, 육체적·정신적 소진 상태)’을 겪는다고 한다. 그 결과 간호사 퇴사율은 치솟았고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이 병동 간호사를 대상으로 주4일제 근무를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간호사 주4일제 시범 사업은 지난해(2023년)부터 노사 합의로 신촌·강남 세브란스병원의 3개 병동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3일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노조)은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창립 64주년 기념토론회를 개최하여 해당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토론회는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김윤, 김주영, 이수진, 이용우, 박홍배, 박해철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공개된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 사업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혔던 퇴사율이 크게 줄었다. 참여 병동의 간호사 퇴사율은 이전과 비교하여 3분의 1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2022년간 3년 차 미만 퇴사율이 34%에 육박했던 신촌 세브란스병원 171병동의 경우, 지난해 단 한 명도 퇴사를 선택하지 않았다. 낮은 퇴사율과 더불어 환자의 ‘친절 칭찬 건수’는 1.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무강도가 줄어들면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의료서비스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보인 것이다.
실제 간호사들의 ‘행복도’ 역시 증가했다. 주4일제 전후 간호사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기존 5.3점에서 6.2점으로 0.9점 올랐다. 일과 삶의 균형도 역시 10점 만점에 기존 3.7점에서 5.5점으로 1.8점 증가했다.
특히 직장생활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 50.2점에서 56.2점으로 6점 상승했다. 이는 낮아진 퇴사율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하여 주4일제 시범 사업 이후 여가가 충분하다고 인식한 비율은 기존 4.5%에서 22.2%로 5배가량 크게 뛰어올랐다. 이에 휴일 여가에 할애하는 시간(분)도 기존 3시간 25분에서 6시간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주4일제 시범 사업으로 간호사들이 휴일에 진정한 ‘쉼’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주 4일제 시범 사업에 지난해엔 30명, 올해는 5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임금의 10% 수준이 삭감됐다. 대체인력 채용 등 나머지 부과 비용은 병원이 부담했다.
이에 대해 권미경 노조위원장은 “주4일제 시범 사업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대안을 확인한 1년이었다”며 “비용과 효과는 풀어야 할 문제지, 중단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4일제를 지속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수진 의원은 “장기간의 근무시간은 노동자의 생활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며 “세브란스병원의 주4일제 시범 사업 성과가 다른 병원을 비롯해 여러 사업장에 확산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제도를 마련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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