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부산 마덱스에서 한화오션이 공개한 미래형 잠수함 컨셉 모델이 전 세계 해군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디젤-전기 추진과 원자력 추진을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이 잠수함은 단순한 전시용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이미 구체적인 수출 타겟을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캐나다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한 캐나다가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할 최대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KSS-III 배치-2가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것입니다.
한화오션의 정승기 부사장(전 해군 중장)은 "캐나다의 모든 요구사항을 우리가 충족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과연 한국의 잠수함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기에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것일까요? 그리고 캐나다는 왜 한국 잠수함에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북극 얼음 밑을 뚫고 다닐 수 있는 잠수함
캐나다가 새로운 잠수함에 요구하는 조건들을 들어보면 입이 벌어집니다.
태평양, 대서양, 그리고 북극해의 얼음 밑에서도 작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화오션의 정승기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캐나다는 태평양 지역, 대서양 지역, 그리고 북쪽 지역에서 잠수함을 운용하고 싶어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북쪽 지역'입니다.
캐나다 북부는 북극해로 연결되는데, 2050년경이면 이곳이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가장 효율적인 항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캐나다는 미래의 핵심 해상 교통로를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극해에서 잠수함을 운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일입니다.
두꺼운 얼음층 때문에 응급상황에서도 수면으로 부상하기 어렵고, 극한의 추위와 긴 항해 거리 때문에 승무원들의 생활 여건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됩니다.
33명만으로 운용하는 미래형 잠수함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안하는 KSS-III 배치-2는 단순히 크고 강한 잠수함이 아닙니다.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단 33명의 승무원만으로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기존 잠수함들이 보통 50-70명의 승무원이 필요한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발전입니다.
정 부사장은 "작은 잠수함에서는 승무원들이 쉽게 피곤해집니다"라며 승무원의 거주성 향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습니다.
특히 밴쿠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까지의 긴 항해를 고려하면, 승무원들의 피로도 관리는 작전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력을 줄이고, 그 만큼 승무원들의 생활공간을 넓히며,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 KSS-III 배치-2의 강점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수중 항해 능력도 크게 향상되었고, 수직발사시스템(VLS)을 탑재해 캐나다가 원하는 타격 능력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진수한 실전 검증된 기술
한화오션의 자신감은 허풍이 아닙니다.
KSS-III 배치-2급 잠수함은 이미 한국 해군을 위해 건조 중이며, 1번함인 이봉창함이 지난달 '기술적 진수'를 완료했습니다.

공식 진수식은 선거 이후에 열릴 예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물 위에 떠 있는 상태입니다. 이는 캐나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아직 설계 단계에 있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한국은 이미 실물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정 부사장도 "계약 체결 후 6년 내에 첫 번째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한국 해군이 먼저 사용해보고 문제점을 개선한 후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캐나다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기술을 받는 셈입니다.
이는 프랑스 네이벌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독일 티센크루프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해안선 국가의 절실한 필요
캐나다가 잠수함 교체에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지정학적 현실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한 캐나다는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북극해의 3개 연안을 모두 방어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북쪽, 강하고 자유롭게(Our North, Strong and Free)" 정책 하에서 캐나다 정부는 북극 지역의 주권 확보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고, 이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캐나다가 보유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은 2000-2004년에 취역한 노후 장비로, 이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캐나다는 "해상 위협을 은밀하게 탐지하고 억제하며, 해상 접근로를 통제하고,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전력과 타격 능력을 투사할 수 있는" 현대적 잠수함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단순 구매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
캐나다의 잠수함 사업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캐나다는 잠수함을 해외에서 건조하되, 자국 내에서 잠수함 유지보수 능력을 구축하고, 공급국과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는 한화오션에게는 일회성 수출이 아닌 장기적 협력 관계를 의미합니다.

정 부사장은 "캐나다에 산업기술적 혜택을 제공하고, 국내 서비스 지원, 조선소 인프라, 훈련센터 설립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접근방식은 한국이 그동안 폴란드 등과 맺어온 방산 협력 모델과 유사합니다.
단순히 완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 이전, 현지 생산, 유지보수 등을 포괄하는 종합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캐나다 입장에서도 이런 협력은 매력적입니다. 자국의 조선업과 방산업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고, 미래에는 독자적인 잠수함 운용 능력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잠수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
캐나다 사업은 한화오션에게 단순한 수출 건이 아닙니다.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정 부사장은 캐나다 외에도 폴란드와 중동의 한 국가가 KSS-III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캐나다에서의 성공은 다른 국가들로의 연쇄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서방 선진국인 캐나다가 한국 잠수함을 선택한다면, 이것이 다른 NATO 회원국들에게도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잠수함 시장은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전통 강국들이 독점해왔는데, 한국이 이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인 것입니다.
한화오션이 마덱스에서 공개한 미래형 잠수함 컨셉 모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디젤-전기와 원자력 추진을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한국 조선업과 방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세계 최대 해안선을 가진 국가가 한국 기술을 선택한다면, 이는 K-방산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상징적 의미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