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로 지지고 이물질 넣어..." 현실판 '더 글로리' 가해자에 7년형

지적장애 중학교 동창 상습 학대
피해자, 가해자 중 한 명 살해

게티이미지뱅크

지적장애가 있는 중학교 동창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신체 일부를 라이터로 지지는 등 엽기적 가혹행위를 한 1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는 가해자 중 한 명을 살해해 이미 중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권상표)는 지난 17일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A(19)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지난 4월 강원 삼척시 한 주택에서 친구 B씨와 함께 지적장애가 있는 중학교 동창 C(19)씨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폭행했다. A씨와 B씨는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C씨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성기와 귀·눈썹·음모 등 C씨의 신체 일부를 휴대용 라이터로 지지는 등 잔혹한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 자위행위를 시키는가 하면, 면봉·바둑알·연필 등을 항문에 밀어 넣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C씨가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마구 때렸다. A씨는 C씨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세 시간가량 이어진 폭력을 견디지 못한 C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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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C씨와 숨진 B씨는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20년, 같은 학교에서 만났다. B씨는 틈만 나면 C씨를 괴롭하는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피해자 C씨는 일찌감치 B씨를 형사 고소했으나 그의 행위를 제지할 정도로 충분한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B군이 오랫동안 괴롭혀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범행 당일엔 괴롭힘이 너무 심해 죽이고 싶단 생각이 차올랐다”고 진술했다.

한편 A씨의 친구 D씨는 사건 발생 며칠 전 C씨 집에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쳤다. C씨의 부친이 장기간 부재중인 것을 틈타 방화를 시도한 것이다.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A씨와 함께 기소된 D(19)씨에게는 장기 5년~단기 3년이 선고됐다. 소년법에 따라 부정기형은 단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며, 설령 무기형이 선고된 경우라도 5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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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사망한 B씨가 범행 주도했다"며 부인

A씨는 법정에서 "사망한 B씨가 범행을 주도했다"며 범행을 일부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B씨와 범행을 공모하고 범죄에 본질적 기여를 했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여러 차례 소환 보호 처분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며 "단순히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해 죄질이 극히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C씨의 아버지는 최근 A씨, D씨와 합의했다. C씨 아버지는 “용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앞길이 창창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감형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정작 C씨 측은 숨진 B씨 가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지난달 5일 장기 5년~단기 3년을 선고받고 항소 중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