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은 가격, 구조적 강세 속 조정 위험 신호 켜졌다
금 가격이 역사상 전례 없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5년 금값은 65% 상승했으며, 2026년 1월 26일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했다. 트럼프 취임 1년 동안 금은 70%에 가까운 상승을 기록하며 56차례나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은(銀) 역시 이에 못지않다. 2025년 한 해 동안 은 가격은 150%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40% 이상 추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가격 급등의 원인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트럼프 재정정책에 대한 불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재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하다. 둘째는 '마러라고 합의'(달러 약세 합의)의 신호로 해석되는 정책 불확실성이다. 관세 발언,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 공격, 그린란드 합병 추진 등이 잇달아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채질했다.
셋째이자 가장 구조적인 요인은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금 매입이다. 2022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은 매년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해왔으며, 2025년에도 약 900톤 이상이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미국채 보유액을 초과했다. 터키(26개월 연속 매입), 체코(29개월 연속 매입)처럼 전략적으로 장기간 금을 사들이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가격대가 '거품 구간'임을 경고한다. 키움증권 분석가는 "금의 명목가격과 실질가격 모두 역사적 최고치를 넘어선 만큼 관련 이슈 완화 시 금 가격 조정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진정되는 국면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 가격 전망치를 기존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나, 이는 여전히 현재 가격(약 5,000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은의 경우 더욱 변동성이 크다. 씨티그룹은 향후 3개월 내 은 가격 목표치를 온스당 62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금보다 훨씬 큰 상향 폭을 의미한다. 이는 금 대비 상대적 저평가 인식이 있는 은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와 통화 환경이 정상화될 경우 급락 위험도 상존한다.
실수요 전략: 유학·해외송금 같은 실수요자는 "원화당 1,3xx원이 보이면 분할 매수"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명해 보인다.

▮▮ 에너지 부문, 저유가 속 배당주로서의 가치 재평가 시점
전통 석유와 천연가스는 상반된 시장 환경에 처해 있다. 모건 스탠리는 2026년 상반기 원유 가격의 하락을 예상했다. 비(非)OPEC 국가의 공급 증가(일일 120만 배럴)가 글로벌 수요 증가(일일 80만 배럴)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2026년 상반기 중 원유 시장 잉여량은 일일 300만 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저유가 환경 속에서도 대형 석유 기업들이 안정적 배당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높은 이익률이다. 엑손모빌(Exxon), 셰브런(Chevron),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같은 메이저급 기업들은 기초 커머디티 가격이 조정되어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 특히 천연가스는 사뭇 다른 전망을 보인다.
천연가스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공급의 대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장 주기"에 진입하는 중이다. 미국 천연가스 수요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과 경제의 전기화로 2030년까지 22% 증가할 전망이다. 현물가격은 1월 중순 6.42달러/MMBtu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상승했다.
핵심 차이점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다. 태양광과 풍력은 안정성 면에서 AI 데이터센터 같은 고부하 산업을 지탱할 수 없다. 이는 천연가스가 "조절 가능한 주력 자원"으로 부상하게 만들었다. 모건 스탠리는 "원유보다 천연가스를 선호"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EQT 코퍼레이션과 안테로 리소시스를 최고의 선택으로 꼽았다.
▮▮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전력·파워 인프라가 최대 수혜자
미국의 에너지 정의가 '석유'에서 '전력'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180TWh 수준이나, 2030년까지 420TWh로 2.3배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4%를 차지하던 데이터센터 비중이 불과 5년 전 1% 수준에서 4배 이상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전력망 인프라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와 북미전기안정성공사의 2024년 장기 신뢰도 평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계획되거나 건설 중인 100kV 이상 송전선로는 28,275마일에 달한다. 이는 전년도 예상치인 18,675마일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력망 비용의 절반이 데이터센터 몫이 되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 인터커넥션의 지난달 경매 결과, 데이터센터에 귀속되는 전력 확보 비용이 65억 달러 추가되었고, 2025년 6월부터 2028년 5월까지 3년간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 비용은 총 231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비용 472억 달러의 49%를 차지한다.
변압기·송전선·전력관리 시스템 같은 전력 기자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중형 및 대형 유입식 변압기 수입액은 각각 14억3,700만 달러, 29억1,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39.0%, 54.1% 증가했다.
국내 측면에서도 주목할 점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SK 그룹 등 국내 터빈·원전 기업들이 글로벌 SMR(소형모듈원자로) 밸류체인에 진입하고 있으며, 전력·파워 인프라 기업들의 장기 성장성이 구조적으로 뒷받침받고 있다.
▮▮ SMR과 우라늄·원전, 장기적 기회지만 상업화 지연 우려
트럼프 행정부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약 4배로 늘리려는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5년 3월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업적 배치를 지원하기 위해 9억 달러를 재배정했다.
가장 개발이 빠른 기업은 뉴스케일파워로, 2020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 인증을 받았다. 루마니아 첫 SMR 배치를 진행 중이며, 향후 경제성 개선에 나선 상태다. 테라파워는 연내 NRC로부터 SMR 건설 허가를 받을 예정이며, SK그룹·HD현대·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오클로는 지난달 DOE와 핵안전설계협약을 체결했으며,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카이로스파워는 구글이 생산 전력 500MW를 전량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규제 장벽이 두텁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미국 SMR 벤처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호재를 계속 알린다. 실제 따져보면 중요한 단계가 아니거나 진척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개념설계부터 인허가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반면, 미국 벤처는 개념설계와 동시에 투자를 받으며 정부 인허가도 병행해 속도가 훨씬 빠르다.
우라늄 공급 관점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미국 상업용 원자로에 사용되는 농축우라늄의 약 20%는 여전히 러시아에서 온다. 미국이 2023년 5월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금지법을 제정했으나, DOE는 2028년까지 예외를 허용했고, 현재 컨스털레이션 에너지·센트러스 에너지 등 일부 기업만 예외 승인을 받은 상태다. 미국의 국내 농축우라늄 공급 역량이 너무 취약해 있다는 게 핵심 문제다.
결국 원전·우라늄은 미국 에너지 문제의 해법으로서 "장기적 긍정성은 높지만 상업화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맞다.
▮▮ 환율 시장, 엔화 안정이 모든 변수를 좌우한다
엔화가 환율 시장의 최대 변수임이 확인되었다. 지난 1월 23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환율 점검(레이트 체크)"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달러당 159엔을 돌파하려던 엔화는 일시에 155.7엔까지 급락했다. 이는 미·일 공동 개입 신호로 즉시 작동했다.
전문가 진단은 명확하다. "엔화가 추가 약세로 155~160엔까지 가면 미·일 공조 하에 강력한 개입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엔저(약한 엔)로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기업 실적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미국도 엔저가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미국 기업의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을 탐탁지 않아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엔화 안정 시 1,300원대 가능성이 열렸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화 하락 모멘텀이 강력하게 형성됐다"며 "환율은 당분간 1400원대 초반을 향해 하향안정화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1,300원대 진입은 한·미·일 공조가 지속되고 미국의 달러 약세 용인 기조가 유지될 때만 가능해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2026년 평균 환율 전망은 1,424원이며, 일부(뱅크오브아메리카·골드만삭스·노무라)는 1,380~1,395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유학·해외송금 실수요자 전략은 명확하다. "1,3xx원이 보이면 분할 매수"하되, 지정학 리스크 급증이나 미·일 정책 공조 약화 시 추가 하락 여력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구조적 강세는 맞되, 선별적 접근 필수
금·은은 중앙은행의 전략적 매입과 지정학 리스크로 구조적으로 지지받지만, 현 가격대는 거품 구간에 가깝다. 에너지는 저유가 환경에서도 배당주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천연가스는 AI 시대의 기저부하 수요로 더욱 매력적이다.
진정한 장기 수혜자는 전력·파워 인프라다. 미국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수십조 달러를 송전망·변압기·배전 시스템에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MR과 원전은 장기적 기회지만 상업화까지 5~10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환율은 엔화 안정성 여부가 중추적 역할을 한다.
트럼프 정책이 만든 불확실성은 일시적이지만,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구조적이다. 투자의 우선순위는 거기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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