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양에너젠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2500억원대 기업 가치를 제시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효성중공업과 제이엔케이글로벌이 덕양에너젠과 같은 수소 중심 사업 구조와는 거리가 있는 데다, 평가모델로 활용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현재 실적을 기준으로 한 지표라는 점에서 물음표가 붙는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덕양에너젠은 이번 달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 주식 수는 750만주로, 공모가 밴드는 8500~1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른 예상 공모 총액은 637억~750억원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2160억에서 최대 2540억원이다. 상장 후 주식 수는 2544만195주로, 기존 발행 주식 1794만195주에 이번 공모 신주 750만주가 더해졌다. 기존 발행 주식에는 전환사채 등 주식 관련 증권의 전환 가능 주식 수도 반영됐다.
덕양에너젠은 2020년 11월 덕양(현 어프로티움)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국내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산업용 수소를 공급·운송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해 왔으며, 철강·반도체·석유화학 등 산업군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중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매출은 5년 만에 17배 가까이 뛰었다. 덕양에너젠의 매출은 2020년 81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702억원 △2022년 1123억원 △2023년 1290억원 △2024년 1374억원으로 점차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을 토대로 덕양에너젠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증권신고서에서 수소 생산 설비 투자와 생산 부문 확대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사업 구조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효성중공업과 제이엔케이글로벌이, 덕양에너젠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수소 중심 사업 구조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산업 분류 유사성, 재무 유사성, 사업 유사성 등의 잣대가 세워졌다. 특히 사업 유사성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수소 관련 매출 비중이 20% 이상 발생하는 기업 혹은 수소 관련 매출 및 납품 실적과 플랜트 엔지니어링 역량을 이어야 기준에 부합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해 구성된 피어그룹이 밸류에이션 비교의 전제가 되는 사업 구조와 수익 모델의 유사성 측면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지다. 덕양에너젠은 산업용 수소의 공급·운송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향후 수소 생산으로의 확장을 통해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효성중공업은 전력·중공업 비중이 큰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소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제한적인 비중에 그친다. 제이엔케이글로벌 역시 수소 충전소 및 관련 플랜트 설비 구축이 핵심 사업으로, 수소를 직접 생산·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IPO에 나선 덕양에너젠과는 사업 성격에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평가모델로 활용한 지표 역시 논쟁거리다. 덕양에너젠은 공모가 희망밴드 산정을 위해 기업가치(EV)/EBITDA 배수를 적용했다. 회사가 올해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정 EBITDA에 피어그룹(비교기업) EV/EBITDA 평균치를 곱해 기업가치를 도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더해 산출한다.
구체적으로 덕양에너젠은 3분기까지 75억원의 EBITDA를 기록했는데, 여기에 3분의4를 곱하는 방식으로 연환산해 101억원의 EBITDA를 산출했다. 여기에 피어그룹 평균 EV/EBITDA 30.32배를 곱한 뒤 순차입금과 신주모집 유입자금을 차감해 적정 시가총액을 계산했다. 이후 발행주식총수에 신주모집 주식수, 전환사채 희석가능주식수, 상장주선인 의무인수분, 주관사 신주인수권을 모두 반영한 주식 수로 나눈 주당 평가가액에 할인율 36.02%~24.73%를 적용해 공모가 희망밴드를 도출했다.
이 같은 평가모델을 활용한 이유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감가상각비 부담이 수반되는 산업 특성이 꼽힌다. 수소 공급·운송 및 향후 생산 설비 투자 과정에서 감가상각비 비중이 큰 만큼, 순이익이나 영업이익보다는 실제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EBITDA가 기업가치를 비교·평가하는 데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3분기까지 EBITDA 중 유무형자산상각비는 33억원으로 44%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감가상각비가 일회성 비용이 아니라, 설비 유지와 교체를 위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금 유출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덕양에너젠 현금흐름표 중 유무형자산취득 항목을 보면 2023년에는 24억원을, 지난해에는 50억원을 지출했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역시 설비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어, 상장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자본적 지출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게다가 수소 생산 확대라는 미래 가치가 비교기업 평균 배수에 간접적으로 기대는 방식에 그쳤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소 생산으로의 사업 확장을 통해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이, 밸류에이션 산정 과정에서 정량적 수치로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피어그룹 선정에는 일률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다"면서 "기업의 사업 성격과 성장 방향을 고려해 비교 대상을 정하게 되는데, 상황에 따라 같은 업종에 속하더라도 밸류에이션 비교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가치 산정 역시 정해진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어떤 지표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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