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막시승] 국내 출시 임박 캐딜락 리릭, 짧게 타보니

[카매거진 최정필 기자(스톡홀름) = choiditor@carmgz.kr]
늘 갑작스러운 만남이 있다. 이번 캐딜락 시승이 그랬다. 원래의 목적은 캐딜락을 만나러 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머문 만 하루의 시간 중 만난 캐딜락의 팝업 부스는 우리를 향해 수줍게 손짓했다. 머나먼 북유럽, 스톡홀름 시내 한가운데를 거니는 동양인은 그들도 신기했나보다. 용기를 내 들어간 캐딜락 팝업 전시장에는 리릭이 자리하고 있었다.

해당 공간을 지키고 있던 이는 캐딜락이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정식 채용한 직원이라고 한다. 어차피(?) 사지 못할 사람인데 속여 무엇하겠나. 그에게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 했다.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몇 통 돌린 그는 우리에게 시승 의사를 물어왔다. 스웨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미국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외국 기자들의 소감이 궁금했단다.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크기는 길이*폭*높이 4996*1976*1623mm로, 카니발과 비슷하다. 정확히는 카니발보다 짧고, 꽤 낮은 편이다. 그러나 축간거리만큼은 카니발보다 더 길다. 광활한 바퀴 사이 거리는 리릭의 전체적인 인상을 거대한 날렵함을 연상시키게 했다.

전면부는 과격함 그 자체다. 방패 모양을 연상시키면서도 빈틈 없이 막힌 그릴은 리릭의 디자인을 한층 단단하면서도 공격적인 모습으로 만든다. 좌우를 길게 잇는 두꺼운 크롬의 라인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헤드램프와 연결돼 세심하기 다림질 한 정장을 연상시킨다.

측면부는 왜건을 연상시키면서도, 뒤로 갈 수록 과격한 라인이 강조된다. 뒷모습만 떼어서 본다면 쿠페형 SUV를 연상시킬 정도다. C필러인듯 D필러인듯 두껍게 들어간 기둥에서부터 시작된 테일램프는 그대로 뒤태를 휘감는다.

앞모습 만큼이나 미래지향적인 뒷모습은 차의 성격을 헷갈리게 만든다. 전체적인 크기는 SUV에 준하는데, 실루엣만큼은 공격적인 크로스오버다. 세단 못지 않게 누운 뒷유리는 무게감이 아닌 속도감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실내는 이제는 단종된 CT6와 에스컬레이드가 합쳐진 느낌이다. 1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디스플레이는 뛰어난 화질을 자랑한다. 이토록 좋은 화질의 디스플레이는 일종의 양날의 검이다. 사용자경험에 따라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최악의 점수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릭은 모호한 중간을 지켰다. 디스플레이의 반응속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이콘의 배치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접근성은 적응이 필요하다. 감안해야 할 것은 언어 설정이 영어가 아닌 스웨덴어였다는 점이다.

꽤 큰 덩치를 가진 성인 남성 셋이 탔지만, 공간감과 착좌감은 나쁘지 않다. 국내에 출시된 모델 기준으로는 XT6에 가깝다. 이 말은 꽤 훌륭한 편에 해당하지만 최고급으로 표현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그래도 캐딜락 모델 중에선 상위 모델에 준하는 감각이다. 물론 세단 라인업에서는 셀레스틱이, SUV 라인업에서는 비스틱과 에스컬레이드 IQ 등 상위모델이 예정되어있다. 리릭은 먼저 출시된 차일 뿐, 최상위 모델은 아니라는 뜻이다.

주행은 스톡홀름 시내를 약 20여분간 달려볼 수 있었다. 3월 중순을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낮은 기온, 트램이 다니기 위한 선로와 작은 자갈이 잔뜩 흩뿌려진 도로 위에서 윈터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흔들림은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부드러운 충격 흡수만큼이나 외부 소음의 차단도 훌륭한 편이다. 풍절음을 비롯해 주변 차들의 주행 소음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동승한 담당자로부터는 정확히 어떤 것이 장착됐는지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캐딜락의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AIR RIDE ADAPTIVE SUSPENSION)이 장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리릭은 꽤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했다. 스톡홀름 시내는 제한 시속 70km지만 그 정도의 속도는 내지 못했음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캐딜락 리릭의 미국 판매 가격은 가장 저렴한 테크 트림이 5만 8,590달러(약 7,859만원), 상위의 스포츠 트림은 6만 3,190달러(약 8,476만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는 1억원 전후의 가격이 책정돼 상반기 중 공식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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