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땜에 미루고 청약하려 당기고··· 혼인신고는 이제 '보금자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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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결혼을 앞둔 무주택자 직장인 서모(29)씨는 예비 신랑과 논의한 끝에 식을 올린 뒤에도 한동안 혼인신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서씨는 원래 결혼 시기에 맞춰 혼인신고를 하고 예비 신랑과 공동명의로 주택을 사려 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은행원 친구에게 대출 상담을 받아본 결과, 연간 금리가 1.8~2.4% 수준인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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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쌍 중 1쌍꼴 1년 이상 신고 미뤄
"집이 사회적 계급으로 자리 잡은 영향"

내년 초 결혼을 앞둔 무주택자 직장인 서모(29)씨는 예비 신랑과 논의한 끝에 식을 올린 뒤에도 한동안 혼인신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서씨는 원래 결혼 시기에 맞춰 혼인신고를 하고 예비 신랑과 공동명의로 주택을 사려 했다. 그러나 지난달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집값이 계속 올라갈 거라는 불안감에 예비 신랑 단독 명의로라도 얼른 신혼집부터 매입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서씨는 현재 전세대출이 있는 상황이라 공동 명의로 집을 살 경우 대출을 당장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씨는 "혼인신고와 공동명의의 꿈은 당분간은 이뤄질 수 없게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결혼을 앞둔 청년들에게 혼인신고는 더 이상 '사랑의 서약'이 아니다. 이제는 '보금자리 전략'으로 통한다. 주거 정책과 대출 조건이 혼인 유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면서 혼인신고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 '뉴노멀(새 기준)'로 자리 잡았다.
10년간 지연 혼인신고 증가 추세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체 혼인 건수 중 혼인신고를 미루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가데이터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룬 비율은 2014년 10.9%였는데 2018, 2019년을 제외하면 계속 증가해 2024년에 19%까지 늘었다. 5쌍 중 1쌍꼴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룬 비율 역시 2014년 5.2%에서 2021년 7%대에 진입했고, 지난해 8.8%까지 올라갔다.
경기 포천에 거주하는 최모(27)씨 역시 올해 9월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혼인신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은행원 친구에게 대출 상담을 받아본 결과, 연간 금리가 1.8~2.4% 수준인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알게 됐다. 3,500만 원 이하 미혼 소득 조건은 맞출 수 있지만, 기혼 조건인 부부 합산 소득 5,000만 원 이하는 맞출 수 없어서다. 최씨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도 대출부터 알아보고 혼인신고를 할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드물긴 하지만 반대로 주택 마련을 위해 혼인신고를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 경기 고양 소재 직장인 이모(27)씨는 남자친구의 주택 청약 당첨을 계기로 지난해 12월 혼인신고부터 한 뒤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남자친구 혼자 저금리 대출 상품을 알아보니 대출 조건이 맞지 않았는데, '신혼부부 버팀목 대출'의 경우 혼인신고만 하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이 대출은 혼인신고를 한 지 7년 이내이거나 3개월 내에 결혼식을 치를 예정인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이씨는 청약 당첨 지역이 직장에서 대중교통으로 편도 3시간 가까이 걸려 일산의 자취방 만기일에 맞춰 퇴사한 뒤 이직을 준비할 예정이다.
집값 상승과 주거난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만큼 신혼부부가 원활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난 심화로 집이 사회적 계급과 동일시된 것"이라고 진단하며 "적어도 기혼이어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세분화된 주거 공급 및 대출 선택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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