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끝난 ‘세월호’ 공소시효…“진실 규명 계속 관심을” [주말엔]
2024년 10월 15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 6개월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304명의 목숨을 잃고 142명이 다친 세월호 참사의 공소시효가 만료됐습니다.
'공소시효 만료'란 어떤 범죄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걸 의미합니다.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 등 참사를 일으킨 자들을 국가의 사법시스템으로 단죄하는 게 더 이상 어렵다는 뜻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공소시효 10년 6개월은 '업무상 과실치사'의 공소시효 7년과, 2018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3년 6개월을 더한 겁니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서, 사참위 조사 기간 동안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멈추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네 갈래 재판…대부분 무죄 혹은 사면
세월호 참사의 형사 재판은 크게 ①침몰 원인 ②구조 실패 ③특조위 방해·세월호 보고 조작 ④유가족 불법 사찰 등 네 갈래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첫 번째 침몰 원인과 관련해선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무기 징역을 확정받았고, 선원들도 구속됐습니다.
[연관 기사] ‘세월호 참사’ 공소시효 만료…‘특조위 방해’ 재판은 진행중 (2024.10.16 뉴스광장)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82445
문제는 정부 책임자들에 대한 판결입니다.
대부분 무죄를 받거나 유죄를 받아도 사면됐기 때문입니다.
우선,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 9명에겐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1심과 2심은 이들에 대해 "최선의 방법으로 지휘하지 못했다고 해서 업무상 주의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특조위 방해·세월호 보고 조작을 다투는 재판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2015년에 설립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설립부터 해산까지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박근혜정부 인사들도 1심과 2심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현재 대법원의 판단만 남은 상황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간을 사후에 조작한 혐의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심과 2심에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돼 결국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김 전 실장은 대법원 무죄 확정으로 형사보상금 700만 원도 받았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대열·지영관 등 국군기무사령부 인사들은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설 특사 등을 통해 사면·복권됐습니다.
■"무능·무책임으로 참사…진상 규명에 계속 관심을"
세월호 참사 형사 소송에 참여했던 류하경 민변 세월호참사대응TF 변호사는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수사는 소극적이었고,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보수적으로 범죄 여부를 따져 무죄 판결이 나왔다고 분석했습니다.
류하경 변호사는 "해경 지휘부는 능력이 없으니까 무죄, 청와대 인사들은 직무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니까 무죄가 났다"면서 "무죄가 연이어 나오면서 피해자들로서는 공무원 개개인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청구하기에 대단히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류 변호사는 공소시효 만료로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기 어려워졌다고 낙담했지만, 한편으론 진실 규명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류하경 / 민변 세월호참사대응TF 변호사
"세월호 관련 중요한 범죄들에 대해서 검사가 더 이상 기소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굉장히 안타까운 일인데요. 주요 책임자들이 처벌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합니다."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이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실체적 진실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각 국가 기관들의 무능력과 무책임이 합쳐져 참사가 일어났다는 걸 말이죠."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하도록 노력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거 같습니다."
■고 임경빈 군 민사 승소…해경 지휘부 책임 인정
해경 지휘부의 구조 실패에 대해 형사 재판에선 무죄가 확정됐지만, 반면 민사 소송에서는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부장판사 김승곤)은 지난 6월 10일 고 임경빈 군의 부모가 해경 지휘부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임 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각각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법원은 "(고 임경빈 군을) 헬기를 통해 신속하게 이송되도록 지시하지 않아 무려 4시간 35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이송됐다"면서 "수난구조법에서 정한 '신속 이송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결했습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오민애 변호사(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진상규명위원)는 "법원이 해경 지휘부 3명의 개별 책임은 인정하진 않았지만, 임경빈 군 이송 지연에 있어 주의 의무를 위반한 건 인정했다"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해경 지휘부에 책임 있다고 나온 판결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1심 판결 이후 유족과 국가는 모두 항소했습니다.
■"자료 없다는 말 너무 많이 들어…진상 규명 필요"
임 군 유가족들은 1심을 이기고도 항소를 포기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유가족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자료를 취합하고 소송을 준비한다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인숙 / 고 임경빈 군 어머니
"피해자 부모로서 자료를 요청해도 해경에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자료가 지금 저희한테는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평범한 엄마·아빠이기 때문에 자료를 찾는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는 거예요. 그럴만한 힘도 없고…."
전 씨는 공소시효 만료로 더 이상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 등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의혹은 그대로 남았다며, 이에 대한 답을 유가족들은 여전히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인숙 / 고 임경빈 군 어머니
"'이쯤 되면 그만 좀 하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당시에 구조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처음도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처음의 질문을 지금도 하면서 싸우고 있어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상 규명을 유가족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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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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