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이 쏘아 올린 ‘친족 특례’···가족 간 증거인멸, 처벌되나
친족상도례 폐지 이어 친족 특례 개정론…법무부도 검토
“피해자 보호” vs “가족 보호”…법조계 “신중히 접근해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아버지가 현직 경찰 신분으로 아들의 범행 증거를 폐기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친족 특례’를 둘러싼 형법 개정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장윤기 아버지가 형법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경찰 신분을 악용해 가족의 범죄 증거 인멸이 처벌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법조계는 친족 특례 폐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151조 2항과 155조 4항에 범인의 친족·가족이 증거를 없앤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이른바 ‘친족 특례’다.
이번 사건에서 장윤기의 부친은 아들의 구속 이후 원룸에 있던 사람 모양의 성인용품과 장윤기 소유 휴대전화, 가족들의 휴대전화 등을 폐기한 정황이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확보한 추가 증거를 토대로 당초 살인 혐의보다 무거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장윤기를 기소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증거인멸 행위는 친족 특례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번 논란은 올해 폐지된 ‘친족상도례’와도 맞물린다. 친족상도례는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한 제도였지만 형법이 개정돼 올해 1월1일부터는 친족 간 재산범죄도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반면 증거인멸과 범인도피에 관한 친족 특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 장윤기 사건은 강력범죄 관련 증거인멸이 여전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이 면제된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처벌하기 어려운 현실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친족상도례가 시대 변화에 맞춰 개정된 만큼 친족 특례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법조계는 제도 개선 여부의 경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A변호사는 “친족 특례는 단순히 가족을 봐주는 조항이라기보다 가족 사이에서 범죄를 덮어주려는 인간의 본성까지 형벌로 제재할 수 있느냐는 법철학적 문제가 깔려 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인 만큼 입법 당시에도 가족관계의 특수성과 인간의 본성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다만 잔혹한 범죄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서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증거인멸로 인해 피해자가 진실 규명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B변호사도 “친족 특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족을 신고하거나 숨겨주지 않을 것을 법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기대 가능성’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례를 전면 폐지하면 수사기관이 가족을 상대로 한 수사나 처벌을 확대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부모가 자식을 보호하려는 감정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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