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이 쏘아 올린 ‘친족 특례’···가족 간 증거인멸, 처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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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성폭력을 목적으로 노렸다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23) 사건을 계기로 '친족 특례'를 둘러싼 형법 개정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아들의 범행 관련 증거를 폐기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지만, 현행 형법상 친족 간 증거인멸 특례 규정으로 인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친족상도례와의 차이에 대해서도 "친족상도례는 친족 간 재산범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규정이고, 친족 특례는 범인도피나 증거인멸처럼 가족이 범죄 이후 도와주는 행위를 다루는 규정"이라며 "입법 취지와 적용 대상이 달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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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상도례 폐지 이어 친족 특례 개정론…법무부도 검토
“피해자 보호” vs “가족 보호”…법조계 “신중히 접근해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성폭력을 목적으로 노렸다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23) 사건을 계기로 ‘친족 특례’를 둘러싼 형법 개정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아들의 범행 관련 증거를 폐기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지만, 현행 형법상 친족 간 증거인멸 특례 규정으로 인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다만 지역 법조계는 친족 특례 폐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항은 범인 또는 친족, 동거 가족이 범인을 위해 증거를 없앤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 이른바 ‘친족 특례’다.
이 같은 규정은 가족에게 국가가 형벌을 통해 혈연관계를 끊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형법 원칙에서 비롯됐다. 부모나 배우자에게 가족을 고발하거나 불리한 증거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가족공동체의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정 부분 형사책임을 면제한 것이다. 가족 내부의 윤리와 국가 형벌권이 충돌할 경우 가족 보호를 우선한 입법 취지가 반영됐다.
이번 사건에서 장윤기의 부친은 아들의 구속 이후 원룸에 있던 사람 모양의 성인용품과 장윤기 소유 휴대전화, 가족들의 휴대전화 등을 폐기한 정황이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확보한 추가 증거를 토대로 당초 살인 혐의보다 무거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장윤기를 기소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증거인멸 행위는 친족 특례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번 논란은 올해 폐지된 ‘친족상도례’와도 맞물린다. 친족상도례는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한 제도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가족 구성원의 재산을 사실상 공동재산으로 보는 인식과 가족 간 분쟁은 국가 형벌권보다 가정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반영돼 도입됐다.
그러나 가족 간에도 경제적 독립성이 커지고 친족관계를 악용한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형법이 개정돼 올해 1월1일부터는 친족 간 재산범죄도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도 종전 10년에서 20년으로 강화됐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던 2024년 6월 27일 이전 범행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
반면 증거인멸과 범인도피에 관한 친족 특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 장윤기 사건은 재산범죄 분야에서는 시대 변화에 맞춰 법이 개정됐지만, 강력범죄 관련 증거인멸은 여전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이 면제된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 장관은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처벌하기 어려운 현실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친족상도례가 시대 변화에 맞춰 개정된 만큼 친족 특례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채원양 사건의 진실이 끝까지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법조계는 제도 개선 여부의 경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A변호사는 “친족 특례는 단순히 가족을 봐주는 조항이라기보다 가족 사이에서 범죄를 덮어주려는 인간의 본성까지 형벌로 제재할 수 있느냐는 법철학적 문제가 깔려 있다”며 “부모가 자식의 허물을 감추려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옳다고 보기 어렵지만, 법이 이를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은 도덕의 최소한인 만큼 입법 당시에도 가족관계의 특수성과 인간의 본성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다만 잔혹한 범죄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서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증거인멸로 인해 피해자가 진실 규명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족 특례 개정 여부는 찬반을 단순히 가를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가족관계의 특수성, 형사법 원칙을 함께 따져야 한다”며 “입법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과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변호사도 “개인적으로는 친족 특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가족을 신고하거나 숨겨주지 않을 것을 법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기대 가능성’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했다.
또 “특례를 전면 폐지하면 수사기관이 가족을 상대로 한 수사나 처벌을 확대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범인을 숨겨주는 행위가 잘못된 것은 맞지만 부모가 자식을 보호하려는 감정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족상도례와의 차이에 대해서도 “친족상도례는 친족 간 재산범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규정이고, 친족 특례는 범인도피나 증거인멸처럼 가족이 범죄 이후 도와주는 행위를 다루는 규정”이라며 “입법 취지와 적용 대상이 달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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