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서 이런 일본 영화를 만날 줄이야!

[영화 알려줌] 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람작 1편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라는 슬로건으로 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지난 4일 개막해 14일까지 부천 일대에서 열린다.

메인스트림 예술과 마이너리티 대중성의 경계에 있는 창작자들의 노력을 소개해 온 영화제로, 올해부터 영화제는 AI 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운영해 온 산업프로그램 B.I.G와 XR 콘텐츠 사업 비욘드 리얼리티, 그리고 IP 육성 사업 괴담 캠퍼스를 통합한 새 브랜드 'BIFAN+'를 런칭했다.

대한민국 국제영화제 최초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도입하고, AI 영상 제작에 관련된 최신 정보와 전 세계 선구자들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AI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

한편, 올해도 영화제는 OTT '웨이브'를 통해서 일부 상영작을 유료로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기조가 유지됐다.

몇몇 작품을 감상한 에디터의 짤막한 후기들을 모았다.

1. <눈먼 짐승>
- 섹션 : 스트레인지 오마쥬
- 감독 : 마스무라 야스조
- 출연 : 후나코시 에이지, 미도리 마코, 센고쿠 노리코 등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상영시간 : 84분
- 웨이브 서비스 여부 : X

유명 사진사와 함께 누드 사진을 찍었던 모델 '아키'(미도리 마코)가 시각장애인 조각가 '미치오'(후나코시 에이지)에게 납치 및 감금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각장애인 마사지사로 위장한 '미치오'는 '아키'를 수면 마취한 후 자신의 작업장으로 어머니(센고쿠 노리코)와 함께 끌고 간다.

그곳에는 '미치오'가 많은 여자를 마사지하면서 만졌던 신체 여러 부위를 본뜬 조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치오'는 '아키'를 본딴 조각상을 만지며, 자신이 꿈꾸던 조각상을 만들 수 있다며 조각상 제작을 도와달라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의 <금단의 도착애>를 각색한 1969년 작품으로, 일본 영화 사상 최초로 '사도마조히즘'을 담았다.

도망가려는 '아키'와 이를 막는 '미치오'의 싸움, 기어코 서로를 탐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감정 등이 영화의 주요 관람 포인트였다.

▲ 영화 <하이퍼보리안> ⓒ Bendita Film Sales

2. <하이퍼보리안>
- 섹션 : 메탈 누아르
- 감독 : 크리스토발 레온, 호아킨 코시냐
- 출연 : 안토니아 기센, 프란시스코 비세랄 리베라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71분
- 웨이브 서비스 여부 : O

배우이면서 임상심리학자인 '안토니아'(안토니아 기센)가 환자 '메탈헤드'(프란시스코 비세랄 리베라)의 정신을 분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배우의 연기가 한 세트장에서 결합해 다양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작년에 공개된 파블로 라라인의 <공작>처럼, 이 작품은 칠레 독재 정권의 망령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음을 상기한다.

일례로, 영화는 노년의 헤르만 헤세와 칼 융을 만나면서 인간과 세계에 대해 탐구했던 미구엘 세라노의 주요 사상을 탐험한다.

힌두 신화, 북유럽 신화, 나치 신비주의 등의 요소가 결합한 가운데, 세라노는 히틀러가 자살로 죽은 것이 아니라, 대신 남극 얼음 아래의 낙원에서 살았다고 믿었다고.

단순히 이미지의 나열을 보기에도 나쁘지는 않으나,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어야 작품을 온전히 관람할 수 있을 듯 보인다.

▲ 영화 <철봉하자 우리>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3. <철봉하자 우리>
- 섹션 :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 감독 : 목충헌
- 출연 : 손수현, 송예은, 김태완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61분
- 웨이브 서비스 여부 : O

코로나 팬데믹 시기, '석주'(손수현)가 문화센터에서 인터넷 강의의 '성인지 감수성' 검수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코로나로 인해 문화센터의 모든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편집 일을 업으로 삼던 '석주'는 강사들의 말실수를 편집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물론, 담당자로부터 "너무 올바르게 편집하면 '페미 같아 보일 수 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던 중 '석주'는 강사들이 주로 찾는 클라이밍장에서 종이접기 강사 '맹지'(송예은)를 만나 친구가 된다.

그러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향하면서, '석주'는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하고, 설상가상 '맹지'와의 관계도 깨지기 직전 상황에 이른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사라진 지원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야 하는 청춘의 이야기가 명랑하게 펼쳐졌다.

▲ 영화 <숨통을 조이는 사랑>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4. <숨통을 조이는 사랑>
- 섹션 : 부천 초이스: 장편
- 감독 : 요명의
- 출연 : 임백굉, 사흔영, 항첩여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102분
- 웨이브 서비스 여부 : X

청소와 통제에 집착하던 연인이 힘겨워진 남자가 하룻밤 사이에 꿈의 도움으로 환승 연애를 하지만, 남자가 새로운 로맨스를 마냥 즐길 수 없는 상황을 담았다.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심한 결벽증을 가진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괴짜들의 로맨스>를 연출했던 요명의 감독의 신작으로, 당시 주연 임백굉, 사흔영이 다시 출연했다.

이번 작품은 결벽증에서 강박증으로 그 시선이 옮겨졌는데, 요명의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중 "사람은 왜 애정에 학대받는가에 관심이 있었고, 사랑이 하나의 병에 걸린 상태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병에 빠지면, 상대방을 무조건 사랑하고, 그러다 그런 마음도 사라지게 된다. 그 지점을 사랑이라는 병에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봤다"라고 언급했다.

참고로 이번 영화는 모든 장면이 '아이폰'으로 촬영됐다고.

▲ 영화 <죽음은 산 자의 문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5. <죽음은 산 자의 문제>
- 섹션 : 메리 고 라운드
- 감독 : 티무 니키
- 출연 : 페카 스트랭, 자리 비르만, 엘리나 니틸라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98분
- 웨이브 서비스 여부 : O

시체를 실어 나르는 운구차 사업을 하던 두 남자가 불법 러시안룰렛 게임 쇼를 만드는 마피아 집단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각장애인의 삶을 비장애인에게 잠시나마 체험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해 생각해 볼 지점을 제시한 '영화광의 영웅담'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2021년)를 연출한 티무 니키 감독의 신작.

아들 생일선물을 살 돈마저 도박에 탕진하는 중독자 '리스토'(페카 스트랭)와 뇌의 85%가 없어졌다는 진단을 받은 '아르토'(자리 비르만)는 다른 사람의 죽음이 있어야 생계가 가능한 직업에 종사 중인데,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지는 영화는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을 정확히 관통한다.

동업자를 맡은 페카 스트랭, 자리 비르만의 연기와 북유럽 영화 특유의 차가운 정서가 빛을 발했다.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5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