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기아가 엔비디아와의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전면 확장하며, 레벨2 ADAS부터 레벨4 로보택시까지 아우르는 통합 자율주행 아키텍처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2026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GTC 2026'을 계기로 양사의 협력은 공동 솔루션 개발 단계로 격상됐다.
◆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자율주행의 새 표준이 되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레퍼런스 아키텍처 '드라이브 하이페리온(DRIVE Hyperion)'을 핵심 플랫폼으로 채택해 레벨2부터 레벨4까지 확장 가능한 통합 설계 구조를 새롭게 구축하기로 했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컴퓨팅 시스템이 아니라, 차량이 주행하며 수집하는 주행·언어·행동 데이터를 AI 학습에 투입하고, 그 결과를 다시 차량 성능 개선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에 현대차의 기술력을 더해 그룹의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아키텍처를 최적화할 것"이라며 "추후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단계로 협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조직 통합으로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AVP본부, 포티투닷, 모셔널 등 복수의 조직으로 분산돼 있던 자율주행 및 AI 개발 역량을 단일 체계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AVP본부는 자율주행과 SDV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으로 포티투닷과 긴밀히 협력하며,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레벨4 로보택시 기술 고도화를 위한 전방위적 협의도 본격화했다. 포티투닷은 현재 자체 개발 중인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AI(Atria AI)'의 고도화를 위한 전문 인력 충원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출신 자율주행 전문가인 박민우 사장이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영입된 것도 이런 통합 전략의 연장선이다.

◆ 새만금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의 두뇌 거점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 지역 약 112만 4000㎡(34만 평) 부지에 총 9조 원 규모의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하며, 이 중 5조 8000억 원을 AI 데이터센터에 집중 투자한다. 이 데이터센터는 단계적으로 GPU 5만 장급 초대형 연산 능력을 갖추게 되며, 이미 지난해 엔비디아와 최신 블랙웰(Blackwell) GPU 5만 장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팩토리에 필요한 방대한 실주행 및 제조 데이터를 학습·검증하는 '두뇌' 역할을 맡게 될 이 데이터센터는, 현대차그룹이 제조·물류·판매 등 전 밸류체인에서 확보하는 현장 데이터를 AI 학습에 투입하고 이를 제품 개선에 다시 적용하는 피지컬 AI 선순환 체계의 핵심 거점이 된다.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앞서 발표한 125조 2000억 원 규모 국내 중장기 투자 계획 가운데 핵심 프로젝트이며, 약 16조 원의 경제 효과와 7만 1000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 대규모 채용, 미래형 인재 구조 선제 확보
기술 체계 재편에 발맞춰 현대차와 기아는 동시에 역대급 채용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3월 20일부터 4월 3일까지 연구개발·디자인·생산·IT 등 6개 전 부문에 걸쳐 총 171개 채용 공고를 게재했으며, 전기차·자율주행·AI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 핵심 인재 선제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기아 역시 4월 1일부터 ICT·제조솔루션·PBV(목적기반차량)·재경·글로벌 사업 등 총 34개 부문에서 2024년 이후 최대 규모의 상반기 집중 채용을 진행 중이며, 채용 공고만 181개에 달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청년 신규채용 규모를 지난해 7200명에서 1만 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로봇·AI 전환 속 노조 반발, 해법 없는 갈등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가속화된 미래 전환 전략이 노동 현장에서는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해외 물량 이전과 로봇 자동화 등 신기술 도입이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에 대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원칙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아 노조도 최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피지컬 AI 로봇과 현장 조합원 고용 대응'을 주요 안건으로 채택하고,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에 '총고용 보장' 문구를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반발이 지속될 경우 "투자 지연→전략 불확실성 확대→기업가치 훼손"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스바겐·토요타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로봇 기반 생산 체계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의 장기화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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