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소 꿈의 휴양지였는데... 52년째 ‘유령도시’로 나락간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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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지중해의 파도가 넘실거리고, 황금빛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 해변. 1970년대 초반,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휴양지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주저 없이 이곳을 말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즐겨 찾고, 브리지트 바르도가 선베드에 누워 여유를 즐기던 곳. 바로 키프로스의 바로샤(Varosh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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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찬란했던 영광은 하룻밤 사이에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화려한 리조트에는 사람 대신 수풀이 우거졌고,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던 거리에는 정적만이 감돕니다. 한국 뉴스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령도시’로 자주 소개되는 이곳, 바로샤의 비극적인 역사와 현재를 들여다봅니다.

● 1. 지중해의 진주에서 금단의 땅으로: 바로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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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이전까지 바로샤는 명실상부한 지중해의 중심이었습니다. 키프로스 전체 관광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고, 해안선을 따라 수십 개의 대형 호텔과 수백 개의 식당이 들어섰습니다. 현대적인 건축물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은 유럽인들에게는 '꿈의 휴양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1974년 8월, 키프로스 내 그리스계와 터키계의 갈등이 폭발하며 터키군이 북키프로스를 침공했습니다. 전쟁의 화마를 피해 바로샤에 살던 그리스계 주민 4만여 명은 옷가지만 챙긴 채 서둘러 피란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식탁 위에 차려진 식사도, 세탁기에 돌리던 빨래도 그대로 둔 채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바로샤의 문은 굳게 닫혔습니다. 터키군이 도시 전체를 철조망으로 두르고 출입을 전면 통제하면서, 바로샤는 시간이 멈춘 ‘봉인된 도시’가 되어버렸습니다.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호텔 로비의 가구는 썩어갔고, 쇼핑몰 유리창 안의 마네킹은 70년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먼지만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 2. 50년 만의 부분 개방, 다시 마주한 폐허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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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로샤가 다시 한국 뉴스에서 화제가 된 이유가 있습니다. 2020년부터 북키프로스 정부가 이곳의 일부 구역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했기 때문입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출입이 허용되는 이 기묘한 관광지는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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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빌려 도시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데, 길 양옆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호텔 건물 사이로 야생 식물들이 뻗어 나와 있고, 출입 금지 팻말 뒤로는 깨진 유리창이 관광객들을 내려다봅니다.

● 3. 키프로스에서 꼭 가봐야 할 반전 매력의 여행지

비극적인 바로샤의 역사 때문에 키프로스 전체가 어두운 분위기일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키프로스는 여전히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 하나이며, 바로샤와는 전혀 다른 생명력 넘치는 명소들이 가득합니다.

1) 파포스(Paphos) - 신화가 숨 쉬는 유네스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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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서쪽에 위치한 파포스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특히 '아프로디테의 바위'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거품 속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의 장소입니다. 이곳의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수영을 하면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는다는 설이 있어 부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정교한 고대 로마 시대의 모자이크 벽화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2) 라르나카(Larnaca) - 핑크빛 플라밍고의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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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나카 공항 인근에 있는 '솔트 레이크(Salt Lake)'는 겨울철이면 수천 마리의 핑크빛 플라밍고가 찾아오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호숫가 옆에 위치한 '할라 술탄 테케' 모스크는 이슬람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성지로, 호수에 비친 모스크의 반영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3) 트로오도스 산맥(Troodos Mountains) - 지중해의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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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섬 중앙에 솟은 트로오도스 산맥은 여름에는 시원한 피서지가 되고 겨울에는 스키장이 됩니다. 산자락 곳곳에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10개의 중세 벽화 교회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소박한 돌담과 포도밭이 어우러진 산촌 마을에서 즐기는 키프로스 전통 와인 '코만다리아' 한 잔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합니다.

💡 여행자를 위한 키프로스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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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나라: 키프로스는 현재 남쪽의 '키프로스 공화국'과 북쪽의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바로샤를 가려면 북쪽으로 넘어가야 하며, 남쪽에서 차를 렌트해 갈 경우 보험 적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언어와 화폐: 남쪽은 그리스어와 유로를 사용하고, 북쪽은 터키어와 리라화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관광지에서는 영어도 잘 통하며 신용카드 사용이 편리합니다.

최적의 시기: 한여름(7~8월)은 매우 뜨겁습니다. 4월에서 6월, 혹은 9월에서 10월 사이가 가장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는 황금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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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멈춰 세운 유령도시 바로샤와 신화 속 여신이 태어난 푸른 바다. 키프로스는 비극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섬입니다. "나중에 가야지"라고 미루기엔 세상의 풍경은 너무나 빠르게 변합니다. 이번 여행은 인간의 욕망이 만든 폐허와 대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키프로스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