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가 “완전체”의 힘을 딱 보여줬다. 부산의 비를 뚫고 롯데를 9-1로 제압한 밤, 경기 내용은 단순했다. 시작부터 밀어붙였고, 선발 전원 안타로 압도했고, 선발 와이스가 문을 잠갔다. 결과는 1위 LG 추격의 재점화, 격차 4경기. 숫자보다 인상적인 건 흐름이다. 한화가 다시 ‘이기는 팀의 리듬’을 되찾았다.
첫 장면부터 한화의 계획이 보였다. 손아섭의 2루타, 리베라토의 볼넷, 문현빈의 번트 안타. 정석 중의 정석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노시환이 침착하게 좌전 적시타로 2점을 뽑았다. 초반에 선취점과 추가점을 동시에 챙기면 선발은 마음이 편해지고, 상대는 뒤를 쫓아야 한다. 이게 요즘 한화가 자주 꺼내는 승리 패턴이다. 3회엔 수비 실책을 틈타 채은성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박세웅을 흔들었고, 4회엔 심우준의 출루를 문현빈이 적시타로 불렀다. 6회엔 문현빈의 중전 적시타에 이어 노시환의 쐐기 투런. 이 장면으로 승부는 거의 끝났다.

타선 얘기를 조금 더 하자. ‘선발 전원 안타’는 표면적인 기록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더 값지다. 1번 손아섭이 출루로 문을 열고, 2번 리베라토가 볼넷·진루타로 연결하고, 3번 문현빈이 타점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이 깔끔했다. 중심에서는 노시환이 1회 결승타와 6회 투런으로 4타점을 쓸어 담았다. 시즌 중반까지 만루에서 유독 막히던 장면이 이번엔 시원하게 뚫렸다. 5~7번의 채은성·이진영·하주석은 상황에 맞게 밀어치고 잇는 타격으로 밑바침을 했다. “한두 명이 때리는 타선”이 아니라 “여러 명이 서로 살려주는 타선”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마운드에선 와이스가 롯데 상대로 왜 ‘천적’인지를 다시 증명했다. 초반 볼넷이 많아 불안했지만, 실점은 6이닝 1점에 그쳤다. 위기 순간 몸쪽 직구와 스위퍼로 카운트를 뒤집고, 땅볼 유도와 탈삼진을 섞어 흐름을 끊었다. 무엇보다 득점 이후 곧바로 무실점 이닝을 쌓은 점이 컸다. 타선이 점수를 내주면 투수가 지키고, 투수가 막아주면 타선이 더 보태는 선순환. 좋은 팀의 전형적 그림이다.
이 승리의 의의는 순위표 바깥에도 있다. 첫째, ‘풀 라인업’의 위력이 확인됐다. 손아섭 합류 후 1~3번이 안정되자 노시환·채은성의 부담이 줄었고, 하위 타선도 부담 없이 방망이를 휘두른다. 둘째, 큰 경기 준비에 필요한 체크리스트가 또 하나 지워졌다. 이닝 초반 번트 안타·진루타 같은 작은 플레이, 주루 판단, 수비 집중력까지 전반적으로 합격점이었다. 셋째, LG와의 심리전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는 아직 쫓아간다.” 격차 4경기는 단숨에 좁혀지지 않지만, 맞대결 한 번이면 분위기는 뒤집힌다.

물론 과제도 있다. 와이스는 승리했지만 초반 볼넷 5개는 포스트시즌에선 치명적일 수 있다. 초반 승부구 선택과 주자 있을 때 첫 공 스트라이크 비율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불펜은 이날 편안했지만, 최근 몇 경기에서 7~8회 고비가 있었다. 확실한 7회 역할을 누가 맡을지, 좌우 잔상 승부 때 교체 타이밍을 어떻게 가져갈지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타선은 폭발했지만, 주자 2·3루에서 한 방만 노리다 놓치는 장면을 줄여야 한다. 오늘처럼 “작은 점수”를 꾸준히 더하는 운영이 정답이다.
상대 롯데의 사정은 한화에겐 남 얘기가 아니다. 전준우·유강남이 빠진 타선은 연결이 끊기고, 박세웅이 흔들리니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잃었다. 핵심 두세 명의 공백이 시즌 막판에 팀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한화도 지난 몇 해 뼈저리게 배웠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의 ‘건강한 전력’을 관리해야 한다. 승차 4경기를 쫓는 팀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건 라인업의 건강과 루틴이다.

앞으로의 키는 명확하다. ① 테이블세터 출루율 유지, ② 와이스·폰세 원투 펀치의 초반 볼넷 억제, ③ 7~8회 필승 설계 고정, ④ 수비 집중력 유지. 이 네 가지만 지키면, 숫자는 자연히 따라온다. 오늘 같은 경기는 점수 차만큼 내용이 좋았다. 이길 만해서 이긴 경기였다.
대전에서 LG와 맞붙을 3연전이 다가온다. 그때까지 한화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하루에 한 경기, 한 점을 더 내고 한 점을 덜 내는 것. 오늘 사직에서 보여준 방식 그대로다. 초반부터 밀고, 중반에 벌리고, 끝에는 잠그는 야구. 이게 쌓이면 4경기는 3이 되고, 2가 되고, 어느 날 1이 된다. 한화는 지금 그 길 위에 올라섰다. LG, 기다려라—추격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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