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을 맡은 할머니는 그때까지 영화를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연기 경험은 당연히 없었고, 촬영 당시 나이는 77세였죠. 그런데 이 영화는 419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2002년 개봉한 '집으로...' 이야기입니다.
419만이라는 숫자
이 작품의 누적 관객수는 419만 3826명입니다. 2002년이라는 시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흥행이었고,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에서도 오랫동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전체관람가 등급 작품 가운데 이 정도 성적을 낸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뭅니다. 스타 배우도, 대규모 제작비도, 화려한 볼거리도 없는 영화가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이정향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었습니다.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주인공
외할머니 역을 맡은 김을분 할머니는 충북 영동군에서 호두 농사를 짓던 분이었습니다. 이정향 감독이 직접 헌팅을 다니며 찾아낸 분으로, 영화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그 연기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역할인데도 표정과 손짓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했습니다. 전문 배우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자연스러움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아역 유승호의 출발점
손자 상우 역은 당시 아역이던 유승호가 맡았습니다. 도시에서 자라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할머니에게 투정만 부리는 아이를 연기했는데, 그 미운 짓이 너무 실감 나서 관객들이 더 몰입했습니다. 이 작품은 유승호라는 배우의 출발점으로 지금도 가장 먼저 언급됩니다. 이후 그가 성인 배우로 자리 잡은 뒤에도 이 영화 속 모습은 계속 회자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가 만들어내는 거리감이 이야기의 축이었습니다.

말이 거의 없는 영화
이 작품의 특징은 대사가 극도로 적다는 점입니다. 할머니는 말을 하지 못하는 설정이고, 아이는 주로 혼잣말을 하거나 짜증을 냅니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은 대부분 행동과 표정으로 이뤄집니다. 설명을 걷어낸 덕분에 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채워 넣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사건다운 사건도 거의 없는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입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과감한 연출입니다.

20년이 지나도 남는 영화
개봉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 작품은 여전히 명절마다 언급됩니다. 극장을 나서며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는 후기가 당시에도 쏟아졌고, 지금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체관람가라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화려한 기술 없이도 오래 남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현재 여러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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