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시 후 수개월, 조용히 치고 올라온 전기 SUV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아의 중형 전기차 EV5가 신차 구입의향 조사에서 단연 1위를 기록하며 전기차 시장의 중심에 섰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10월 3주차(13일 시작) 기준으로 발표한 AIMM(Auto Initial Market Monitoring) 조사 결과, 향후 2년 이내 신차를 구입할 의사가 있는 응답자 중 22%가 EV5를 선택했다. 같은 기간 조사가 이뤄진 29개 신차 중 유일하게 20%대를 기록한 수치다.

가족과 실용 중심, 중년의 선택을 받다
EV5의 선택은 감성보다는 현실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손끝에서 이뤄졌다. 가장 높은 구입의향을 보인 연령대는 50대(37%)와 40대(3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30대 이하 응답자는 9%에 그쳤다. 이는 EV5가 패밀리 SUV로서 넉넉한 실내 공간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라는 점에서 중·장년층의 선호와 맞닿아 있다. 한 응답자는 EV5에 대해 “디자인, 가격, 공간 활용 모두 균형 잡힌 모델”이라며 “전기차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조용한 상승세… ‘장기 흥행’ 예고
EV5의 초기 구입의향은 지난 7월 13%에서 출발했다. 출시 직후인 9월 2주차에 20%를 넘기며 주목을 받았고, 최고 23%까지 오르며 안정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출시 후 반짝 인기’ 대신 꾸준한 관심을 받는 형태는 이례적이다. 같은 시기 소형 전기 SUV EV3는 젊은층 위주로 인기를 얻었으나, 전체 수요층의 폭은 EV5가 더 넓었다. 중형 세단급 EV4나 수소전기차 넥쏘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실용 전기차로 흐름 이동… 변수는 가격과 배터리
EV5의 인기가 시장의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프리미엄 전기차 EV9, 아이오닉9 중심이던 시장이 ‘실용형 전기 SUV’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흐름이다.
기아는 EV3(소형), EV9(프리미엄)에 이어 EV5로 전기차 라인업의 중간축을 탄탄히 다졌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국내 판매가는 세제 혜택을 적용해도 4,855만~5,340만 원으로, 일부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중국 CATL 배터리 탑재에 따른 품질 우려와 테슬라 모델Y와의 경쟁도 향후 판도를 가를 요인으로 떠오른다.

가성비·공간·효율로 승부하는 현실적 SUV
EV5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대비 가치다. 배터리 효율, 주행거리, 실내 공간, 충전 편의성을 고르게 확보하며 실질적 ‘패밀리 SUV’의 정체성을 갖췄다.
WLTP 기준 최대 530km에 달하는 주행거리와 차량 내 V2L(차량 외부 전력공급) 기능, 평평하게 접히는 2열 시트 등은 중년층 운전자들이 원하는 실용 포인트를 정확히 짚었다. “출퇴근부터 주말 가족 나들이까지 한 대로 해결 가능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된 EV5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프리미엄에서 실용형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EV5는 그 변화를 대표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첨단 기능보다 ‘현실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EV5는 한국형 전기 SUV의 새로운 표준”이라며 “전기차 대중화를 실질적으로 앞당길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EV5는 단순한 신차를 넘어, ‘합리적인 선택’과 ‘가족 중심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며 한국 전기 SUV 시장의 균형점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