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에 오사카에서 일하고 나고야 여행도 다니고 도쿄 한달살이도 하고 한국왔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이후로 단한번도 일본땅을 못밟아봤다.
(지금도 가기는 힘든데 너무 그리워서 트래블카드 네이버페이 머니카드 일단 만들긴했다.)
진짜... 진짜 요새 너무 사무치게 그립다.
며칠전에 아는 형님이랑 술마시다가 태블릿으로 오사카 영상보는데 갑자기 눈물나왔다.
여기서 일붕이들 게시글 보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진다.
(특히 오사카 나오면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것도 1pong이라면 그럴수도 있는데 그냥 모든게 그리워.
센토(동네목욕탕)가서 일본아재들이랑 이야기 재밌게 하던것도
동네 심야식당에 나올법한 이자카야가서 닭회 잘못먹고 식중독 걸린것도
일본인 친구랑 나고야가서 히츠마부시먹고 맛있어서 깜짝 놀란것도
츠기와...우메다! 우메다! 하면 바로 내릴준비하던것도
일본 특유의 그 신호등소리도
일본 특유의 그 냄새와 여름의 파란 하늘.. 좆같았던 더위와 습기도
허구헌날 갔던 요시노야..토리키조쿠..야요이켄..텐카잇핀..교자 오쇼인가 거기도..
그냥 더운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동네 걷다가 살던곳 바로옆에 중학교에서 중딩들 부활동으로 야구하는거 구경도하고
더우면 자판기가서 메론소다도 사먹고...
그대로 조그만 술집 들어가서 생맥주로 목축이고..
그냥 그런게 다 그립다.
날 좆같이 대했던 제주도출신 자이니치 직장상사도 그립다.
항상 동네술집이나 밥집가면 나오는 그 카랑카랑한
'이랏쌰이마쉐이'도 그립다.
나도 여건만되면 마쓰야마건 히로시마건 쓰시마건 그냥 가고만 싶다.
가서 짭잘하고 기름기 자욱한 돼지풍비 가득한 국물한번 떠서 내 아가리로 집어넣는순간, 감정이 내 여름철 겨드랑이사이 육수처럼 흘러나와서 눈물이 펑펑 나올것같다.
옛날에는 씨티은행 하나만 되서 그걸로 엄마가 돈입금시키면 오사카 난바까지 가서 딱 하나있는 시티은행 atm기에서 돈뽑았는데 요새는 세상에 좋아졌더라.
일본어를 조금 할줄안다면, 여행일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면, 관광지나 유명한곳 말고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가봐.
지하철 타고 한국어로 검색해도 잘 안나오는곳.
거기서 내려서 하루정도는 슬렁슬렁 걸어다니다가 동네 중국집도 가보고 라멘집도 가보고 동네목욕탕이랑 오래된 카페도 가보고
밤에는 심야식당에 나올법한 술집가서 술한잔하고.
시간이 지나고보니까 기억에 남는건
에노시마도 디즈니도 가이유칸도 오사카성 usj 나고야성 산노미야가 아니라 그런 평범한 일상같은 여행이더라.
동네에서 쭉 걸으면 나오던 지브리에서 나올법한 쬐그만 신사가 너무 그립더라.
오늘은 어제 죽은자가 그토록 바랬던 오늘이라는 말이 있듯, 일붕이들이 아무생각없이 간 그곳은 수년간 누군가가 그렇게도 그리워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가 씨발 뭔 촌구석이야?' 하는 그 곳이 내 마음의 고향일수도 있다.
일본에 있는, 곧 일본에 갈 예정인 일붕이들이 너무 부럽다.
죽어서라도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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