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에 따른 영업현장의 어려움을 살피고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새해 들어 판매수수료 제도 개선이 보험 업계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영업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일방적 행보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수수료를 둘러싼 불완전판매의 원인을 설계사에게만 떠넘기려 한 점을 지적하며 당국의 인식개선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블로터>와 만난 경력 10년 이상의 관리자급 설계사들은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보험개혁회의에서 제시한 '보험판매수수료 제도 개선안'에 대해 "영업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제조, 판매 등 모든 분야에서 원인을 살펴야 하는데 판매 채널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 논란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설계사들은 보험개혁회의 내용에서 당국이 제시한 '고수수료 상품 및 특정회사 편중판매 관행 개선 기대' 부분을 꼬집었다. 당국은 보험가입을 권유할 때 해당 상품의 수수료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해 설계사가 수수료가 높은 상품만 권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기 평택에서 근무하는 A 지점장은 "모든 설계사가 수수료가 높은 상품만 취급한다면 실손보험이나 연금보험 같은 상품은 실적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설계사도 결국 자기 월급을 벌기 위해 일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누가 힘들게 영업활동을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보험상품은 사업비 구조 때문에 만기 환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이나 손해율이 100%를 초과하는 실손의료보험 등의 경우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보장성보험에 비해 적다. 게다가 보험사들은 지난 2023년부터 신회계제도(IFRS17) 도입의 영향으로 저축성보험 등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위주의 판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상품 판매의 편중을 유발했다. 보장성보험이 상대적으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 영향이다.
서울 은평구 B 본부장은 "보험사가 CSM을 위해 시책을 늘려 판매를 유도한 데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오직 설계사에게만 시선이 집중돼 있다"며 "똑같은 노력이면 시책을 많이 제공하는 상품을 선택할 경우 영업효율을 높일 수 있는데 누가 이 선택을 마다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이미 시행 중인 '설계사 1200%룰'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1200%룰은 보험을 판매한 설계사에게 1년 내 지급하는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모두 합한 액수가 월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영업현장에서는 설계사 수입이 공개돼 역으로 리베이트(수당의 일부를 돌려주는 행위)를 요구하는 고객이 늘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성동구 C 지사장은 "고객이 설계사가 월납 보험료의 12배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6개월치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며 "특히 태아보험은 맘카페가 발달해 대납받지 못한 산모가 오히려 바보 취급을 당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에게 대납해주지 않는다고 말하면 되레 수수료를 많이 남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해 황당했다"며 "이렇게 왜곡된 환경을 조성한 근본 원인을 파악해 고쳐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단편적인 사례만 보고 설계사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설계 업계의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설계사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자격시험의 난이도가 평이하다는 시선이 나오면서다.
A 지점장은 "설계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제3자 입장에서는 쉽게 보는 대상으로 여기기 쉽다"며 "당국이나 고객에게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이미지부터 우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소비자에게 수수료 정보 등이 정확하게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고수수료 상품 판매 위주의 영업관행이 지속되는 것"이라며 "판매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보험개혁회의 판매채널반에서 장기간에 걸쳐 논의한 끝에 마련한 개편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영업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올해 1분기 안에 보험대리점(GA) 채널과 설계사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준한 기자